사투리 수업 "징허게 거시기 혔소"영화배우로 4전 5기 의지, 목포의 恨과 情 표현에 노력

[현장속으로] 차인표의 <목포는 항구다>
사투리 수업 "징허게 거시기 혔소"
영화배우로 4전 5기 의지, 목포의 恨과 情 표현에 노력


“이 영화는 조재현의 액션영화도 아니고, 차인표의 멜로영화도 아닙니다. 사실은, 송선미의 에로영화입니다.”

2월9일 오후 1시, 서울극장 제2관 에서 열린 영화 ‘목포는 항구다’(김지훈 감독, 기획시대 제작)의 기자시사회장. 영사기가 돌아가기 전 인사차 무대 위에 오른 주인공 차인표가 옆 자리의 송선미를 쳐다보며 분위기를 띄웠다. 순식간에 객석은 웃음바다가 됐고, 다리 사이가 깊게 파인 빨간 드레스 차림의 송선미는 쑥스러운 듯 드러난 허벅지를 손으로 가렸다.

농담으로 운을 떼었지만, ‘인기 탤런트’가 아닌 ‘영화배우’로서 무대에 선 차인표의 목소리에는 긴장과 초조의 빛이 역력했다. 그것은 아마 코믹영화를 표방하고 만든 이번 작품 ‘목포는 항구다’에 대한 평가 때문이다. 거꾸로 이 영화에 거는 그의 기대가 남달랐던 탓이리라. 그는 영화배우로서는 단 한 차례도 성공의 달착지근한 맛에 취해보질 못했다.

“이번 영화가 저의 다섯 번째 출연 작품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저희 어머니까지 이 곳 시사회장에 모셨습니다. 이 영화가 관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합니다.”

이 말을 남기고, 함께 주연을 맡았던 송선미, 조재현 등과 무대에서 내려온 차인표는 비장감마저 서린 표정으로 객석의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캐릭터가 각기 다른 세 사람이 주연을 맡은 영화답게 시사회장은 빈자리 없이 꽉 들어차 있었고, 곧 불이 꺼졌다. 그리고 영화 필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관객들의 숨소리에마저 차인표의 감각이 예민하게 반응했을 2시간 가량의 러닝타임은 비교적 차분한 가운데 흘러갔다. 그리고 마련된 기자간담회. 차인표는 무대에 올랐을 때와는 달리 다소 굳은 표정이었다. 몰려든 취재진들 앞에서 김지훈 감독, 그리고 송선미와 자리를 같이 한 차인표는 (조재현은 연극 ‘에쿠우스’의 공연 때문에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 담담하게 자신의 역할을 소개했다.

“제가 맡은 백성기는 전라도 지방의 정서를 내포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비단 목포만이 아니라 여타 모든 지방의 정서를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라도 억양, 너무 힘들었다"

촬영중 가장 어려웠던 것에 대한 질문에 그는 전라도 사투리를 들었다. “전라도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해 두 달 동안 현지인 선생님을 고용하여 열심히 배웠다”며 “사투리도 사투리지만 무엇보다도 억양을 따라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어려웠던 만큼 애착을 갖는 법일까? 그는 영화 출연을 계기로 갖게 된 목포와 목포 사람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애써 숨기려 하지 않았다. “목포의 정서에는 한(恨)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한에서 우러나오는 정(情)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그걸 표현하려고 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뒤따른 “이번 영화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차인표의 얼굴은 다시 굳어졌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정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여한은 없습니다. 하지만 ‘태극기 휘날리며’ 때문에 ‘목포’가 난파되지 않을까 걱정이 좀 되기는 하네요. 하하.”

차인표는 능청스러운 투로 이렇게 답을 마무리 지었지만, 그의 눈빛은 이번 영화의 성공에 대한 간절한 소망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과연, 그의 다섯 번째 출연작 ‘목포는 항구다’가, 그에게 ‘4전 5기’의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을까.

이휘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2-18 15:32


이휘현 자유기고가 noshi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