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뚝뚝, 어느새 봄이 성큼쪽빛 바다에도 봄의 내음 그득, 한려 수도의 절묘한 경치에 매료

[주말이 즐겁다] 여수 오동도와 향일암
동백꽃 뚝뚝, 어느새 봄이 성큼
쪽빛 바다에도 봄의 내음 그득, 한려 수도의 절묘한 경치에 매료


겨울과 봄, 그 사이엔 여심(女心)을 닮은 붉디붉은 동백꽃이 있다. 화신이 가장 빠른 남도의 봄은 이처럼 붉은 동백꽃이 있어서 더 가슴 설레는 지도 모른다. 파란 바다 물빛이 아름다운 고장인 여수의 봄은 오동도를 뒤덮은 붉은 동백꽃 춤사위로 시작한다. 동백꽃은 한겨울에도 한두 송이 피어나지만 보통 3월 초순쯤이면 제법 많이 피어나기 시작해 중순쯤에 절정을 이룬다.

- 봄이 오면 동백꽃으로 뒤덮이는 동백섬

봄기운이 한껏 실려있는 갯내음을 맡으며 오동도 방파제를 지나면 이내 잘 가꾸어진 동백숲이 반긴다. 동박새 지저귀는 소리에 숲이 온통 소란스럽다. 동백나무는 수분(受粉)할 때 벌과 나비가 아닌 새의 힘을 빌리는 조매화(鳥媒花)인데, 바로 녹색의 귀여운 동박새가 그 임무를 맞는다.

동백섬에서 동백꽃이 가장 아름다운 곳은 등대 너머에 있다.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앉은 이 곳은 떨어진 동백꽃으로 바닥이 붉은 양탄자를 깐 것처럼 보인다. 좀더 가면 한적하게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동백섬에 들어갈 때 방파제를 따라 운행하는 ‘동백관광열차’를 타고 가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또 자산공원 아래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은 오동도 해안을 한 바퀴 도는데, 병풍바위 용굴 용치굴 등 섬 주변의 절묘한 경치를 동백꽃 감상에 곁들인다는 즐거움이 있다.

섬 안에 있는 관광식물원은 관엽식물, 야자류, 향료식물, 선인장 등 227종 6,500본의 열대식물로 가득하고 온실 내 조그만 연못에는 비단금붕어도 있다. 오동도 관광을 기념할 수 있는 동백분재와 선인장화분, 백도풍란도 판매한다. 또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여수 선소’에서 거북선을 만들어 왜적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거북선을 실물 크기의 4분의 1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오동도 동백꽃과 헤어져 돌산대교를 건너면 길은 동백나무 가로수를 따라,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따라 향일암(向日庵)으로 이어진다. 원효대사가 원통암으로 창건하였다는 이 절집은 불자들의 4대 관음기도처 가운데 하나로서 낙산사 홍련암과 쌍벽을 이룬다.

향일암은 ‘해를 향한 암자’라는 이름을 가진 절집 답게 절마당에서 감상하는 일출 광경이 좋다. 기암절벽 사이사이 동백나무도 자라고 있어 이런 봄날이라면 동백꽃 구경은 덤이다. 임포마을에서 들어가는 오르막길은 가파른 편이다. 몸집 큰 어른은 쉽사리 지나갈 수도 없을 듯한 좁은 바위틈을 몇 번 비집고 지나면 아득하게 솟은 바위절벽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향일암이 반긴다.

법당 부처님께 삼 배 올리고 물러나면 깨끗한 절집 앞마당 아래로 넘실대는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향일암을 품고 있는 금오산(323m)은 풍수지리 상 바다로 들어가고 있는 거북의 형상이다. 오른발은 바다에 담근 상태로 왼발을 들어 바다로 들어가려는 거북등엔 향일암이 앉아있고 거북의 목과 왼발 사이엔 고깃배 드나드는 임포항이 자리잡고 있다.

- 아름다운 일출로 유명한 향일암

▲ 숙식 여수 시내나 오동도 근처에 숙박시설이 많고 향일암 입구인 임포마을에도 다도해모텔 등 전망 좋은 여관과 민박집이 여럿 있다. 임포마을엔 나라 안에 유명한 '돌산 갓김치'를 현지에서 직접 담가 파는 가게가 많다. 돌산 갓김치는 부드러우면서 톡 쏘는 매운맛이 적고 갓김치만의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어 요즘 같은 봄철에 잃은 입맛을 되찾는 데 아주 좋다.

▲ 교통 수도권에선 호남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순천 IC→17번 국도→여수 시청→여수역→오동도. 향일암은 17번 국도를 타고 돌산대교를 건너 23km쯤 가면 된다. 서울 강남 터미널에서 여수행 고속버스가 06:00부터 17:50까지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향일암은 경내의 건물들이 모두 해가 뜨는 各?바라보고 있어 건물 주변 어디에서나 일출을 볼 수 있다. 일출 감상 최고의 포인트는 대웅전 앞마당. 대웅전엔 세 분의 부처가 모셔져 있는데, 동쪽에서 태양이 떠오르면서 퍼진 햇살이 세 부처 중 한곳에 바로 비친다고 한다. 이는 계절에 따라 해 뜨는 위치가 조금씩 다른 것을 감안한 것이다.

대웅전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바위 틈을 이리저리 돌아 올라가면 널따란 바위 위에 관음전이 자리잡고 있다. 향일암은 새해 첫날이나 동백 피는 계절은 물론이고 늘 일출 보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좀더 호젓하게 일출을 보려면 대웅전보다 이 관음전이 낫다. 앞이 탁 트여 있어 대웅전에 뒤지지 않는 일출 포인트로 꼽힌다.

흔히 봄철엔 오동도 동백꽃을 본 뒤에 돌산대교를 건너 돌산도 남쪽 끝에 자리한 향일암을 찾아간다. 만약 밤새워 여수로 달려왔다면 향일암 일출을 먼저 보고 임포항에서 아침 식사 후에 오동도로 동백꽃을 만나러 가는 역코스가 괜찮다. 임포마을에서 향일암까지는 걸어서 15분쯤 걸린다.

글 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


입력시간 : 2004-03-04 15:19


글 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