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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의 세계] 밥줄 끊는 과장방송


며칠 전 모처럼 대학동기들과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비슷비슷한 분야에 종사하는데, 유독 필자만 엉뚱한(?) 곳에서 근무하는 탓인지 관심의 대상이 됐다. “우리 아이 찍어주려고 하는데 디지털카메라는 진짜 뭘 사야 좋냐?” “너 방송할 때 보여주던 캠코더말야, 그거 포장을 뜯어낸 거잖아, 어차피 한번 쓴 건데 나한테 싸게 팔면 안되냐?” “야, 너 TV에 나오는 외국 모델들하고 친하냐, 실물도 그렇게 예쁘니?”등등 별의 별 질문이 다 나왔다. TV 홈쇼핑 채널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게 5년 남짓이다 보니 아직까지는 호기심 반 장난끼 반으로 질문하는 사람도 많고, 오해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오해가 TV 홈쇼핑 채널 방송이 녹화 방송이라는 게 아닐까 싶다. 필자는 방송 대부분 이 저녁 시간대에 몰려 있어 개인적 모임에는 참석을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다만 ‘방송 때문에 못 나간다’고 하면, “그냥 먼저 녹화하고 와”라고 아주 쉽게 얘기하는데, TV 홈쇼핑은 거의 생방송으로 진행되니 녹화가 불가능하다. 각 채널별로 사정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모든 사람이 잠들어 있는 새벽 2시~6시 시간대 외에는 모두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또 그것이 원칙이다. 초단위로 매출이 집계되는 시스템에서, 더구나 쇼호스트의 말 한마디, 실연, 화면, 자막 등에 따라 주문 전화가 요동치기 때문에 주어진 여건 하에서 최대한의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생방송을 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2년 전 휴대폰 방송을 하는데, 방송 시작 시간이 오후 9시20분이었다. 스튜디오에서 방송 준비를 하고 있는데, 상품 담당 MD가 숨이 턱에 차도록 스튜디오에 와서는 9시 뉴스에 휴대폰 단말기 값 상승 뉴스가 톱 기사로 나갔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는 불과 방송 시작 10분 전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에 인터넷에서 자료를 뽑아 관련 기사를 읽어보고, 내용을 정리하고, 관련 멘트를 구상했다. 결과적으로는 각 공중파 9시 뉴스 보도의 탄력을 받아 휴대폰 방송 사상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모든 것이 생방송이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TV 홈쇼핑 방송이 생방송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이와 정 반대의 상황, 즉 뉴스 보도가 있었다면, 예정보다 방송 시간을 대폭 줄이거나, 미련을 버리고 다음 프로그램으로 넘어가는 것이 상책이다.

또 방송을 보면 어쩌다 화면 아래쪽에 ‘주문이 많습니다. ARS를 이용해주세요’라는 자막이 나간다. 이것을 거짓말로 생각하는 시청자가 많다. 특히 여성보다는 남자가 그런 경향이 많다고 한다. 사실 과거에는 각 TV홈쇼핑 채널에서 지나친 경쟁을 하다 보니, 과장성 자막이나 멘트가 많이 나갔던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작년부터 방송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극단적인 표현, 최상급 표현, 과대 포장 등의 표현에 중징계를 내리는 형편이고, 각 회사마다 자체 심의가 상당히 엄격하기 때문에 매출을 올리기 위해 함부로 아무 말이나 막 하다가는 밥줄이 끊어질 수 도 있다.

‘주문이 많습니다. ARS를 이용해주세요’라는 글이 화면에 나오기 위해서는 상담 대기자가 10명이 넘었을 때 비로소 사용이 가능하다. 이 원칙은 TV 홈쇼핑 관련 정부 감독 기관으로부터 내려온 지침이기 때문에 어길 수가 없다. 화면을 보다가 ‘주문이 많습니다.’라는 멘트가 뜨면 ‘아, 10명 이상이 줄을 섰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또 하나, TV에서 본 제품 색과 실제로 받아본 제품 색이 다르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것은 어쩔 수가 없다. 스튜디오 안의 조명은 일반인들은 눈뜨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밝다. 그런 조명 차이에서 오는 색의 느낌은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백화점 매장에서도 제품을 돋보이게 하려고 상당한 노력과 돈을 들인다. TV 홈쇼핑의 주인공은 당연히 ‘제품’이다. 주인공을 예쁘게 하려는 노력을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입력시간 : 2004-03-2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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