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하게 삽시다] 류마티스 관절염


관절이 쑤시고 아프면 자가 진단으로 ‘류마티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실제로 관절통을 일으킬 수 있는 관절염의 종류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100가지가 넘는다. 나이가 들면서 관절이 닳아서 생기는 퇴행성 관절염과 달리 류마티스 관절염은 면역계의 이상으로 생기는 병이다. 비교적 흔해서 전세계적으로 인구의 2%가 류마티스 관절염을 가지고 있다.

면역계는 외부에서 신체로 유입된 병원균을 공격하여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면역계가 너무 예민해지면 우리 몸의 일부를 이물질로 판단하여 공격하게 되고, 이로 인해 생기는 일련의 병들을 류마티스 질환이라고 한다.

인체의 모든 관절은 활막으로 덮여 있다. 이름 그대로 활막은 관절을 보호하고 움직임을 유연하게 하도록 도와준다. 류마치스 관절염에서는 면역계가 활막을 공격하여 염증을 일으킨다. 활막으로 덮여 있는 모든 관절에서 증상이 생길 수 있지만 초기에는 주로 손가락, 발가락, 손목, 팔꿈치, 무릎 발목 관절이 부어 오르고, 뻣뻣하고, 열이 나고, 아프다. 증상은 아침에 심하며 오후가 되면서 조금씩 풀린다. 진행되면 큰 관절에도 염증이 생기게 된다. 관절 증상이 심할 때는 온 몸이 쑤시고, 기운이 없고, 피곤하고, 미열이 나는 등 전신적인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상하게도 모든 류마티스 질환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훨씬 많다.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왜 그런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류마티스 클리닉을 찾는 환자의 10 명 중 8명이 여성이다. 보통 30~50세에 발병하게 되는데, 아이들이나 노인들에서도 생길 수 있다.

관절의 염증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관절이 망가지기 시작한다. 별다른 치료제가 없었던 20~30년 전만 해도 수십년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은 대부분의 환자들에서 관절 변형이 와서 움직임이 불편해지고 불구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의 목적은 가능한 관절의 염증과 통증을 줄여 관절이 망가지는 것을 막거나 줄이는 것이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은 채로 2년이 지나면 관절 밑의 뼈가 파괴되기 시작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완치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법은 없다. 이 병도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경우에서 일생동안 조절하면서 살아야 하는 만성병이다. 하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법은 최근 수 십년간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

필자가 의과대학을 다녔던 20년 전만 해도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에는 스테로이드와 진통소염제가 기본으로 사용되었는데, 이들 약제로는 관절의 변형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였다. 게다가 위장장애도 심해 환자들이 ‘속을 버리게 된다’고 약 먹기를 거부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면역기능을 조절하는 약제들을 초기 치료로 도입되면서 좋은 치료성적을 보이고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만성적인 경과 때문에 옆에서 훈수를 두는 사람도 많은 병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지루하게 투병을 하다 보면 과장된 선전들이나 경험담에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관절염의 경과 자체가 별다른 이유 없이 저절로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우연히 좋아지는 시기에 실시했던 어떤 ‘비방’의 효과가 과장되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움직임이 유연한 고양이가 뻣뻣해진 관절에 좋을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감으로 인해 한 때 고양이를 고아 먹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고, 지네가 비방으로 유행되던 때도 있었다.

임신을 하면 류마티스 관절염이 좋아진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임신하면 류마티스 관절염을 고칠 수 있다는 속설을 믿고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출산 후 수 개월이 지나면 관절염 증상이 다시 재발하고 출산 후에 관절염 증상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미리 계획하지 않고 바라지도 않은 아이를 관절염 치유를 위해 가지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정보도 관절염에 관한 한 그렇게 신뢰할 것은 못 된다. 최근 한림대 류마티스 내과에서 실시한 연구 결과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4대 검색엔진에 수록되어 있는 관절염 웹사이트 138개 중 45%가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보조식품이나 치료제를 판매하기 위한 사이트로 밝혀졌고, 생약이나 한약 등 성분을 밝히지 않은 비방이나 완치의 경험담을 소개하는 사이트도 많다고 보고한 것이다.

모든 것이 때가 있듯이 관절염 치료에도 절대 놓치지 않아야 하는 때가 있다. 떠도는 비방에 많은 돈과 시간을 허비하다가 막상 병원을 찾았을 때에는 관절이 너무 많이 망가져서 적절한 도움은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20년 전 만해도 류마티스라는 학문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분야였다. 제대로 치료를 받으려고 해도 류마티스 질환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의사들이 많이 않았기 때문에 환자들이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대형 병원에서 류마치스 내과 진료를 쉽게 받을 수 있다.

입력시간 : 2004-04-0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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