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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검색어] 혼자 보는 영화


다시 ‘잔인한’ 사월이다.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핀 꽃과 끝없이 이어지는 아베크족들의 상춘행렬. 이 광경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솔로’부대원으로 대표되는 싱글들. 지난 주에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엠파스의 급상승 인기 검색어에 ‘혼자 보는 영화’가 181,274단계 상승 5위에 랭크 됐다. 그들의 말 못할 속내가 만천하에 다시 한번 드러난 것.

엘리엇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이 생산과 재생을 원하지 않는 이들에게까지 재생을 요구하고, 진정한 재생이 아닌 공허한 추억으로 고통을 주었다면, 솔로부대원들에게 있어서 4월은 그들 앞에 ‘잔인한 광경’들을 연출함으로써 고통을 가하고 있다. ‘솔로여야 한다’는 그들의 사기를 저하 혹은 무기력화 해 부대 존립의 근간을 흔드는 것. 동병상련, 서로를 위무하며 버텨오던 이들은 ‘지난 크리스마스 이후 최대의 위기’라며 동요하고 있다.

‘계절의 여왕, 봄의 왕림으로 이 같은 고통과 상대적 박탈감이 가중되자, 계절을 타지 않는 ‘영화관람’으로 그 고통을 상쇄하려고 했다는 게 검색어 ‘혼자 보는 영화’의 등장에 대한 엠파스 측의 분석이다.

혼자 영화 보는 일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검색창에 ‘혼자 보는 영화’를 넣으면 혼자 보기에 좋은 명화, ‘쪽 팔지’ 않고 영화 보는 방법 등을 소개한 수십여개의 글과 블로그들이 뜬다. “암, 영화는 혼자 봐야 맛이지. 그래도 혼자보긴 ‘거시기’하니, 지우개 달린 노란 연필과 노트 필수. 영화 평론가인척 무장한다”는 식이다.

“대기실에서 기다릴 때.” “좌석에 앉았지만, 조명이 꺼지기 전까지의 기나긴(길게 느껴지는) 시간.” “그러나 누가 옆에 앉기라도 하면 다행, 양쪽이 비어 있을 경우 최악.” 그곳에는 이렇게 혼자 영화를 보러 갔던 이들의 서러움도 알알이 맺혔다. 그러나 희망적인 메시지도 보인다. “어떤 영화를 선택했는가에 대해 부담이 없다.” “마지막 자막까지 다 볼 수 있다.” “그래도 요즘엔 혼자 극장 찾는 사람이 느는 것 같다.”

이제 극장주도 이들을 위한 독립석 배치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시기가 온 게 아닐까? (엠파스 순위제공)



인턴 기자 prufrock@empal.com


입력시간 : 2004-04-1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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