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 방송 진행 스타일의 선봉에 선 앵커·사회자 '스타탄생'독특한 개성과 화법에 시청률 쑥쑥… 객관성 저해 가능성 우려도

오늘은 어떤 말을 할까, 그들 입에 '시선집중'
파격적 방송 진행 스타일의 선봉에 선 앵커·사회자 '스타탄생'
독특한 개성과 화법에 시청률 쑥쑥… 객관성 저해 가능성 우려도


“무리한 요구를 할 것 같은데 우리 국방부 장관님 준비 잘 하셔서 협상 잘하시기 바랍니다”(최일구)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신강균) “더 말씀하시면 안됩니다. 다른 출연자들도 말을 해야하니까요”(손석희)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뉴스 앵커나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진행 발언이다. 최근 일고 있는 논란의 핵심과 눈길을 끄는 것은 기존과 다른 이들 앵커와 진행자의 스타일이다.

1961년 KBS 방송 개국으로 본격적인 TV시대를 연 뒤 그동안 변화의 선봉에서 유행을 선도한 방송에서 변화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뉴스 프로그램이나 토론 및 정치나 시사문제를 다루는 교양 프로그램의 진행자나 앵커의 스타일과 어조, 어투였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이 뉴스 앵커와 진행자의 달라짐이 시청자의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라 뜨거운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으며 심지어 전문학자나 전문가들의 토론 주제로 까지 올랐다. 더욱이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앵커 스타일이 시청률에까지 영향을 줘 앞으로의 뉴스나 토론 그리고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진행자상의 흐름까지 변화시킬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 뉴스 진행자 '미국식 앵커' 변화 조짐

그동안 우리 방송에서 뉴스의 진행자를 앵커라고 표현했지만 미국에서의 사용하는 앵커의 개념은 아니었다. 미국의 앵커가 뉴스 현장에 나가있는 기자들의 보도를 엮어가면서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 뉴스의 종합적인 사회자 겸 해설자로 취재 현장에 기자를 파견하고 뉴스의 편집권까지 지니고 있는 뉴스 프로그램의 총사령관이라면 우리의 경우는 뉴스의 편집된 뉴스를 단순히 순서대로 읽는 뉴스 리더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뉴스를 읽어가며 논평이나 해설을 곁들이는 뉴스 캐스터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뉴스 아이템을 전달할 때 행하는 앵커의 멘트는 대부분 앵커들이 직접 작성하고 있는데 주관적인 입장을 가급적 배제하고 객관성을 담보하고 어투나 표현, 용어 역시 공식적이고 딱딱한 방송 멘트가 주류였다.

최근 MBC 주말 뉴스를 진행을 맡은 최일구 기자의 멘트는 기존의 앵커들의 멘트와 사뭇 다른 부드러운 일상 대화체 어투 사용과 상당부분 주관을 담은 내용들이 담겨 시청자들에게 적지 않은 당혹감과 함께 신선감을 주었다. 그는 “했습니다”로 종결짓던 뉴스 멘트를 “했어요” 라든지 어린이 유괴 초동수사에 실패한 경찰 등에 대해 “이래서 되겠습니까” 또는 미국방장관 회담에 우리 국방장관의 철저한 준비를 당부하는 말투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앵커의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다.

이러한 앵커 스타일의 변화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주로 젊은 층 시청자들에게선 뉴스 하면 딱딱하다는 인식을 개선하는데 일조하고 있으며 다양한 뉴스 스타일의 지평을 열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데 비해 중장년층에선 뉴스가 가벼워지고 상당 부분 주관적 입장이 개입된 앵커 멘트가 뉴스의 객관성을 상실하게 만든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친다.

하지만 최일구 앵커의 스타일의 변화는 분명 시청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평일 뉴스의 경우 MBC뉴스 데스크가 KBS 9시뉴스에 시청률이 뒤지고 있지만 주말의 경우 4월 첫주에 MBC 뉴스가 높게 나타났다.

뉴스 앵커 스타일의 변화와 함께 눈에 띠게 나타나는 것이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의 스타일 변화다. 총선 운동기간 보수단체의 대통령 영부인 권양숙여사의 비하 발언 편집과 다른 사람과의 인터뷰를 한나라당 대변인 전연옥씨로 내보내는 오보사건 등으로 비판을 받으며 화제의 초점이 되었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MBC ‘신강균 뉴스 서비스 사실은’은 손석희, 성경환 아나운서에 이어 신강균기자가 진행자로 내세우고 포맷변화를 시도하면서 시청자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주목의 원인중 하나가 신강균의 거침없는 멘트와 시사 프로그램에선 좀처럼 내비치지 않는 진행자의 입장 표명이 두드러진 것이다. 진행자 신강균은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라는 감정이 담긴 어투와 입장 표명 그리고 미국 뉴스쇼에서의 진행자 모습에서나 볼 수 있는 멜빵 차림의 의상 등 그동안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와 차별화 되는 멘트와 행동과 복장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 사람의 진행자가 시사 프로그램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바로 MBC 라디오 ‘시선집중’과 TV프로그램 ‘100분 토론’의 진행자 손석희다. ‘시선집중’에서 총선 운동 기간 인터뷰를 하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로부터 “저금 저하고 싸움하자는 거예요”라는 신경질적 반응을 받았던 손석희는 정중하고 칭찬일색 또는 긍정적인 대답을 유도하는 질문을 하던 방송 진행자의 스타일에서 완전히 벗어나 공격적 인터뷰 스타일을 견지한다. 그는 이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공격적인 진행은 구체적 답변을 얻어내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다. 공격적인 질문의 경우 인터뷰 대상자가 적극적 답변을 할 수 있는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자신의 스타일을 설명했다.

- 시청자 시선 붙들기도 숨은 배경

이러한 시사 프로그램이나 뉴스의 진행자 스타일의 변화를 초래한 것은 분명 다양한 개성을 가진 진행자의 등장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그 뒤에는 점차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에서 멀어져가고 있는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기 위한 경쟁이 도사리고 있다.

이제는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도 예능 프로그램처럼 진행자가 튀지 않으면 시청자의 눈길을 잡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또한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의 연성화 추세도 이러한 진행자의 스타일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개성 강한 진행자의 등장과 진행자 스타일의 변화에 대해서는 우려와 격려가 엇갈린다.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은 어느 프로그램보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할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에서 자칫 주관적 색채나 개성이 드러나는 진행을 할 경우, 프로그램의 신뢰에 적지 않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 진행자에 대해 비판을 하는 시청자들이나 전문가들은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은 개성이나 튀는 것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잡는 것보다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내용으로 승부해야한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반면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해야하고 천편일률적인 방송 진행 스타일은 우리 방송 문화의 다양성을 제한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시청자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개성이 드러나는 진행자의 스타일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분명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의 스타일에 변화의 바람은 거세다. 과연 이러한 개성강한 진행자가 지속적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주류로 떠오를 지는 지켜볼 일이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입력시간 : 2004-04-22 15:34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