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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뮤지컬 '투맨', 희망이라는 이름의 포장마차
하류인생을 사는 두 젊은이의 희망과 절망의 변주곡

창작 뮤지컬 ‘투맨’을 제작한 퍼포먼스 바다는 역시 창작 뮤지컬 ‘더 플레이’(2001)로 한국 뮤지컬 대상 5개 부문을 석권한 바 있다. ‘더 플레이’가 뮤지컬 ‘오 마이 갓스’에서 출발하여 ‘갓스’를 거쳐 점차 짜임새를 갖추어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투맨’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97)를 수정ㆍ보완 한 뮤지컬이다. 더블 캐스팅으로 공연되는 ‘투맨’을 필자는 이희정(형) - 이필모(동생) - 장설하(여자 다역) - 김태현(남자 다역) 앙상블로 관람했다. 형제를 제외한 두 배우는 일인다역을 하는데 이들의 다양한 변신을 지켜 보는 즐거움이 있다. 16곡의 뮤지컬 넘버는 희로애락의 정서들을 모두 담고 있다. 춤과 노래, 그리고 연기를 바탕으로 한 연기자들의 노력은 궁극적으로 관객의 즐거움을 위해 바쳐진다.



- 신도시 한 귀퉁이에서의 삶



‘투맨’은 의형제를 맺은 고아원 출신의 두 젊은이가 신도시를 배경으로 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로 이름 붙인 포장마차를 하며 삶을 꾸려나가는 이야기다. 고아원에서 뛰쳐 나와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아마추어 연극 공연을 지켜보고 틈틈이 대본을 쓰며 극작가가 되는 꿈을 키우던 형은 함께 고아원을 나온 동생과 이제 막 순대와 어묵을 파는 포장 마차를 개업한 참이다. 포장 마차는 이들에게 앞날을 위한 희망, 그 자체이다. 형은 여름이 되면 동생과 바닷가로 나가 핫도그 장사를 하는 꿈에 부풀어 있다. 순대를 자르다 동생은 잘못해서 손가락이 잘리는 상처를 입는다. 아픈 손가락을 부여 잡고도 수술비 때문에 병원을 찾지 못하는 이들은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의 한 장면을 상상하면서 절망감을 위로한다. 두 형제는 결국 병원을 찾는데 의사는 갑자기 찾아 온고통에 시달리는 형을 진단한 후 암 판정을 내린다.

형의 치료비를 위해 동생은 동분서주하다가 그를 유혹하던 마담을 찾아가서 그녀의 욕망을 채워주고 돈을 손에 넣는다. 병원으로 돌아온 동생은 그가 호감을 느꼈던 간호사와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고 희망에 부풀지만, 형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시간이 흐르고 동생은 다시 신도시를 배경으로 새로 맞이한 동생과 포장마차 영업을 한다. 그는 새 동생에게 자신이 형의 꿈을 이어가고 있으며 자신이 얼마나 그를 닮고 싶었는가 하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내보인다.

일견 인과관계가 부족한 일련의 에피소드적인 사건들에 공연은 다른 방식으로 짜임새를 부여한다. 포장마차를 찾아온 손님이었던 간호사는 역시 그 포장마차 곁을 지나는 김밥 장수의 딸로 설정되고, 포장마차를 지나치며 우연히 길을 묻던 신사는 형제가 찾아간 병원의 원장이다. 동생이 새로 맞이한 손아래 동업자는 형과 아주 닮은 사람으로 여겨지면서 형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그 역할을 한다. 이들의 일인다역에 타당성을 부여하는 셈이다.


- 퍼포먼스적 성격의 극 진행

그러나 이 공연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줄거리의 전달이나 극의 진행 자체보다도 극의 진행 사이사이에 개입되는 노래와 춤동작, 즉 공연의 퍼포먼스적 성격이다. 이야기가 결말에 어떻게 이르는가 하는 것보다 공연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 배우들의 열연이 아니라면 이 공연은 그다지 재미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김밥장수가 등장하면 그녀가 와서 극의 진행을 위해 무슨 대사와 행위를 하는가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그 장면에서 그녀가 부르는 ‘김밥송’이나 그 노래에 곁들여지는 몸동작이 더 관건이 되는 식이다. 배우의 변신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도 이런 장면에서이다. 조신한 간호사에서 몸 매무새가 완전히 흐트러지는 중년의 김밥장수로, 다시 요염한 마담으로 완벽하고 끊임없이 변해가는 그들의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남자 다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은발 가발에 선글라스를 쓰고 털 코트를 입은 날라리 신사에서 뇌물을 밝히고 힐리스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신세대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다시 환자를 돌보는 점잖은 의사로 변신해 나간다. 동생의 잘려진 손가락이 어디론가 사라지자 관리소장이 ‘손가락을 >틸?라는 최신 랩송을 부르는데 이 엽기적인 노래는 공연의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실히 알려준다. 이들의 변신을 지탱해주는 것은 역시 두 형제의 안정적인 연기이다. 이들도 환상을 꿈꾸는 극중극 장면에서 서부의 두 건달 총잡이로 변신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벼랑 끝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극중극의 역설은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두 형제의 모습을 담은 공연의 전체적인 설정과 구조적으로 닮아있다.

무대에 자리한 포장마차는 따라서 두 형제의 꿈이자 희망의 바탕이 되는 현실상의 포장마차 그 자체에서, 극중극의 배경이 되는 환상 속의 서부의 마차로 그 상징성을 넓혀간다. 포장마차의 이름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이들의 현실에서의 욕망과 환상 속의 욕망을 가시화하는 주요 오브제이다. 극의 다른 공간인 마담의 방에 드리워진 붉은 커튼과 침대, 그녀의 붉은 드레스가 그녀의 은밀한 욕망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오브제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두 형제가 포장마차를 개업한 장소인 신도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무대 뒷면의 영상도 역시 도시 서민의 애환을 다룬 이 극의 등장인물들이 가진 욕망의 은유이자 환유라고 할 수 있다.


- 우회적으로 짚어낸 사회문제

극의 요소요소에는 가벼우나마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과 성찰이 담겨 있다. 돈과 행복이 직결되는 자본주의적 가치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돈 때문에 몸을 파는 동생의 모습과 돈의 힘을 빌려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마담 등의 모습은 연극을 통해서 자본주의적 모순을 통렬히 비판했던 브레히트의 주장들을 떠올리게 한다. 마담의 왜곡된 욕망은 그녀가 받았던 과거의 고통을 방증한다. 이로 인해 현재 그녀가 취하는 행동은 사회의 억압적 구조가 개인에게 미친 병폐를 보여준다. 물론 이에 대한 해결책은 극에서 제시되지 않는다.

이 극의 미덕은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관극 행위를 관음증으로 평가하는 여배우의 애드리브는 다소 실망스럽다. 마담이 동생에게 옷을 벗을 것을 강요하면서 “ 손님들이 그 모습을 보러 오셨다”고 말하는 것은 노골적이다. 극의 중간 휴식시간에는 다른 구경거리가 있다.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재담꾼의 등장이 그것이다. 그의 입담은 휴식 시간을 또 하나의 무대로 바꾸어 놓는다. 동생이 죽은 형을 생각하며 완성한 대본의 제목이자 그들의 이야기인 공연 <투맨>은 종로 5가에 위치한 연강홀에서 6월 13일까지 계속된다.

때 2004년 4월 1일-6월 13일 |곳 연강홀 |제작 퍼포먼스 바다 |원작 김동기 |각색/연출 정세희 |출연 이희정, 김영호, 김선경, 유준상, 김병춘, 서범석, 이필모, 김태현, 장설하



송민숙 연극평론가 ryu1501@kornet.net


입력시간 : 2004-06-0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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