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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야? 뮤직비디오라고?!
가창력은 뒷전, 외설적이고 쇼킹한 홍보로 승부거는 가수들 활개

‘ 오늘도 TV를 켜면/ 모두 다 똑같은 가면을 쓰고 미친 듯이 춤추고 노래하고/박자 무시 음정 무시 중간 생략하고 결국엔 ×같다고 알겠나?/ 그것도 노래라고 하나?’ 최근 데뷔한 남성 듀오 바운스의 타이틀 곡인 ‘ 레디(ready)’의 노랫말 일부다. 오죽 가수들이 노래보다는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고 가창력 없는 가수들이 난무했으면 신인 가수의 노랫말에 이런 내용이 등장했을까.

‘ 쇼킹! 포르노에 가까운 뮤직 비디오’, ‘ 미나 속옷 노출 방송 불가’ 등등. 요즘 신문지상에 연일 올라오는 뉴스 제목들이다. 어떻게 된 게, 노래보다는 노래 외적인 부분들로 가수들이 이목을 끌려고 혈안이 된 듯한 세상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거친 욕설의 노랫말을 비판의 동의어인 양 비판을 상품화한 전략도 기승을 부린다. 가수란 자들이 노래보다는 오로지 보다 더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홍보 전략에 총력을 기울이는 듯한 착각마저 일으키는 상황이다.



- 섹시노출 홍보전략, 성 상품화 논란



가수들의 이러한 행태가 갈수록 도를 더하는 것은 MBC, SBS, KBS 등 지상파 TV뿐만 아니라 m.net, KMTV, MTV 등 케이블이 가수들의 전략을 보다 더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어 악순환이 거듭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수와 방송의 결탁(?)이 요즘 가요계의 문제를 더욱 더 악화시킨다.

요즘 음반을 내면서 충격적 홍보 전략으로 등장하는 것은 단연 섹스와 섹시한 이미지, 또 이와 관련한 뉴스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남성 듀오 듀크는 앨범을 통해 “ 성에 대한 솔직한 대화를 시도하고 싶어 포르노그라피라는 주제로 5집 앨범을 낸다”고 발표했다. 또한 뮤직 비디오에 정사 장면을 삽입하는 등 그야말로 가수의 음반 홍보라기보다는 한 편의 에로 비디오 선전이라도 되듯 섹스 관련 홍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둘째 가라면 서러울 가수가 바로 미나이다. 최근 2집 앨범 ‘ 돌아’를 발표하면서 방송 활동을 재개한 미나는 그녀의 노래보다는 섹시한 옷차림, 녹화 시 가슴 노출 사건을 홍보하거나 팬티 노출로 화제를 생산해 섹시한 이미지로만 승부 하려는 가수임을 재차 확인시켰다. 물론 미나는 이 계열의 홍보 전략으로 성공한 이효리, 채연, 채소연 등과 어깨를 함께 하고 있다.

올초 7집 앨범 ‘ Hey Boy'를 발표한 디바 역시 멤버인 비키의 누드 영상집 발표로 앨범에의 관심을 다시 한 번 높이고 있다. 이것은 이미 황혜영 등 일부 여가수들이 요즘 음반 발매와 함께 누드 촬영을 하는 전략을 구사해 음반과 누드를 연계해 홍보한 관행의 연장선상이다. 갖가지 누드 사진 촬영으로 화제(?)를 모았던 함소원도 현재 음반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성의 상품화를 기반으로 한 홍보 전략이 있는가 하면 근래 들어 비판을 상품화 전략으로 등장시키기도 한다. 표면적으로는 사회나 문화의 잘못된 현상을 비판하는 듯 보이지만, 속을 파고 들어가 보면 비판을 논란으로 연결시키 관심을 불러 일으키려는 의도가 더 짙어 보인다. 최근 음반을 낸 바운스는 그들의 데뷔 앨범은 이같은 전략을 잘 보여준다. 노래 ‘ 총살’의 가사를 보자. ‘ 내게 총만 있다면 모조리 아주 죽여버리겠어. 무식하기 짝이 없는 양아치들/겉모습으로 구걸하는 TV속의 미친 개걸레들/법을 너무 잘 알아서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쪽팔린 정치인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시비거는 추잡한 새끼들/계집애들 따먹느라 정신 없으신 많이 배우신 학원 선생님들’ 등 차마 입에 올리기 겁나는 표현을 과감하게 구사해 논란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 잘못된 관행 부추기는 방송



음반 발표 때 가수, 가사, 작곡 등에 대해 철저히 비밀에 붙인 다음, 관심을 증폭시키는 신비주의 전략이나 음반 출시에 쩠?스캔들을 내는 스캔들 전략, 그리고 음반 출시와 함께 각종 가요 프로그램은 물론 수많은 오락 프로그램에 동시에 출연해 자신들의 음반을 홍보하는 ‘ 떼거리 방송 홍보 전략’은 이제 고전이다. 요즘은 노래는 없고 홍보 전략만 있는 상황이다.

누가 더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홍보 전략을 구사하는가를 두고 끝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부추기는 것은 방송들이다. 문제가 많았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문화ㆍ시민 단체의 거센 폐지 요구에 직면해 MBC를 제외하곤 폐지하는 듯 했으나, 네티즌이 뽑은 인기 가요라는 모양새를 내세워 결국 순위 프로그램의 문양만 바꾸어 존속시킨 셈(SBS)이다. 또 다양한 장르의 노래 소개와 가수의 출연은 제쳐두고 10대들에게 인기가 높은 특정 가수들의 출연만을 고집하는 관행도 여전하다. 가수들의 음반 홍보의 장으로 전락한 오락 프로그램의 풍토가 개선되기는 커녕 계속 심화되고 있다. 이제는 연기력 없는 가수들에게 각종 드라마나 시트콤 등 ‘ 새로운 일자리’까지 제공하는 배려도 하고 있다.

음반 시장이 끝없이 침체하고 있는 현상이 음반 기획사와 가수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듯 인터넷의 불법 음악사이트 탓만 있는 것일까. 노래의 완성도에 초점을 맞춰 가창력으로 승부 하는 길은 외면한 채, 충격적인 홍보 전략에만 총력을 기울이는 가수와 음반 관계자의 탓은 없는 것일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음반 판매량에서 호조를 보인 가수들이 일반인과 전문가들로부터도 가창력을 인정받은 사람들로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충격적인 홍보 전략을 구사한 가수들의 음반은 판매의 순위에선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한국음반산업협회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10만장 이상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 가수들은 서태지, 신승훈, 박효신, 김윤아, 김동률 등이다. 이들 가수들은 모두 무대에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이며, 가창력을 높이 평가 받으면서 노래의 완성도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 실력으로 인정받는 풍토돼야

최근 일본의 정상급 가수 아무로 나미에가 내한 공연을 가진 바 있다. 그녀가 두 시간 동안 격정적인 춤을 추며 라이브로 소화하는 무대를 보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우리 가요계를 새삼 돌아보게 됐다. 우리에게도 물론 보아처럼 춤을 추며 라이브로 무대 공연을 펼치는 가수는 있다. 그러나 많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일본에는 제2, 제3의 아무로 나미에가 많지만 우리에게는 제2의, 제3의 보아는 적은 편이다. 이 부분에 눈을 돌려야 한다.

어떤 가수들은 물고기가 물을 사랑하듯 무대와 노래를 사랑한다. 그들은 결국 예술을 추구하는 분위기 속에서 살아난다. 반면 어떤 가수들은 무대와 노래가 아니라 경력과 성공을 사랑한다. 이들은 ‘ 무대 뒤의 분위기’ 속에서 살아난다. 첫 번째 부류의 가수들은 아름답지만 두 번째 부류는 혐오스럽다. 가수들이 이 점을 알았으면 한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6-0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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