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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의 세계] PD와 호흡 맞추기


TV 홈쇼핑 채널의 방송은 다른 방송과는 달리 대부분 생방송이기 때문에 쇼호스트, 프로듀서, 카메라 맨 등 방송에 임하는 스태프와의 호흡이 상당히 중요하다. 제 때 타이밍에 맞추어 화면을 구성하고 이와 적절한 쇼호스트의 멘트와 실연이 뒷받침 돼야만 시청자의 이해를 높일 수 있고, 그만큼 많은 주문 전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같은 제품을 같은 시간대에 방송한다 할 지라도 방송 스태프끼리의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여부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방송 스태프 중에서도 특히 쇼호스트와 프로듀서 간의 호흡은 상당히 중요하고 실제 방송에서도 서로 상황에 따라 많은 대화를 한다. 프로듀서는 방송 중 쇼호스트 귀에 꽂혀 있는 무선 수신기를 통해 주문 상황이나, 멘트 내용 등 여러 가지 내용을 쇼호스트에게 전달한다. TV 홈쇼핑 채널을 시청하면, 아무 얘기 없이 음악만 나가면서 모델의 모습이 보일 때가 있다. 이 때 프로듀서와 쇼호스트는 좋은 매출을 위해 쉴 새 없이 머리를 굴려 가며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다음 순서를 구상한다.

그런데 프로듀서마다 각각 개성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쇼호스트는 프로듀서의 개성에 따라서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필자가 홈쇼핑 채널에서 방송할 때 가장 어려움이 많았던 부분이 ‘ 간섭형 PD’와의 호흡 문제였는데, 이런 형의 PD는 쇼호스트가 실연을 하며 말을 하거나 제품과 관련한 말을 할 때, 바로 자신의 주문을 말하는 스타일이다. 생방송 중 입은 말을 하면서, 귀로는 PD의 주문을 들어 가면서 실시간으로 그 요구대로 말하는 것이다.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해 내는 것인데 여간 숙련이 되지 않고서는 상당히 힘든 일이다. 노련한 PD는 쇼호스트가 하는 말 중 문장 하나가 끝날 때마다 1~2초도 되지 않을 그 짧은 시간에 얘기를 하고, 쇼호스트는 자신의 말과 PD의 요구를 적절히 조합해 멘트를 정리해 나간다. 필자도 이런 과정을 거의 매일 겪지만, 지금까지 무리 없이 잘 해 온 것이 신기할 정도다.

두 번째는, ‘ 과다 요구형’이다. PD는 쇼호스트의 멘트가 잠시 쉬는 짧은 시간에 내용 주문을 하는데, 한 두 가지 정도가 아니라, 7~8가지를 동시에 말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 한 두 가지를 언급하다가, 이것 저것 다 말해 버리는 형이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머리 좋은 쇼호스트라도 한계가 있어서 정작 중요한 것은 말을 못하고, PD가 얘기 했던 것 중 가장 중요하지 않고 마지막 순서에 한 얘기,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내용을 말하는 경우가 있다. 누구나 피해야 할 실수이지만, 주문 전화 수는 욕심 같지 않고, 시간까지 없다 보면 맘만 다급하고…. 사람끼리 모여서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실수이기도 하다.

다음은 ‘ 양치기 소년’형이다. 노련한 쇼호스트라도 콜 수가 적으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필자도 대충 쇼호스트 얼굴만 보면 그 제품이 잘 나가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데, 이런 노출을 감추고 흥겨운 분위기를 내기 위해, PD는 선의의 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

“ 콜 너무 많아요. 좀 더 분위기 띄워서.. 오케이?”, “ 아 좋아! 오늘 대박이다.” 이런 말을 듣는 쇼호스트는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고 한 층 더 목소리를 높여서 힘차게 말을 한다. 하지만 정작 결과는 분위기와는 정반대일 때가 있는데, 처음 필자가 이런 경우를 당했을 때는 PD을 원망했지만, 지금은 좋은 방송을 위한 노력의 하나라고 이해 한다.

이런 세 가지 형의 PD와는 달리, 아예 쇼호스트에게 모두 맡기고 아무 언급도 없는 ‘ 침묵리우스’형도 있다. 밥상은 모두 차려 놨으니 알아서 씹어 먹든 말아서 먹든 네 맘대로 해봐라 식인데 이런 형은 쇼호스트 입장에서는 오히려 신경이 더 쓰이고 준비도 더 치밀하게 할 수 밖에 없다.

프로듀서도 쇼호스트와 마찬가지로 방송 하나를 끝내고 나면 모든 피곤이 몰려오고 탈진에 가까울 정도로 힘이 빠진다고 하는데, 어떤 형의 프로듀서든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쇼호스트는 프로듀서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만,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쇼호스트를 포함해서 방송에 참여하는 모든 스태프들과 완성도 높은 방송을 위해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많을 수 밖에 없고 준비 과정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프로듀서는 어떤 직종보다도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새벽 한 시가 넘은 지금 이 시간도 보다 좋은 방송을 위해 사무실 불을 밝히고 있을 모든 PD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문석현 CJ 홈쇼핑 쇼호스트 moonanna@cj.net


입력시간 : 2004-06-0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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