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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형> 공개 촬영 현장
'무등산 타잔' 박흥숙의 일대기 재현



6월 21일 오전, 전라남도 순천 시내의 외곽에 위치한 매산여고 강당. 이 곳에서는 고주원, 이종수, 김규리 주연의 액션 영화 <형>의 촬영이 한창이었다. 이날 촬영분은 극중 악역인 정두수(이종수 분)가 교장 선생의 길게 늘어지는 축사를 참지 못하고 졸업식장을 뛰쳐나가는 장면. 이 한 컷을 준비하기 위해 스텝들은 벌써 한 시간도 넘게 세트장을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촬영 현장을 찾은 십 여 명의 기자들은 세트장이 마련되는 틈을 타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고주원 그리고 이종수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이 영화의 연출자인 박우상 감독도 함께 했다. <신라의 달밤>, <아 유 레디> 등 그간 여러 영화에 출연해 왔던 이종수는 시종 여유만만한 모습으로 기자들과 대면했다. 그에 비해 영화에 처음 출연하는 고주원은 상당히 긴장한 모습이었다. “ 아직 연기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래도 이번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서글서글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는 고주원에게 어느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 아니, 연기에 대해 잘 모른다면서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것은 어떻게 알죠?” 이런 장난기 섞인 질문으로 기자간담회 장소는 잠시 유쾌할 수 있었다.

영화 <형>은 1970년대 말 전라남도 광주의 빈민촌에서 실제로 있었던 ‘ 무등산 타잔 사건’을 영화화한 것이다. 박흥숙은 혼자 철거반원 십 여명과 싸워 네 명을 죽인 혐의로 1980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비운의 실존 인물. 본인이 광주 출신임을 밝힌 박 감독은 아주 오래 전부터 박흥숙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노라고 말했다. “ 이 영화 준비하면서 취재 많이 다녔어요. 박흥숙이 감옥에 있을 때 같이 있었던 5ㆍ18관련 수감자 정상용씨를 어느 날 만났는데, 그 사람이 나한테 이렇게 말하더라고. ‘박흥숙, 무등산 타잔! 그 사람은 빈민의 영웅이요’라고 말이오.” 박 감독과 마찬가지로 고주원도 자신이 광주 출신임을 밝혔다. “ 제 고향집이 전라도 광주예요. 그래서 그런지 저희 부모님 세대들은 박흥숙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더라고요. 어릴 적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박흥숙에 대한 어르신들의 평가는 대체로 ‘ 싸움 잘한다, 공부 잘한다’였던 것 같아요.”

액션 영화를 표방한 이 영화는 박우상 감독의 ‘ 남다른’ 액션관 덕에 배우들과 스턴트맨들이 고생을 많이 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이종수의 한탄 섞인 말들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 힘들다는 말밖에 안 나와요. 감독님이 무리하게 요구하는 게 많죠. 액션 장면을 찍을 때도 때리는 흉내내지 말고 실제로 때리라고 지시하세요. 촬영하다가 사고가 나도 감독님은 꿈쩍도 안 하세요.” 아무래도 이종수가 그 동안 박 감독에 쌓인 게 많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곧 이어지는 이종수의 말은 박 감독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한없이 묻어나는 듯 했다. “그래도 단 둘이 있을 땐 다정다감하고 애교를 참 많이 떠시죠(웃음). 연출자의 위치에 있으시니까 중심에 서야하기 때문에 촬영 중 사고가 나도 눈 하나 깜짝 안 하시지만 속으로는 걱정 많이 하고 계시다는 거 잘 알아요.” 박 감독은 너털웃음과 함께 이종수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그 순간 필자의 머리를 스쳐가는 기억이 하나 있었다. 바로 전날 술자리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박 감독이 내뱉던 말. “그 놈, 촬영하다가 제 팔뚝 부러졌는데도 말 안 하더라고. 괜히 자기 때문에 촬영 중단될까 봐. 우리 종수 요즘 정말 예뻐 죽겠어…….”



이휘현 자유기고가 noshin@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6-3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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