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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타운] <터미널>
가슴 훈훈한 인간성의 승리
국제미아 된 한 인간의 이야기, 유려한 카메라 워킹과 구성 돋보여






영화 <터미널>은 거장 스필버그의 대표작이 되기에는 너무 작은 이야기라는 운명을 타고 났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의 수많은 걸작 중에서 그저 이 영화는 쉼표를 찍는 듯한 느낌의 소품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의 퀄리티가 다른 영화보다 작아보이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거장이란 그래서 거장일 것이다. 그의 작품 중에선 상대적으로 뛰어나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는 평범한 감독의 수많은 영화보다도 뛰어나다.

그라코치아라는 가상의 동유럽 국가의 평범한 중년남자 빅토르 나보스키(톰 행크스)가 뉴욕인듯한 미국의 공항에 도착한다. 그런데 입국서류를 받기 직전 그의 나라에 쿠데타가 일어나고, 그래서 그의 여권은 법적으로 결격 사유가 생기고, 따라서 그는 그 공항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늘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려는 공항의 관리(스탠리 투치)는 어떻게든 그를 공항에서 몰아내려 하면서 그에게 갈등의 상황이 닥친다.


- 경직된 시스템 감화시킨 인간미

파리 드골공항에 실제로 몇 년 동안이나 발이 묶여 있어야 했던 한 이란 남자의 실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는 하지만 이 영화가 출발하는 점은 이처럼 “공항이라는 특수한 배경에서 꼼짝 못하고 묶여버린 한 남자”라는 흥미있는 설정이 모든 걸 말해주는,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컨셉 무비다. 광고 한 줄만 보더라도 관객은 ‘도대체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가 궁금해지는 그런 소재다. 하지만 손쉽게 흥미를 유발하는 소위 ‘컨셉 무비’는 심도 없는 캐릭터와, 진부한 이야기 전개라는 함정으로 역시 손쉽게 빠져버릴 가능성이 많다. 컨셉에 이끌려 영화관을 찾았다가, 그 컨셉의 ‘약발’이 떨어지는 중반 이후부턴 뻔한 이야기로 전락해 버리는 영화들을 관객들은 수도 없이 봐왔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본다면 <터미널>은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의 호기심과 주인공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균일하게 유지해 주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흥미유발을 위해 주인공의 캐릭터를 이리 저리 튀게 만드는 오류를 범하지 않고 일관성 있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톰 행크스는 정직하고, 다른 사람을 속이는 일이라고는 꿈도 꾸지 않을 듯한, 그리고 죽을 때까지도 인간의 진심을 믿을 듯한 그런 사람이다. 그런 그의 순진함이 맞서기에는 미국 최대 도시의 공항이라는 시스템은 지나치게 딱딱하고 거대하기만 하다. 하지만 영화는 그 속에서 차츰 자신만의 신념과 진심으로 그 속에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나가며 점차 그 시스템을 감화시켜 버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낸다.

자신을 비밀 요원으로 의심했던 공항 청소부, 싸늘한 표정으로 입국허가서 찍기를 거부하던 담당 여직원이나 결코 자신의 편이 되어줄 수 없던 공항 경비요원 등은 조금씩 주인공의 인간성에 감화되어 모두 그의 편이 된다. 여기에 주인공은 여 승무원 캐서린 제타 존스와 사랑에 빠지기까지 하는데, 처음엔 단어 하나를 더듬거리던 영어 실력이었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나폴레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조금씩 영어를 익혀 나중엔 프랑스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데까지 이르는 것이다. 인간의 진심이라면 어떤 상황과 거대한 시스템이라도 돌파할 수 있다는 프랑크 카프라식의 소박한 인간에 대한 믿음이 이 영화를 끌고 나간다.

21세기의 제임스 스튜어트 (프랭크 카프라 영화의 단골 주연배우)이라 할 톰 행크스의 연기는 이 영화의 핵심이다. 어눌한 영어 연기 같은 기술적인 측면 말고도, 따뜻한 인간애를 가진 코믹한 캐릭터를 우스꽝스럽지 않게 그려내는 그는 한편으로는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처럼 땅 위의 섬과 같은 공항이라는 상황을 씩씩하게 헤쳐나가면서도, 한편으로는 ‘포레스트 검프’처럼 순진함 하나로 주변사람들을 물들이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를 정확하게 그려낸다. 여기에 정교하게 배치된 인도 출신의 청소부 이야기나, 입국허가서 담당 여직원과 사랑에 빠진 기내식 담당직원 등의 에피소드 역시 겉돌지 않고 주인공의 상황 전개와 맞물려가면서 흥미를 돋군다.


- 특급감독과 특급배우의 만남

이 영화는 톰 행크스라는 특급배우와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특급 감독이 만났을 때 기본적인 프로덕션 밸류가 어느 정도로까지 갈 수 있나를 한눈으로 보여준다. 공항전체를 세트로 만들어 그 속에서만 촬영이 이루어지는데도 전혀 답답함을 느낄 수 없는 어마어마한 프로덕션 규모, 한치의 오차도 없어 보이는 듯한 유려한 카메라 워킹과 편집, 그리고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코믹한 에피소드와 조연들까지 어디 하나 빈 구석 없이 초특급 일류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듯한 느낌을 던져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고급 레스토랑의 음식에서조차 뭔가 허름한 맛집의 손맛을 그리워하듯 영화가 던져주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주인공이 왜 그토록 뉴욕에 가고 싶어했는가 하는 비밀이 마지막에 밝혀질 때다. 사실 두시간여 그 비밀을 기다려온 관객에겐, 그리고 영화속 시간으로는 아홉달이나 그 속에 머물러야 했던 주인공의 간절한 사연에 비해선 그 막판에 밝혀지는 비밀은 지나치게 ‘인공적으로 정교하게 고안된’ 느낌이어서 김이 빠지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를 잘 보고 돌아선 뒤에도 뭔가 허전해지는 것 역시 확실히 비자를 찍어주는 나라에서 만든 영화라서 그런지, 모든 것이 너무 낙관적이기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에 근거를 둔 영화라지만, 주인공처럼 입국대에서 벌벌 떨며 그들의 허락을 기다려야 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이 영화 같은 낙관주의는 그저 너무나 허구적인 ‘픽션’일 뿐 그다지 깊은 진정성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시네마타운 단신
  


■ 멀티플렉스 CGV, 취업설명회 개최

멀티플렉스 체인 CGV㈜는 CGV취업을 희망하는 대학 3-4년생 640여명을 초청, 9월9일과 10일 이틀간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서울 상암점과 대전점에서 취업설명회를 개최한다. 이 행사는 일반 취업설명회와는 달리 오는 9월 추석 전후 개봉 예정인 ‘슈퍼스타 감사용'이란 영화를 관람하면서 CGV슈퍼바이저 채용정보와 업무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행사참가 희망자는 CGV홈페이지(www.cgv.co.kr)를 통해 오는 9월 5일까지 참가신청을 하면 된다.


■ <하류인생> 등 4편 후쿠오카 영화제 초청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을 비롯한 한국 영화 네 편이 9월10일 일본에서 개막하는 ‘포커스 온 아시아 2004-후쿠오카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영화제 홈페이지(www.piff.or.kr)를 통해 ‘하류인생’과 ‘아홉살 인생’(윤인호), ‘안녕 유에프오’(김진민), ‘화이트 발렌타인’(양윤호) 등 네 편이 이 영화제에 초청됐으며 영화제 기간인 9월 15일에는 한국 영화에 관한 포럼도 마련된다고 전했다.





이윤정 영화평론가 filmpool@naver.com


입력시간 : 2004-08-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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