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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국남의 방송가] 드라마 간접광고 '꼼수'
교묘하게 그리고 노골적으로…
재벌 2세·전문직업인 앞세운 특정업체의 다양한 상품광고 '편법'




'파리의 연인'의 한 장면



농구 경기는 원래 전ㆍ후반전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어느 날 4쿼터제로 규칙이 바뀌었다. 사람들은 다만 박진감 있는 농구 경기와 선수보호 차원에서 룰이 변경됐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방송사의 이윤추구 탐욕이 숨어 있다. 미국 방송사들이 농구중계를 하며 보다 많은 광고를 챙기기 위한 의도였다. 전ㆍ후반으로 중계할 때보다 4쿼터제로 할 경우 광고를 보다 많이, 보다 용이하게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방송 중계를 무기로 미국프로농구협회에 룰 변경에 대한 의사를 표명했고 이것이 관철돼 모든 농구경기의 규칙이 4쿼터제로 전환됐다.

아마추어리즘을 강조하는 올림픽을 상업성으로 오염시키는 주범은 바로 방송사로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이 같은 특성이 여실히 나타났다. 중계권을 갖고 있는 미국 NBC의 상업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NBC가 경기를 중계하면서 특정 기업의 광고판에 카메라를 의도적으로 갖다 대며 간접광고 아닌 직접광고로 이득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의 간접광고의 폐해는 스포츠 경기 방송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경우 요즘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방송되는 대부분의 드라마에 예외 없이 등장하는 재벌 2세나 화려한 전문직 직업군들은 방송사의 상업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농구 4쿼터와 특정업체의 상호에 카메라 초점 맞추기와 같은 기능을 한다.


- 드라마 완성도 떨어뜨리는 원인

최근 들어 트렌디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홈드라마에도 예외 없이 등장하는 드라마 속 재벌 2세는 드라마를 볼모로 한 간접광고의 폭을 확대하기 위한 전진기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벌 2세의 드라마 고정배치는 한국 드라마를 제작하는 주체, 방송사, 그리고 스타들의 문제가 총체적으로 응집된 것으로 이것은 드라마의 소재, 작가의 창작의 자유, 드라마의 완성도를 크게 훼손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벌 2세나 의사 변호사 기획실장 등의 등장은 이들이 서민이나 중산층 캐릭터보다는 상대적으로 소비의 폭이나 강도에서 광범위하고 화려해 다양한 상품을 광고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재벌 2세가 속한 기업이 극중 무대로 등장할 수밖에 없어 특정업체를 광고하기 매우 쉬운 이점이 있다.

최근 높은 관심 속에 끝난 SBS ‘파리의 연인’을 한번 살펴보자. 극중 재벌 2세 한기주(박신양)의 기업 GD자동차는 로고도 비슷한 GM대우를 간접 홍보한 것을 비롯해, 기주가 태영(김정은)에게 준 휴대폰 선물은 팬텍&큐리텔 제품이며, 기주의 애인인 태영이 근무했던 영화관은 CGV복합상영관 등이다. 그야말로 재벌 2세 한기주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파리의 연인’은 간접광고 대행진과 다를 바 없었다.

클럽 메드를 거의 직접 광고하는 수준까지 극중에서 노골적으로 간접 광고한 MBC ‘황태자의 첫사랑’ 역시 재벌 2세가 등장해 각종 제품을 시청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간접광고하고 있다. 여기에 ‘풀 하우스’에서처럼 특정 스타들이 개별적으로 협찬을 받은 의류 액세서리 등까지 겹쳐 그야말로 드라마는 ‘50분물 광고’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황태자의 첫사랑'의 한 장면

이러한 간접광고의 범람은 드라마 제작을 둘러싼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우선 방송사는 외주제작사에 드라마 방송을 계약할 때 회당 6,500만~7000만원을 지급하는데 외주제작사의 회당 제작비는 1억2,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에 달해 제작비의 부족분을 간접광고 협찬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외주 제작사가 방송사와 계약을 따내기 위해 인기 스타들을 대거 출연시켜 스스로 출연료를 높이는 자충수를 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 간접광고 염두에 둔 극본 집필

이 때문에 외주 제작사들이 A∮ㅀ磁?할 수밖에 없어 재벌 2세 등 특정 캐릭터의 등장을 필수 조건으로 드라마 기획서를 작성하고 특정 제품을 극중에 보여주기 위해 상황 설정이나 대사 등을 조정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작가는 자신의 창의성이나 드라마의 완성도보다는 간접광고 제품을 염두에 두고 극본을 집필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 또 연기자도 다른 연기자의 호흡이나 연기 동선을 따라가며 연기를 하기보다 특정 제품을 돋보이게 연기를 하는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빚어지기 일쑤다. 그야말로 드라마 전개를 위해 소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소품을 위해 드라마가 전개되는 양상이 돼 버린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로 발생되는 드라마의 간접광고의 홍수는 특정 캐릭터의 반복과 소재와 무대 제한을 초래해 다양한 연령층과 계층, 직업군의 등장을 봉쇄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 드라마의 발전을 가로막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처럼 방송사 드라마에서 간접광고가 횡행하는 데에는 방송위원회의 솜방망이식 징계와 늑장 대응도 한 몫 거들고 있다. 방송위가 ‘파리의 연인’과 ‘황태자의 첫사랑’에 대한 비판여론이 들끓자 드라마 종반부에 가서야 관련자 징계와 시청자 사과명령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은 이 같은 태도를 잘 보여준 것이다.

물론 방송사나 외주제작사에선 한류의 열기로 우리 드라마가 외국에 방송돼 한국 제품의 업체를 수출하는 홍보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에 간접광고에 대한 규제와 인식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간접광고의 폐해가 훨씬 크고 간접광고로 인해 드라마라는 문화작품이 훼손되는 역기능이 훨씬 많기에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또 거액의 협찬금에 대한 계약 내역이 투명하지 않아 방송사나 외주제작사의 간접광고 규제 완화의 목소리는 더더욱 설 자리가 없다. 이제 특정업체의 제품을 광고하기 위해 드라마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를 위해 소품이 존재하는 제대로 된 드라마 환경으로 바뀌어야 한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5@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8-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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