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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닉 탐방] (29) 구고 한의원 < 만성피로 >
피곤한 당신 , 어여와!
기와 혈 잡아주고 손상된 오장육부를 탄탄하게
부작용 없고 저항력도 강화…1주일이면 딴사람




김호순 원장이 환자를 진맥하고 있다.
/ 임재범 기자



‘몸이 나른하고 기운이 없으며 모든 일에 의욕이 없다. 충분히 잠을 잔 것 같은데도 아침이면 일어나기 힘들고 몸이 개운치가 않다. 몸이 무기력해지는가 하면 매사에 흥미도 없고 짜증스럽기만 하다.’

충분한 휴식을 취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각종 검사를 받아보기도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럴 땐 본인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꾀병환자로 눈총을 받는다.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고 피로가 누적될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신체기능이 저하돼 극심한 피로가 나타나는 증상이 바로 만성피로증후군(CFSㆍChronic Fatigue Syndrome)이다.


- 피로 두통 6개월이상 지속땐 의심

서울 종로구 경운동 구고 한의원(원장 김호순)은 이처럼 이유없이 피로감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곳이다. 교통편이 편리하지는 않지만 효과를 본 사람들이 십 수년을 꾸준하게 찾고 있어 예약환자만 진료한다. 김호순 원장은 “피로하다는 것은 개인별로 편차가 있는 매우 주관적인 것이지만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피로감은 우리 몸이 휴식을 요청하는 일종의 구조신호이기 때문에 잘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만성피로는 생리적인 피로가 아닌, 질병의 개념으로 충분한 휴식에도 불구하고 무력감, 쇠약감 등을 느끼는 증상이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의학적으로는 충분한 휴식을 취했는데도 피로가 1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병적 피로이며,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이미 만성피로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정의한다.

당장 생명에 위협이 되는 질환은 아니지만 방치할 경우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을 받는 것은 물론 가족과 직장, 사회생활에서 고립되어 대인관계에 나쁜 영향을 준다. 성장기의 경우 두뇌 손상으로 학습능력을 저하시키고 인격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례로 호주의 한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면시간부터 17시간 정도 수면을 이루지 못해 피로해지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운전면허 정지사유), 28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0.1%(면허취소) 상태의 사람과 동일한 수준의 행동장애가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에서 작성한 진단기준에 따르면 심한 피로, 미열, 목의 통증, 관절통, 근력저하, 두통, 정신착란, 기억상실, 시각장애 등 신경계 증상과 수면장애 등 11개 항목 중 8개가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만성피로증후군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조사결과를 종합해 보면 만성피로는 환자의 70∼80%가 활동성이 강한 25∼45세 여성이다. 만성피로에 대한 임상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 고학력의 젊은 여성에게서 다발하며 남성환자에 비해 발병률이 4배 이상 높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만성피로는 아직 실체를 정확히 규명할 수 있는 진단지표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여서 다른 질병을 만성피로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질병이 빈혈과 당뇨병, 신장염이다. 이들 질병들은 공통적으로 나른한 증상을 특징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만성피로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지만 원인은 크게 다르다.

우선 빈혈은 온몸이 어딘지 모르게 나른하고 가벼운 운동에도 가슴이 뛰고 숨이 차며 졸음이 몰려오고 아침에 일어나면 두통과 함께 머리가 무겁고 몸이 개운치 않은 증상을 나타낸다. 따라서 증상이 지속될 경우 만성피로를 의심하기도 하지만 빈혈은 원인이 혈색소의 부족으로 산소 운반능력이 저하되면서 그 같은 증상을 보인다.

당뇨병도 전형적으로 나른하고 지치는 증상을 수반하고 갈증과 함께 손발 저림, 무기력, 체중저하, 시력저하 등을 보이지만 췌장기능의 이상으로 인슐린이 생성되지 않거나 부족한데 기인한다. 신장염 역시 말로 설명하기 힘든 피로와 권태감, 얼굴이나 손등의 부종, 소변불리, 머리가 무겁고 구토감을 느끼게 되는데 원인은 세균감염에 의한 것이다.


- 氣 북돋아 주거나 조혈기능 강화

구고한의원 김호순 원장이 환자에게 침시술을 하고 있다.

김 원장은 “한의학에서는 만성피로를 허증(虛症) 또는 허로(虛勞), 노권상(勞倦傷), 기허(氣虛) 등으로 지칭하며 환자의 증상과 체질을 고려해 처방을 하면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증 또는 허로란 건강한 상태와 질병에 걸린 상태의 중간단계로 팔과 다리에 힘이 없고 피로하기 쉬운 상태. 지나친 심신의 피로가 인체 내 오장을 상하게 한 것이 원인이다. 한의학에서는 기와 혈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건강이 유지되는 것으로 본다. 과도한 육체노동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 지나친 성생활, 운동부족에 의한 기혈순환의 장애, 장부의 손상, 장기간에 걸친 투병생활, 과도한 음주와 흡연, 영양실조 또는 빈혈 등으로 체내의 기와 혈이 균형을 상실해 오장육부 기능을 상하게 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한의서에서도 허증의 여러 증상을 설명하고 있다. 즉 전신 권태감과 불면증, 현기증, 팔다리 무력감, 식욕부진, 오심구토, 식은땀, 무기력, 나른함, 체력저하 등이 나타나며 원인은 심신의 극심한 피로가 오장을 상하게 한데 기인한다고 전한다.

따라서 만성피로의 한방치료는 기와 혈의 균형을 잡아주고 이를 통해 오장육부의 기능을 강화시키는데 주안점을 둔다. 스트레스와 두뇌활동의 과다, 신경과민 등으로 인체의 기가 부족해 발생했을 경우 기운을 북돋아 주고 인체 저항력을 강화시켜주는 약물을 처방 한다. 또 체력유지에 필요한 절대 영양소의 부족으로 조혈기능이 저하됐다면 조혈기능을 강화시킨다. 한약으로 치료를 할 경우 빠르면 1주, 늦어도 2~3주 전후로는 증상 개선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올바른 영양섭취와 함께 적당한 운동도 필요한데 특히 중년 이후에는 정신상태가 건강에 주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항상 명랑하고 유쾌한 기분으로 생활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김 원장은 “수시로 입맛은 어떤지, 잠은 잘 자는지, 신경이 예민하여 졌는지, 대소변과 호흡, 맥박, 체온, 혈압, 몸무게의 변화는 없는지, 생리는 순조로운지를 점검하여 스스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 조속히 전문의와 상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02) 743-5577



박상영 서울경제신문 건강의료전문기자 sane@sed.co.kr


입력시간 : 2004-09-0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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