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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비평] 야수가 되어버린 왕자의 사랑찾기
세계 5대 뮤지컬 자처, 1994년 초연 이후 장기공연



뮤지컬 <미녀와 야수>가 8월부터 엘지 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이다. 연출 및 의상 등 디즈니의 기술지원을 받아 한국배우들이 우리말로 공연한다. 뮤지컬은 유럽의 오페레타가 미국의 춤과 노래와 결합하여 생긴 장르이며, 세계 4대 뮤지컬로 <캣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을 일컫는다. 5대 뮤지컬을 자처하는 <미녀와 야수>는 브로드웨이에서 1994년에 초연된 이후 장기 공연중이며,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뮤지컬 중 하나이다. 중세의 전설을 바탕으로 18세기 프랑스에서 보몽 부인이 다시 쓴 이 이야기를 필자는 세계명작동화 프랑스 편을 통해서 처음 읽었다. 이후 대학시절 프랑스 문화원에서 시인 장 콕토가 감독한 환상적이고도 우울한 흑백영화로 만났다. 세월이 흘러 아이와 관람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명랑하고 경쾌한 분위기에 실사처럼 섬세한 얼굴표정 변화가 놀라웠다. 이제 뮤지컬로 만나는 <미녀와 야수>, 그 오래된 이야기가 빛을 바래지 않고 매체를 달리하여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야수가 되어버린 왕자의 진실한 사랑 찾기

그것은 <미녀와 야수>가 외관을 넘어선 진실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며 이는 여전히 우리의 중요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 누추한 모습의 노파를 업신여겨 호의를 베풀지 못한 오만한 왕자가 야수가 되어버린 이야기는 우의적이다. 노파는 요정인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고 왕자와 그가 사는 성 전체에 마법의 벌을 내린다. 요정이 건네준 장미가 시들기 전까지 왕자는 사나운 야수의 외관을 하게 된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을 찾아야만 한다. 외모만을 가지고 사람을 잘못 판단한 왕자에게 야수라는 자신의 외모가 주는 핸디캡을 스스로 극복해야만 하는 벌은 논리적이다. 장미는 시들어가고 성의 시종들은 점차 사물이 되어간다. 왕자가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모두 죽음에 이를 것이며 이제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시종들의 신체에 진행되는 사물화의 과정은 곧 사랑이 없는 삶은 죽은 사물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시들어가는 장미는 삶의 유한성을 상징한다.


- 인물들의 분명한 성격, 그러나 지나친 단순함은 경계해야

뮤지컬 <미녀와 야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주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공연되기 때문에 유머가 중시되고 시각적인 버라이어티 쇼의 요소가 강화되었다는 점에서 소설이나 영화와는 분위기나 색채가 상당히 다르다. 소설에서는 벨이 언니들처럼 여행선물을 부탁하는 대신 마음에도 없이 청한 넝쿨 장미 한 송이를 아버지가 꺾다가 장미를 아끼는 야수의 노여움을 사게 되는 것으로 설정된다. 소설과 영화의 환상적이고 신비한 세계는 선과 악이 분명한 갈등구도를 이루는 애니메이션과 뮤지컬에서 대체로 단순화된 캐릭터가 유발하는 희극성과 오락성으로 대체된다.

벨은 세상을 향해 열린 호기심을 가진, 적극적이고 생에 대한 태도가 분명한 여성이다. 그녀는 가스통의 남성적인 외모나 자기도취적 성격보다는 무서운 모습을 가졌으나 세심한 배려를 하는 야수의 진심을 이해하고 그에게 호감을 갖는다. 그녀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아는 안목을 가진 여성으로 그려진다. 벨이 야수의 멋진 서재에서 <아서 왕> 이야기를 읽어주고, 서로 마음의 벽을 허물며 친밀감을 쌓아가는 장면은 궁극적으로 두 사람이 추구하던 마음의 길이 하나였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인물들의 분명한 성격화도 필요하지만 그들의 내면이 육화되고 제대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전체 줄거리의 흐름을 따르면서도 좀더 섬세하고 진지한 톤의 연출이 요구된다. 가스통이 극에서 야수와 대비되는 갈등구조의 한 축을 형성하는 인물로 그려지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의 성격이 관객의 웃음을 위해, 또는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그대로 반영하여 지나치게 만화적으로 그려진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가스통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그의 노리개 역할을 하는 바보 르푸는 심리가 없고 희극적인 만화 캐릭터의 가장 구체적인 예가 된다. 르푸가 한 번이라도 늘 당하기만 하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회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더 인간적이었을 것이? 반면 미시즈 폿츠, 뤼미에르, 콕스워스, 바베트 등 성의 시종들은 아기자기한 각자의 역할을 주연 이상으로 잘 수행하며 매력을 발산했다. 이들은 매우 호감을 주는 캐릭터들이어서 그들의 운명이 달린 벨과 왕자의 사랑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기를 관객들도 소망하게 된다. 점차 사물화 되어가는 신체에 대해 초조해하고 다시 사람이 되기를 열망하는 마음이 이들의 노래 ‘다시 사람이 된다면(Human again)’에서 그대로 읽혀진다.


- 시청각적으로 화려한 버라이어티 뮤지컬

뮤지컬 <미녀와 야수>의 강점은 역시 관객에게 대단한 시청각적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성에서 숲으로, 다시 성의 다른 부분으로 회전과 이동을 통해 눈앞에서 순식간에 변화하는 신속한 무대전환은 마술적이다. 특히 벨과 왕자의 첫 저녁 식사 장면에서 등장한 다양한 캐릭터들의 무대는 단연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브로드웨이 대작 뮤지컬다운 화려함의 극치를 선보인다. 세련된 의상과 적절한 조명, 서곡부터 관객을 매혹하는 오케스트라의 인상적인 연주(바그너 오페라 <발퀴레>의 음악과 브륀힐데를 닮은 인물이 카메오처럼 등장한다!), 배우들의 가창력, 특수효과 등이 한데 어울린 <미녀와 야수>는 올 하반기 가장 주목받는 뮤지컬 작품 중의 하나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야수가 왕자의 모습을 되찾는 애니메이션의 장면을 기억하는 관객은 뮤지컬에서도 마술적인 변신장면을 기대하셔도 좋겠다.

* 때 2004년 8월8일~open run |* 곳 엘지아트센터 | * 연출 로버트 제스 로스 |* 대본 린다 울버튼 | * 음악 앨런 맨켄 |* 출연 현광원, 조정은, 이정용, 이인철, 송용태, 문의경, 성기윤, 김기순, 정영주, 박계환, 강대욱, 이현성, 김동현 외. | * 문의 엘지 아트센터 2005-0114




송민숙 연극평론가 ryu1501@kornet.net


입력시간 : 2004-09-0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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