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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멋집] 카레 전문점 <타고르>
항긋하고 부드러운 퓨전의 맛



단 한번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는 음식이 무언지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카레를 꼽겠다. 인도를 대표하는 가장 서민적인 요리인 카레는 ‘커리(Curry)’가 정식 명칭이다.

특유의 향과 색 때문에 20대에는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그다지 반기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심할 경우에는 ‘카’라는 말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이 있다. 남성이라면 대부분 군대에서 맛 본 멀건 카레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이다. 사실 기본적인 야채만 있으면 손쉽게 끓일 수 있으니 단체 식사를 마련하는 데 카레만큼 간편한 것도 없다.

그렇지만 그 기억으로 카레를 싸구려 또는 대충 먹는 음식으로 생각했다가는 적잖이 당황하게 될 것이다. 요즘처럼 몸에 좋은 것꽤나 챙기는 시대에 카레가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카레 안에 들어있는 갖가지 약초와 허브가 몸과 마음을 맑게 해주는 역할을 해 병을 없애주고 장수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또 카레 특유의 매운맛은 식욕을 자극하면 뒷맛을 개운하게 해준다.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도 정통 커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이 문을 열면서 미식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정통이라는 것이 자칫하다가는 거부감을 갖게 할 수도 있어 두 번 이상 발걸음을 옮기지 않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만 홍대 입구에 자리한 타고르는 다르다. 타고르에는 정통과 한국식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독특한 카레를 만날 수 있다. 정통도 좋지만 한국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주인 김광호씨의 설명이다. 공항터미널 예식부 등 호텔 외식업계에서 쌓은 노하우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10년 전 타고르를 만들었다. 이곳 커리들은 모두 김 사장 고뇌의 산물이다.

남들과 달라도 많이 다르다. 갖가지 해물을 넣은 해물카레를 비롯해 돈까스나 비프까스 위에 카레 소스가 뿌려져 나오는 것은 물론 람부탄이나 리치, 롱간과 같은 과일을 넣은 카레도 있다. 가장 돋보이는 메뉴는 돌솥카레. 전혀 어울릴 것 같아 보이지 않는 나물과 카레가 만나 기막힌 조화를 이뤘다. 고추장이 아닌 노란 빛깔의 카레에 슥슥 비벼 먹는다는 점이 독특하다.

타고르에 들어서는 순간 향긋한 카레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카레 집에서 카레 냄새 나는 건 당연지사지만 이는 매장 구석구석에 오랫동안 배인 깊은 냄새다. 그도 그럴 것이 타고르식 커리 원액을 거의 매일 만들기 때문이다. 강하고도 자극적인 카레 맛을 줄이기 위해 24시간 숙성을 기본으로 한다.

원액을 만드는 과정은 꽤 복잡하다. 닭발과 사과, 귤, 파인애플을 뭉근하게 끓여 육수를 내 강황을 비롯한 20여 가지의 향신료와 와인 등을 넣어 걸쭉하게 만들어 숙성에 들어간다. 고체 상태로 굳기 때문에 달구어진 냄비에 양념들과 섞이면 자연스럽게 녹는다. 과일이 맛의 기본을 이루어서 그런지 향긋하고 깊은 맛이 여운을 남겨준다.

▲ 메뉴 : 해물카레 8,000원, 돈까스카레 5,500원(중)~6,000원(대), 비프, 치킨카레 5,500원, 람부탄카레 7,500원, 리치카레 7,000원, 롱간카레 6,500원, 돌솥카레 5,500원, 해물돌솥카레 6,500원. 건포도 란 5,000원, 치즈란 6,000원. 후식 제공.

▲ 영업 시간 : 오전 10시 30분~밤 10시까지. 명절만 휴무.

▲ 위치 : 홍익대 정문 맞은편에서 극동방송 방향으로 약 300m. 02-326-0998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


입력시간 : 2004-11-0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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