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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국남의 방송가] 드라마 외주제작의 빛과 그림자
뿌리 깊어지는 시청률 지상주의
방송 인프라 확충 긍정적 측면 불구 내용보다는 볼거리에 치중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를 꼽으라면, KBS ‘해신’ ‘사랑한다 미안하다’ MBC ‘왕꽃 선녀님’, SBS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등이다. 시청률 상위 드라마들이다.

시청률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방송 3사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드라마 분야에서 KBS가 올해 선두를 달렸다. KBS가 드라마에서 시청률 선두를 줄곧 차지한 것은 그야말로 예외적인 상황이다. KBS를 드라마 왕국으로까지 부상시킨 드라마는 ‘풀 하우스’ ‘두번째 프로포즈’ ‘애정의 조건’ ‘오!필승 봉순영’ 등이다.

이 두 가지 상황을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외부제작사가 만든 드라마라는 점이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나 KBS를 드라마 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드라마들은 방송사 자체 제작이 아닌 외주 제작사의 드라마다.

외주 제작제는 1991년 방송 인력과 인프라의 확충, 프로그램의 다양성 확보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미국이나 일본, 영국 등 방송 선진국의 경우는 뉴스를 제외한 드라마를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의 제작은 주로 외주 프로덕션에서 하고 있으며 방송사는 편성권, 송출권만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제작권과 편성권, 송출권을 모두 방송사에 갖고 있어서 그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외주 제작제가 도입된 것이다.

• 외주제작비율 증가로 부작용 속출
방송법상 방송사는 40%선 이내에서 외주 제작사의 프로그램을 방송할 수 있다. 현재 방송사별 외주 제작 비율은 35%선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외주 제작 비율이 높은 것은 드라마다. SBS 구본근 책임 프로듀서는 “드라마 분야가 외주제작의 비율이 매우 높은데 심한 경우 70%선에 육박한다. 앞으로 드라마의 외주제작 비율은 증가했으면 했지 감소하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한다.

구 PD의 전망처럼 드라마는 현재 제작 환경상 외주제작 작품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처럼 드라마 외주제작이 증가하는 추세에는 문제는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선 현재 방송사에서 드라마 부분에 외주제작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제작사로는 ‘오!필승 봉순영’ ‘남자가 사랑할 때’ ‘풀 하우스’ ‘햇빛 쏟아지다’, ‘흥부네 박터졌네’ ‘해신’ ‘슬픈연가’ 를 제작했거나 제작하고 있는 김종학 프로덕션이다.

그리고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형수님은 열아홉’ ‘장미의 전쟁’ ‘폭풍속으로’ ‘사랑한다 말해줘’를 제작한 JS픽처스, ‘황태자의 첫사랑’ ‘회전목마’ 등을 만든 이관희 프로덕션, ‘발리에서 생긴일’ ‘유리화’를 제작한 이김프로덕션, ‘미안하다 사랑한다’ ‘비천무’를 만든 에이트픽스 등이다. 또 ‘파리의 연인’의 캐슬인더 스카이, ‘애정의 조건’의 삼화프로덕션, ‘천국의 계단’의 로고스필름, ‘불새’의 초록뱀미디어 등도 드라마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외주 제작사들이다.

• 제작비 부담 줄고 스타 캐스팅 수월
오! 필승 봉순영
방송사에서 이들 제작사의 드라마를 많이 편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원인으로는 우선 방송사가 제작비의 한계와 규제가 외주 제작사에 비해 많은 것을 들 수 있다. 방송사는 교양 프로그램이나 오락 프로그램 등과 비교해 드라마 제작비가 책정된다.

현재 스타 출연료 등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올라 있어 방송사에서 책정한 드라마 제작비로는 웬만한 스타 연기자들의 섭외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기업들로부터 간접광고 등을 이유로 협찬을 받는 것도 제약이 많아 어렵다. 이에 비해 외주 제작사는 간접 광고를 이유로 방송사에서 받는 제작비 외에 적지 않는 액수를 협찬 받아 제작비에 충당하고 있다.

또한 스타PD들이 대거 프리랜서 선언을 한 뒤 외주 제작사로 빠져나가 작품성과 상품성을 갖춘 드라마를 제작할 연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에 비해 외주 제작사들은 방송사에서 빠져 나온 스타PD들을 대거 확보해 연출 인력에 다소 여력이 있는 편이다.

무엇보다 외주 제작사는 막대한 출연료 제시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스타들을 기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외주 제작 드라마의 비율이 급증하는 큰 원인이다. 여기에 ‘슬픈 연가’ 처럼 김종학 프로덕션과 포보이스, 두손 엔터테인먼트 등 외주 제작사들이 다수의 스타를 보유한 연예기획사들과 공동으로 제작하거나 아예 싸이더스처럼 연예 기획사가 직접 제작을 하기 때문에 방송사보다 스타급 연기자들을 훨씬 용이하게 캐스팅 할 수 있다.

• "시청률 올리기 위한 기계로 전락"
외주 제작사의 드라마 방송은 방송 인력과 인프라 확충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은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우선 방송사에서 지급하는 제작비보다 훨씬 많이 소요되는 드라마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협찬을 무리하게 받기 때문에 간접 광고가 범람하고 간접광고를 위해 드라마 내용이 변질되고 대사가 급변하는 웃지 못할 본말전도의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또한 특정 스타들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아 스타 출연료의 과다 지불로 인한 제작비 압박 때문에 소품 등 다른 부분의 제작비를 축소하다 보니 드라마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는 현상도 지적된다. 그리고 스타 연기자를 출연시키는 조건으로 스타 소속사의 무명이나 신인들을 기용하는 끼워팔기식의 관행이 심화된 것도 외주 제작사의 드라마들이 많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외주 제작사가 방송사와 계약을 맺으려면 시청률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풍토도 더욱 심화돼 선정성과 폭력성의 빈도가 이전보다 훨씬 증가했다. 드라마적 의미보다는 볼거리에 치중하고 참신한 드라마 기법이나 내용의 시도 기회를 아예 막아 버려 다양한 드라마가 제작될 수 있는 환경이 사라지는 것도 외주제작사의 시청률 경쟁이 부른 결과이다.

“오로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기계로 전락한 느낌이다. 드라마 제작 환경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연출자가 자신의 독창적인 연출 세계를 지향할 수 있겠는가.” ‘유리화’ 시사회에서 만난 멜로 드라마의 대가이자 스타 PD로 각광받는 이창순 PD의 입에서 나온 탄식을 더 이상 제작진이나 시청자, 방송사들이 외면해선 안 된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


입력시간 : 2004-12-0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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