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 고소한 웰빙 삼겹살

[맛집 멋집] 흑석동 돈스테이션
깔끔 고소한 웰빙 삼겹살

대학교 앞에는 저렴한 식당들이 많다. 식욕은 왕성하지만 용돈은 그다지 넉넉지 않은 대학생들을 상대하려면 저렴하면서도 푸짐하게 차려야 하기 때문. 그래서 더러는 맛보다는 양, 질보다는 가격이 우선시 되곤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교내 학생식당 밥값보다 조금만 더 얹어 주면 다소 소박하나마 어머니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백반집도 있었고, 술값만 내면 안주는 무한 제공되는 곳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곳들이 거의 사라진 추세다. 이제는 아무리 저렴하고 양이 많아도 맛이 받혀주지 않으면 학교 앞이라도 식당을 계속 해나가기는 어려운 시대가 됐다. 맛도 맛이지만 ‘웰빙’ 운운하며 건강한 먹거리를 악착같이 챙기는 시대가 요즘 아닌가.

최근 알게된 흑석동 중앙대 앞의 돈스테이션이라는 삼겹살 집은 이런 시대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철판에서 지글지글 익어 가는 삼겹살만 아니라면 카페라고 해도 어울릴 법한 깔끔하고 현대적인 인테리어에 웰빙 삼겹살이라고 해도 좋을 마늘 삼겹살, 한방 삼겹살 등을 취급한다. 그렇다고 겉멋만 보기 좋고, 메뉴만 그럴듯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일단 맛에서 인정받기에 단골들도 제법 많다. 학교 바로 앞에 있지만 주 고객은 학생들이 아니라 교직원, 대학원생, 동네 사람들이라고 한다. 학생들의 경우 학교 앞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르르 몰려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깨끗한 곳을 선호하는 학생 커플들이나 양보다 맛을 따지는 여학생들이 주로 찾는다고.

요즘 가장 인기 있다는, 그래서 이 집의 대표 메뉴라고 할 수 있는 마늘 삼겹살을 먼저 철판 위에 올렸다. 생고기에 다진 마늘을 앞뒤로 잘 발라 이삼일 정도 숙성시킨 것이라고 한다. 노릇하게 익은 고기는 돼지 냄새가 전혀 없고, 부드러우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원래 마늘은 고기 냄새를 없애고 맛을 깔끔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고기 먹을 때 같이 구워 먹거나 채소에 싸서 먹곤 했던 것. 따로 마늘 구울 필요도 없고, 고기 맛도 한층 살려주니 일석이조다. 아니, 마늘은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니 일석삼조라고 하는 게 맞겠다. 고기의 느끼한 맛을 없애 평소보다 더 많이 먹게 된다는 게 이 집 단골의 표현이다.

마늘 삼겹살로 이미 배가 조금 부른 상황에서 한방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한약재를 섞은 양념에 고기를 살짝 재우는데 갈비처럼 푹 재우는 건 아니고, 한약재가 은근하게 밸 정도만 재운다. 보통 삼겹살은 노릇하게 익히면 살이 딱딱해지는데 한방 삼겹살을 먹음직하게 구워도 살은 여전히 부드럽다. 한약재의 작용인지 고기가 유난히 고소하고 느끼한 맛은 전혀 없다. 아이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 노린내나는 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들한테도 제격일 듯.

돈스테이션에는 고기 맛도 좋지만 고기를 먹고 난 뒤 시원하게 입가심 할 수 있는 김치말이국수가 더욱 일품이다. 잘 익은 김치와 개운한 김칫국물에 알맞게 삶아낸 국수면발의 조화가 기막히다. 고기로 배가 가득 찼음에도 불구하고, 국수에 잘게 채 썰어 넣은 김치 말아먹으랴, 연신 국물 들이키랴 수저가 바쁘다. 얼큰한 김칫국물에 속이 개운해지고, 얼음을 동동 띄운 차가운 국물 덕에 정신이 번쩍 난다.

* 메뉴 : 마늘 삼겹살 7,000원, 한방 삼겹살 8,000원, 생삼겹살 6,000원, 김치말이국수 3,000원, 불오삼(오징어삼겹살) 7,000원. ☎02-822-9233

* 찾아가기 : 흑석동 중앙대 정문 앞 중앙대병원 삼거리에 있다. 병원 맞은편 국민은행 옆 5층 건물 1층에 돈스테이션이 있다. 정문이 약간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게 아쉽다.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12-01 22:18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