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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스타로 만개하는 무대 위의 인생
꿈과 희망의 메시지 전달, 배우와 관객이 성취감과 감동 함께 느껴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33년 제작된 뮤지컬 영화를 바탕으로 1980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10년간 순회 공연을 포함해 6,137회에 걸쳐 무대에 오른 뮤지컬 대작이다. 이 뮤지컬은 국내에서는 1996년 초연되어 지속적으로 재공연 되고 있으며, 올해 5월부터 3개월간의 공연에 이어 현재 정동에 위치한 뮤지컬 전용 극장 팝콘하우스에서 성황리에 재공연 중이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타임스퀘어 광장과 500석 이상의 대형 공연장이 밀집한 브로드웨이의 중심가로 현재 미국 뮤지컬 공연계, 나아가서 공연 예술계 전체를 표상하는 상징적 장소이다. 이 공연은 뮤지컬의 제목이기도 한 ‘42번가’로 대변되는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자리 잡고 싶어 하는 한 재능 있는 여배우 페기 소여가 한 편의 뮤지컬을 통해 브로드웨이 스타로 태어나는 성공담을 다룬다.

이 공연이 지속적인 호응을 받는 이유와 공연이 가지는 현재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이 공연이 인생에서 나름대로의 성공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가지는 꿈과 희망에 대해 긍정적인 충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우여곡절의 극 속에 자신도 모르게 동화
막이 오르면 관객은 유명 연출가 줄리안 마쉬가 새로 만드는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의 오디션 장면을 마주한다. 극의 등장 인물들은 이 처럼 오디션 지원자(페기), 연출가(줄리안), 극작 겸 작곡자(매기와 버트), 주연 배우(도로시) 및 조연 배우들(빌리, 애니), 코러스, 제작자(에브너) 등 뮤지컬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관객은 이들이 만들어 가는 새 공연의 준비 과정에 동참하게 되고 동시에 이들이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공연 장면을 마치 극중 관객처럼 지켜보게 된다. 따라서 무대에는 공연을 제작하는 과정과 제작된 공연이라는 두 개의 차원이 존재하고, 관객은 뮤지컬 ‘42번가’를 관람하는 관객이자 또한 극중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를 관람하는 극중 관객이 된다.

극중 뮤지컬 공연이 주연 배우 도로시의 부상으로 무산되자 연출자 줄리안이 공연 취소를 알리고 입장료 환불을 안내할 때 이 두 차원의 겹침은 완벽한 것이 된다(관객은 ‘프리티 레이디’를 관람하러 온 극중 관객이 되지만 이들은 여전히 ‘브로드웨이 42번가’의 관객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배우들이 뮤지컬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우여곡절을 지켜본 관객들이 심리적으로 이들과 동화되는 과정을 무의식적으로 겪게 된다는 사실이다. 무대에 공연을 올리지 못하면 배우들은 모두 실직자가 될 처지임을 관객은 안다.

뮤지컬의 시대적 배경이 1930년 미국 경제 공황이라는 어려운 시기이어서 만이 아니라, 이는 지금 이곳 한국이 겪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거쳐서 배우들이 성공적으로 무대에 공연을 올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관객은 마치 자신도 그 과정의 일부가 된 듯 이들의 성공을 기원하는 동시에 배우들의 성취감을 함께 맛보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설정은 매우 효과적이어서 펜실바니아 알렌타운에서 온 페기 소여가 오디션과 극중 사건들을 통해 주역 배우의 자리를 얻고 무대에서 피아노와 코러스를 배경으로 멋진 탭 댄스를 선보일 때(사진)는 그녀의 춤 동작 하나 하나에 아낌없는 성원과 박수를 보내게 된다. 대본의 이런 장치에 힘입어 특기할만한 극중 갈등이나 특별한 성격을 가진 등장 인물이 없이도 배우들이 춤과 노래를 무난하게 소화하는 것으로 극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게다가 이 무대를 빛내는 화려한 무대장치는 브로드웨이에 가지 않고도 그 곳에서 공연되는 버라이어티 쇼의 화려함을 한껏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빠른 무대 전환과 수많은 등장 인물, 화려한 무대 때문에 공연을 보면서 지루해하거나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없다.

• 내적 설득과 외적 설득의 이중적 요소
극작품에는 한 등장 인물이 다른 등장 인물에게 말을 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가 관객에게 말을 하는 이중의 발화, 그리고 이중의 설득의 차원이 존재한다. 극중에서 한 등장 인물이 다른 등장 인물을 설득하는 내적인 차원과 작가가 극 전체를 통해서 관객을 설득하는 외적인 차원이 그것이다. 전자는 극의 세부적인 진행과, 후자는 극의 전체적 주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페기가 자신의 춤과 노래 실력으로 연출가를 설득하여 캐스팅이 되는 장면, 또는 주역 배우 자리가 비게 되자 코러스인 애니가 페기를 추천하며 공연을 계속하자고 동료들을 설득하는 분장실 장면(사진), 이에 따라 페기를 기용하려고 연출가(이승철 분)가 직접 나서서 그녀를 설득하는 장면 등이 내적 설득의 예이다(이때 그가 부르는 노래가 ‘Lullaby of Broadway’이다).

페기(김미혜 분)가 자신에게 갑자기 주어진 배역으로 인해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긴장한 채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릴 때, 도로시(박해미 분)가 분장실로 찾아와서 노래 한 대목(‘About a Quarter to Nine')을 불러 주면서 관객에게 다가서라고 충고하는 장면은 내적 설득이자 동시에 관객의 마음을 얻고자 한다는 점에서 외적 설득의 기능까지도 가진다.

한편 극에서 자신의 꿈을 찾아 브로드웨이로 와서 뮤지컬 주연 배우로 거듭나는 페기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 관객에게 꿈은 이루어진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바로 외적 설득의 예이다(“우리의 희망, 미래, 인생이 자기 손에 들어 있다”고 말하며 페기를 격려하는 줄리안의 대사는 관객에게도 해당된다).

이러한 설득이 성공적이기 위해서, 즉 공연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 의도나 방식이 예술성을 가지고 우회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만 하는데, ‘42번가’에서는 대본, 호감을 주는 배우들의 연기, 춤과 노래, 무대장치 등을 골고루 사용함으로써 달성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 따르면 변론가가 청중을 설득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근거에는 에토스(변론가의 품성), 로고스(연설 자체), 파토스(청중의 감성)의 세 차원이 있다고 한다. 이를 공연 예술에 적용하면 호감을 주는 배우들(에토스)이 극의 대본(로고스)을 관객의 심성에 호소하면서(파토스) 전달하는 것이 된다. 바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이러한 설득의 요소들을 잘 갖추고 있다고 여겨진다.

배우들은 더블 캐스팅이어서 날짜에 따라 다른 배역진이 등장한다. 아울러 현재 공연중이거나 공연될 예정인 뮤지컬로 청소년 록 뮤지컬 ‘모스키토 2004’(김민기 번안ㆍ연출)와 12월 초 재공연될 예정인 조승우 주연의 ‘지킬과 하이드’를 함께 추천하고 싶다.

때 2004년 11월 6일~2005년 2월 27일 |곳 팝콘하우스 | 제작 뮤지컬 컴퍼니 대중 | 원안 Bradford Ropes | 작곡 Harry Warren | 연출 한진섭 | 안무 레지나 알그렌| 출연 양희경, 박해미, 전수경, 김선경, 이승철, 최효상, 김법래, 김미혜 외 . | 문의 1588-4446




송민숙 연극평론가 ryu1501@kornet.net


입력시간 : 2004-12-01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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