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김재규 X파일 外


김재규 X파일 / 김대곤 지음
한국 현대사의 가장 충격적 사건 중 하나인 10ㆍ26으로 18년에 걸친 박정희 정권의 독재는 막을 내렸다. 이 사건을 블랙 코미디로 그려낸 영화 ‘그 때 그 사람들’이 개봉하면서 요즘 사건의 주역인 김재규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 번 고조되고 있는 듯 하다.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 대통령 안가에서 잇따른 총성이 울리고 약 6개월 후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은 내란 목적 살인 및 내란 수괴 미수죄로 사형을 당했다. 박선호 전 중앙정보부 의전과장을 포함한 5명의 부하들도 뒤를 이었다. 그로부터 25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10.26사건의 진의를 둘러싼 시시비비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분분하기만 하다. 최후의 순간까지 “나는 국민을 위해 할 일을 하고 간다’” 의연한 태도로 혁명가를 자처했던 김재규. 혹자는 권력 야욕으로 신의를 저버린 배신자라 비난하지만 혹자는 유신을 종식시킨 영웅으로 우러른다. 이 책은 김재규의 삶의 궤적과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추적하며 10.26의 전모를 파헤치고 있다. 1985년 ‘10ㆍ26과 김재규’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자마자 판금 조치를 당했다가 20년 만에 재발간된 것으로 마지막 5부는 약 100쪽에 걸친 재판 기록을 담고 있다. 산하 발행. 9,800원.

▲ 다빈치 코드의 비밀 / 댄 버스틴 지음, 곽재은·권영주 옮김
‘다빈치 코드’라는 소설이 불러 온 파장은 실로 엄청났다. ‘다빈치 코드’가 대중들의 열광적인 반응과 보수 기독교계의 혐오를 동시에 받고 있는 것은 기독교 사상이 이 시대에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빈치 코드’가 출판된 이후 소설 속의 내용 중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인가를 놓고 일반 독자들은 물론 학자, 종교인, 언론인들 사이에서도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관련 서적 수십 종도 잇따라 출판되었다. 이 책 역시 소설 ‘다빈치 코드’가 일으킨 소용돌이 속에서 탄생한 일종의 종합 해설서다.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는 정말 부부였을까?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가 자기 사후에 사역을 인도할 지도자로 지목한 인물이었나? 시온 수도회는 실존 조직이며 다 빈치, 뉴턴, 빅토르 위고, 장 콕토 등이 총장을 지냈을까?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의 오른쪽에 앉아있는 사람은 사도 요한이 아니라 막달라 마리아인가?” 등 소설가 댄 브라운이 제시한 수많은 가설과 이론들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각계 전문가 46인의 다양한 논증과 반박들이 담겨있다. 루비박스 발행. 2만1,800원.

▲ 나의 분노 나의 자긍심 / 오리아나 팔라치 지음, 박범수 옮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기적을 활용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권력자들에게 저항하는 것”이라 말하는 오리아나 팔라치. 그는 이란의 호메이니 앞에서 차도르를 찢고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에게 “사람을 그렇게 많이 죽이니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던 열혈 기자였다. 언론과 사회에 환멸을 느껴 10년간 침묵을 지키고 있던 그가 9ㆍ11테러 이후 한 권의 책을 내놓았다. 대담한 공격적 인터뷰로 ‘팔라치 스타일 인터뷰’라는 말을 만들어낸 주인공답게 이 책에서 그는 겁 없이 솔직하게 가차 없는 독설을 퍼붓는다. 비판의 주된 대상은 이슬람 세계다. ‘이슬람교는 근본적으로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에 반하는 종교이며 이슬람교는 서방 세계를 정복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꾀하고 있는 역(逆)십자군 원정에 대해 경고한다. 친미적 관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이슬람 문화를 전반적으로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저자는 프랑스 인권 단체로부터 소송을 당하고 ‘인종적 파시스트’라는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기도 하다. 허나 정치·문화적 공정성을 이유로 누구나 공개적으로 얘기하길 꺼리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극단적 광신에 대한 경고는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명상 발행. 1만2,000원.

입력시간 : 2005-03-1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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