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생산방식은 가능한가? 조형제 지음/한울아카데미 발행/14,000원

[출판] 우리 자동차 산업의 고유한 특징은 뭔가
한국적 생산방식은 가능한가?
조형제 지음/한울아카데미 발행/14,000원


‘도요타자동차 배우기’가 전 세계적 현상이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경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거나, 규모와 관계없이 기업을 경영하는 경우라면 도요타자동차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국내 경기가, 나아가 세계 경기가 아무리 좋지 않아도 도요타자동차는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이익을 더 낸다. 그러니 ‘연구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또 포드이즘이란 말이 있다. 포드자동차의 생산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경영학 용어 중 고전 가운데 고전이다. 포드자동차의 대량 생산은 미국인들의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대량 생산-대량 소비 시대의 실질적 개막을 알리는 것이었다.

우리 자동차 산업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2차 대전 이후 고유 모델 승용차를 개발해 수출 산업화하는데 성공한 세계 유일의 나라라고 볼 수 있고, 이와 같은 신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 자동차 산업은 여러 차례 위기를 겪으면서 발전해 왔다. 1980년대 중반 현대자동차는 월드카를 개발해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는 미쓰비시자동차로부터 주요 기술을 도입해 엑셀모델을 개발함으로써 미국 시장으로 대량 수출하는데 성공하지만, 이내 품질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거의 퇴출 위기에 직면했다.

이 위기에 이어 1990년대 말 구조조정이라는 또 다른 위기를 넘긴 한국 자동차 산업은 이제 새로운 진입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외신을 타고 들어오는 각종 소식이 이를 말해준다. 한국차는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일본차에 뒤지지않는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ㆍ러시아ㆍ인도 등 개발도상국 시장에서는 오히려 일본차를 앞서고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의 평가도 마찬가지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상대적 지위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2004년의 연간 생산량을 기준으로 세계 6위의 자동차업체인데 2010년까지 연간 538만대를 생산해 세계 5위로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고도 성장 원인은 무엇인가. 이와 같은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저자의 관심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가 후발 주자인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각론적으로 분석하는데 머물러왔다면 이제는 그것을 종합해 한국 자동차산업의 전체 모습을 조망하고 그것이 지닌 특징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한국 자동차산업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징의 이론화다. 그렇다면 왜 자동차산업인가. 자동차산업만큼 높은 전후방 연관효과를 가지고 국민경제 전체를 좌우할만한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산업은 거의 없다.

지난해 자동차산업의 무역수지 흑자는 284억 달러로 전체 흑자의 95.3%를 차지했다. 특히 우리의 경우 완성차 업체들은 주요 재벌의 주력 기업일 뿐 아니라 민주 노총의 주력 사업장이기도 하다. 자동차산업은 그래서 항상 우리 사회 전체의 주요 관심사가 되어 왔다. 저자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 동력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의 생산방식은 미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최고의 관행’(best practice)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인가를 묻고 있다. 이에 대한 답변이 한국 자동차산업의 특징을 해명하는 동시에 한국 경제 전체의 특징을 해명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Hyundaism의 가능성 탐색’이라는 부제가 이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이 책의 특징은 무엇보다 종합적, 분석적, 집중적이라는 점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무엇인지를 산업연구를 통해 규명하는 것이 저자의 목표다. 이를 위해 특정 산업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려는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은 크게 서론, 생산방식과 작업조직, 인적자원관리와 노사관계, 부품산업과 산업구조조정, 결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의 결론은 경영진 노동자 주주 소비자 등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세계적 차원의 경쟁 속에서 공동 운명체일 수 밖에 없음을 인식하고 세계에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한국적 생산방식’을 구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하고 당연한 것 같지만 최근의 상황에 비추어보면 충분히 되씹을 필요가 있다. 저자는 울산대 교수로 20년을 자동차산업을 연구하고 있다.

입력시간 : 2005-06-0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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