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하고 깔끔한 국물맛이 일품

[맛집 멋집] 영암 <독천식당> 낙지연포탕
개운하고 깔끔한 국물맛이 일품

영암군 독천에 가면 중심가를 따라 낙지요리 전문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대충 눈짐작으로 보아도 스무 군데는 훌쩍 넘는다. 말 그대로 낙지골목이다. 목포에서도 한참을 달려왔고, 주변에 논밭이 둘러쌌는데 웬 낙지골목인가 싶다. 독천에 처음으로 낙지요리 식당이 생긴 35년 전만 해도 독천은 영산강 하구에 자리한 갯마을이었다.

영산강 하구를 인공적으로 막기 전까지 이곳에서는 낙지가 많이 잡혔다. 하구가 막히고 갯벌이 사라지자 낙지도 자취를 감췄다. 지금은 옛 흔적 대신 낙지요리 식당들만 남았다. 30여 개에 이르는 낙지 식당들이 독천 낙지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독천에서도 1970년에 문을 연 독천식당을 최고로 친다. 맛과 역사를 두루 갖춘 집이다. 낙지는 무안, 목포, 해남, 강진 등 주변 지역에서 공수해 온 산 낙지만 이용한다. 독천식당에서도 꼭 맛봐야 할 것은 낙지연포탕과 갈낙탕. 이 두 가지 메뉴를 처음으로 개발해 요리한 집이기도 하다.

낙지연포탕은 낙지와 채소를 조금 넣어 말갛게 끓인 것으로 개운하면서도 깔끔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낙지의 부드러운 맛을 살리기 위해 살짝 데치듯이 끓인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다. 연한 자주빛이 도는 국물 색깔도 어여쁘다. 단, 국물 색깔을 끝까지 유지하려면 낙지 머리를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잘못하면 먹물이 흘러나와 거무죽죽해 질 수 있기 때문.

갈낙탕은 갈비와 낙지를 함께 끓여 이름도 갈낙탕이다. 진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에 반하고, 쫄깃한 낙지와 뜯는 재미가 있는 갈비 맛에 또 한 번 반한다.

독천식당의 매력은 싱싱한 낙지로 만든 낙지연포탕과 갈낙탕이 주된 이유지만 상에 오르는 푸짐한 반찬 또한 두고두고 기억나게 만드는 요소다. 먼저 일일이 알려주지 않으면 이름도 모를 다양한 젓갈들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젓갈류만 열 가지 정도 된다. 거기에 익은 김치를 비롯해 맛깔 나는 반찬들로 젓가락이 바쁘다.

낙지연포탕이나 갈낙탕 외에도 낙지 요리는 다양하다. 진정한 낙지 마니아라면 요리를 한 것보다 살아있는 그대로 먹는 것이 참 맛이라고 말한다. 흔히 산 낙지를 먹을 때 먹기 좋게 잘라서 먹는데 이곳에서는 세발낙지를 자르지 않고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양념에 찍어 한 입에 쏙 넣어 먹는다. 입천장에 달라붙는 낙지를 우물거리며 먹는 맛이 일품이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낙지구이가 제격이다. 나무젓가락에 말아 살짝 구운 다음 고추장, 참기름, 마늘 등으로 만든 양념장을 발라 다시 구워내면 쫄깃하면서도 양념이 고루 배어들어 아이들도 좋아한다. 식사를 하려면 낙지와 야채를 매콤하게 양념해 볶아낸 낙지볶음이 좋다. 뜨거운 밥에 올려 슥슥 비벼먹는 맛은 어디에다 비할 데가 없다.

*메뉴 : 낙지연포탕 12,000원, 갈낙탕 14,000원, 세발낙지 3,000원(한 마리), 데친 낙지 30,000원(한 접시), 낙지볶음 30,000원(한 접시), 낙지구이 40,000원(한 접시)

*찾아가기 : 목포에서 영산강방조제를 지나 2번국도(목포~순천간 고속화도로)를 탄다. 사동 삼거리에서 독천낙지마을 간판을 보고 좌회전해 819번 지방도로로 접어든다. 독천으로 진입하면 낙지골목 중간에 독천식당이 보인다.

*영업시간 : 오전 10시 ~ 오후 8시30분, 061-472-4222, 3328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7-06 15:43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