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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타운] 마이클 베이 감독 <아일랜드>
인간복제가 가져올 암울한 미래
과학문명의 진화에 따른 도덕적 이슈 다룬 SF 영화






‘예술영화 감독’, ‘독립영화 감독’이 있듯이 영화계에는 '여름용 영화 감독'이라는 말도 있다. 사계절 중 나머지 세 계절에는 조용하다가 여름만 되면 자신의 존재를 증명을 하려는 '철새 감독'들을 이렇게 부른다. <나쁜 녀석들> 시리즈, <아마겟돈> <진주만>의 마이클 베이가 그런 사람이다.

불볕 더위에 강한 베이의 트레이드 마크는 촘촘한 드라마 보다 관객의 눈을 현혹하는 스펙터클한 액션 장면 연출이다. 그러나 초기 작들의 대대적인 성공 후 그가 '여름 시즌용 영화는 늘 똑같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던 것도 사실이다.

아닌 게 아니라 눈이 휘둥그레지는 액션 장면들과 감동 코드를 적절하게 버무린 베이의 영화들은 그 밥에 그 나물이다. 그 중에서도 <나쁜 녀석들 2>는 최악이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이런 세간의 평가와는 조금 다르다. '미래 사회의 인간 복제'라는 SF적 소재를 끌어들인 이 영화에서 베이는 돈만 밝히는 무뇌아 감독이라는 세간이 비난을 씻어버리기 위해 작정한 듯 사뭇 진지한 이슈를 던진다.

문명의 진화와 인간애, 도덕율을 둘러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복제 문제를 다룬 <아일랜드>는 제법 진지한 철학적 질문들로 인해 베이의 전작들과 조금은 다른 눈으로 보도록 만든다.

복제는 인류에게 구원인가?
일각에서는 <아일랜드>가 리들리 스코트의 SF 묵시록 <블레이드 러너>에 필적하는 야심작이라고 추켜세우기까지 한다. 물론 이런 평가에는 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다.

<아일랜드>의 시간적 배경은 <블레이드 런너>와 같은 2019년이다. 돈만 있으면 자신의 복제 인간을 주문 생산할 수 있는 시대에 복제 인간 제조사인 메릭 바이오테크는 이상적인 환경 아래 복제 인간을 관리한 뒤 인간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서비스하는 첨단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보트 디자이너 톰의 복제 인간 링컨 6-에코(이완 맥그리거)와 광고 모델 새라의 복제 인간 조던 2-델타(스칼렛 요한슨)도 메릭 바이오테크의 인간 복제 시스템으로 탄생한 복제 인간들이다.

철저한 감시와 통제 속에 창조된 복제 인간들은 세뇌에 의해 자신들이 환경 오염으로 멸망 직전에 이른 지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간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생산 공정 상의 오류로 '호기심'이라는 가져서는 안 될 감정을 소유하게 된 링컨은 자신의 믿음이 세뇌와 조작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였음을 알게 된다.

<아일랜드>의 이야기는 신이 내린 축복이냐 저주냐를 두고 벌어진 복제 논쟁이 한창인 지금 확실히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제작자 월터 F. 파크스는 “처음 영화를 구상했을 때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영화였으나 한국에서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해 허구가 아닌 사실이 됐다”며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한 황우석 박사의 연구를 언급하기도 했다.

황우석 박사의 복제 연구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인간이 생명체 복제를 통해 인류의 꿈을 실현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과학적 가설이었다. 하지만 '복제'로 인한 생산물이 '인성'을 품게 됐을 때의 혼란상을 보여주는 영화의 이야기는 '생명 존중'을 두고 벌어지는 최근의 도덕적, 종교적 논쟁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복제라는 첨예한 이슈 외에도 <아일랜드>는 '거대 자본의 음흉한 탐욕이 어떻게 인간성을 말살하는가'라는 매우 고전적인 SF적 테마를 반복한다.

소재를 포착하는 할리우드의 감각
마이클 베이는 더 이상 부수고 터트리는 단세포적인 액션으로만 성공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듯 하다.

그렇다고 베이 영화의 본질이 완전히 개조됐다는 건 아니다. <아일랜드>는 여전히 쿵쾅거리는 액션 장면들로 시선을 유혹하는 여름 시즌용 블록버스터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미래를 근심하는 마이클 베이의 자의식은 한편으로 할?理?상업영화 감독의 약삭빠른 변신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인류의 미래를 두고 벌이는 진지한 메시지가 거의 맹목적인 스펙터클 액션에 포위돼 있기 때문이다. CF 출신 감독 중 가장 감각적인 영상을 구사한다는 베이는 <진주만>의 경이적인 폭격 신에 버금가는 시원한 장면들을 곳곳에 배치해 놓는다.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15대의 카메라와 헬기, 특수 촬영 장비, CG를 버무려 창조한 이 장면들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할리우드 테크놀로지의 압도적인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인류는 자신이 발전시킨 테크놀로지 때문에 위기에 처할 것인가.

20년 전 만들어진 <블레이드 런너>가 던진 예지적인 질문에 불과하지만 <아일랜드>는 이를 다시 현대적인 상황에 맞게 변주해낸다. 자신들이 선택 받은 인간이라고 믿는 복제품들은 언젠가 꿈에 그리던 낙원인 ‘아일랜드’로 갈 수 있다고 믿는다. 복제 인간이 꿈꾸는 낙원과 인간이 꿈꾸는 낙원은 같은 곳일까.

<아일랜드>는 하늘로부터 부여된 천부인권과 인간이 창조주가 돼 생명을 빚어내는 첨단 과학이 대립하는 시대에 낙원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라는 종교적 질문을 던지려 한다. 또한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발 빠른 기획력이 만들어낸 고도의 상품이다.

생존과 윤리를 두고 인간이 직면한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논쟁 거리를 오락 영화의 소재로 끌어들이는 감각이 돋보인다. 마이클 베이는 여전히 ‘여름 사나이’다. 하지만 무뇌아적인 액션에만 의지하는 자신의 한계를 벗어난 이 영화에서 그는 감각적인 영상을 빚어내는 재주 외에도 자신에게 기대해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증명해 보인다.


장병원 영화평론가 jangping@film2.co.kr


입력시간 : 2005-07-2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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