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성·사회성의 원리로 본 현대사회의 실존적 과제

자유와 상생/ 이근식 지음/ 기파랑 발행/ 1만5,000원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인 저자가 1999년 발간한 ‘자유주의 사회경제사상’의 후속편이다. ‘자유주의…’에서 저자는 자유주의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시대적 과제인 근대 사회질서 확립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저자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하나는 자유주의 내용 중 보편타당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어떻게 구분하느냐의 문제였고, 또 하나는 자유주의만으로는 인류와 우리 사회에 닥친 문제를 극복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는 시민사회의 막연한 불만이었다.

이 두 가지 미해결 문제에 대한 해법을 밝힌 것이 이 책이다. 진보적 이념인 정치적 자유주의와 보수적 이념인 경제적 자유주의를 구분함으로써 첫번째 문제를 해결했다.

아울러 사회 갈등, 인간 소외, 윤리 부족, 국제 분쟁 등으로 고민하고 있는 우리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두 번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유주의의 기본 관점인 개인주의를 보완하는 원리로서 상생(相生)의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즉, 상생적 자유주의다.

자유주의란 서양 근대사에서 중소 상공인인 부르주아들이 절대 군주제의 구체제를 무너뜨리고 평등하고 자유로운 근대 시민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제 군주 및 귀족에 대항해 싸운 시민혁명 과정에서 형성된 부르주아들의 사회사상을 말한다.

그런 자유주의가 진보적인가, 아니면 반동적인가는 자유주의를 정치적 자유주의 및 경제적 자유주의로 구분함으로써 정리할 수 있다.

정치적 자유주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건설해 만인 평등과 개인 기본권의 보장, 사상과 비판의 자유와 관용의 사회를 건설하자는 주장이다.

경제적 자유주의는 자유방임의 자본주의 경제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치적 자유주의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타당하며, 사회를 진보 시키는 보편성을 갖는다.

이에 비해 경제적 자유주의는 수구적이고 반동적 성격을 갖는다. 자유방임 자본주의 경제는 빈부 격차, 불황과 실업, 인간 소외와 같은 문제를 발생 시키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상생의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상생의 원리는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생명 및 모든 존재의 소중함을 인정해 자신의 권리와 똑같이 이들의 정당한 권리를 존중하면서 이들과 서로 도우면서 함께 살아감을 말한다.

인간의 개인성과 사회성의 두 가지 측면 가운데 개인성에서의 원리를 자유라고 한다며 사회성에서의 원리를 상생이라고 할 수 있다. 상생의 원리는 자유주의의 관용 원리와 공동체주의의 관점을 더 적극적으로 확대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빈곤의 문제를 보자. 개인주의 입장에서 보면 빈곤은 당사자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가 나서서 해결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상생의 원리에서 보면 사회가 빈곤을 퇴치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타인은 자기의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이거나, 아니면 자신에게 해를 입히는 경쟁자이거나, 아니면 자기와 아무 관계가 없는 존재다.

때문에 인간 소외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개인주의 윤리는 이를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조장한다. 그러나 상생의 원리에 따라 서로 존중하고 도우면서 살아간다면 인간 소외가 치유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상생의 원리로 보완한 자유주의, 즉 상생적 자유주의가 우리나라의 시대과제 해결을 위한 새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결론이다.


이상호 편집위원 sh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