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장생(十長生).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다는 10가지를 말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십장생 그림을 그려 걸어놓거나 이불에 수를 놓아 장수를 기원했다고 한다.

이 같은 조상들의 기원이 이루어진 것일까.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빠르게 증가해 80세를 바라보고 있으며 100세까지 사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오래 사는 것도 좋은 것만은 아닌 듯하다. 평균수명과 연령이 늘어나면서 심장병, 고혈압, 당뇨, 치매, 불면증 등 다양한 질환들도 급격히 증가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되는 2020년 이후에는 더욱 심각해 질 전망이다.

수명이 늘고 있다고는 하나 건강하게 살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셈. 이젠 더 이상 ‘오래 사는 것’이 아닌 ‘건강하고 젊게 사는 것’, 즉, 삶의 질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다.

건강하고 젊게, 걱정 없이 살기 위해 중년들이 가장 먼저 신경을 써야 할 것이 혈관건강이다.

어떤 질병이든 예방이 중요하지만 혈관건강 악화, 즉 동맥경화로 인한 질환들은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며 생명에 직결될 만큼 위험한 질환이 대부분이다.

동맥경화가 부르는 심장마비, 협심증, 뇌졸중 등은 평소엔 이렇다 할 증상이 없다가도 갑자기 발병해 생명을 위협한다. 동맥경화 또한 상당히 진행되어 있더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며 동맥경화가 극도로 진행돼 혈관의 70% 이상이 막혔을 때 혈류가 감소하여 증상을 느끼는 것이 보통이다.

때문에 평소 아무 불편을 느끼지 못하던 환자도 검사를 해보면 동맥경화가 상당히 진행돼 있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그 발병위험도 커지기 때문에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예방에 대한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동맥경화의 위험인자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치료를 통해 동맥경화로 사망하는 비율이 점차 줄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반대로 매년 증가하고 있어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예방을 위해 가장 먼저 실시해야 할 것이 생활습관의 교정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면서도 막상 실행하기엔 어려운 것들.

이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동맥경화로 인한 질환을 예방하고 건강한 혈관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규칙적인 운동이다.

흔히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고 운동을 게을리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하루 30분 정도의 유산소운동만 꾸준히 해도 동맥경화를 악화시키는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 당뇨 등이 눈에 띄게 호전되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술과 담배, 짜고 기름진 음식을 가급적 삼가고 신선한 야채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평소 자신의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항상 체크하고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며 스트레스를 줄이는 긍정적인 사고도 필요하다.

심혈관, 뇌혈관질환은 예방 못지않게 대처 또한 중요하다. 급성심근경색 같은 심혈관질환은 신속한 검사와 치료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사망할 수 있으며 뇌졸중 같은 뇌혈관질환은 불구나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가슴 가운데나 왼편이 뻐근하게 아프거나 심한 두근거림, 구역질, 현기증, 마비감, 두통 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검사와 치료가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으로 가는 것이 좋다.

동맥경화로 인한 대부분의 질병들은 겨울철에 특히 기승을 부린다. 기온이 낮아지면 혈관은 수축돼 좁아지는 반면 혈액은 진해져 혈압이 상승하기 때문.

일반적으로 아침에는 혈압이 높아지는데, 이때 차가운 바깥 날씨를 만나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일어나기 쉽다. 따라서 기온이 낮아지는 늦가을부터 초봄까지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알립니다=건강 칼럼 ‘Dr. 김종화의 대사증후군 바로알기’는 지난 호로 마치고 이번 호부터 ‘건강 4080’을 새로 연재합니다. ‘4080’은 ‘40세 건강을 80세까지’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분야별 전문의들이 중년 건강을 노년까지 지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변함 없는 애독을 바랍니다.


박상원 세종병원 심장내과 과장 sjhosp@sejong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