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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특집·체험여행] 영화
맘껏 웃어봐요…판타지도 좋지요



투사부일체

감독 김동원 | 출연 정준호, 김상중, 정웅인, 정운택 | 장르 코미디

'명절에는 조폭코미디가 뜬다.'

최근 몇 년간 명절 극장가를 지배해 온 이 보이지 않는 법칙을 <투사부일체>도 이어가려고 한다.

<조폭마누라> <가문의 영광> 그리고 <가문의 위기>까지, 부담 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조폭코미디는 그동안 명절 대목 극장가의 흥행 왕좌를 놓치지 않았다.

<투사부일체>는 '두목과 선생님과 아버지는 하나'라는 카피로 대박을 터트렸던 <두사부일체>의 속편(2편이라는 뜻의 ‘two’를 붙여 제목이 <투사부일체>다)이다.

‘잘 된 영화의 속편은 전편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영화계 속설을 깬 <가문의 위기>의 흥행을 <투사부일체>도 재현할지 관심을 끈다.

전편에 이어 영화의 무대는 역시 고등학교다. <두사부일체> 마지막 장면에서 대학에 가라는 보스(김상중)의 말을 듣고 대학생이 된 계두식(정준호)은 지루한 캠퍼스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마지막 고비를 맞는다.

졸업장을 얻기 위한 최후 관문인 고등학교 교생 실습이 그것이다. 두식이 부임하자마자 마주친 사람은 고교 졸업장을 따내기 위해 고등학생이 된 중졸 보스 형님.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신성불가침의 학교에서 조직폭력배 출신 사제간에 신경전이 불꽃을 튀긴다.

불성실한 대학생활에 조폭 출신의 계두식이 윤리 선생으로 부임한 것 자체가 모순이지만 두목과 부하가 제자와 선생으로 만난다는 역할 설정도 일견 황당하다.

바로 이 뒤바뀐 위계의 역전이 <투사부일체>의 역설적인 웃음을 가능하게 한 키포인트다.

18억원이었던 1편의 제작비가 35억까지 두 배 가까이 뛰었지만 성공한 전편의 공식을 이어받으려는 전개과정은 그대로다.

무뇌아적 개그로 일관하다 감동 코드로 마무리하는 드라마의 안배 역시 전편의 반복이고 어처구니없는 말장난과 뒤통수 때리기 등 가학적인 유머 역시 복제됐다.

정준호, 김상중, 정웅인, 정운택 등 <두사부일체>의 주역들이 의기투합한 것도 제2의 두사부 신드롬에 대한 제작자의 기대감을 읽을 수 있는 대목.

그러나 모 고등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학비리를 소재로 삼은 <두사부일체>에 비해, <투사부일체>가 주는 감동 코드는 그리 강렬하지 않다.

깊은 고민 없이 명절날 두 시간을 마냥 웃고 즐기려는 관객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다.



사랑을 놓치다

감독 추창민 | 출연 설경구, 송윤아, 이휘향, 장항선 | 장르 멜로

설연휴에도 마음 둘 곳이 없는 싱글들, 혹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초보 연인들에게 이런 멜로영화 한 편쯤 있어도 좋을 듯하다.

<사랑을 놓치다>는 가슴 속에만 연정을 품고 그것을 감히 발설하지 못한 아련한 사랑의 추억을 지닌 사람들이 더 없이 공감할 만한 영화다.

대학 조정 선수 우재(설경구)는 여자친구와 막 헤어졌다. 연수(송윤아)는 자포자기 상태로 술에 취해 엉망이 된 우재를 짝사랑하는 수의학과 학생.

우재가 군에 갔다와 고등학교 조정부 교사가 되는 동안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고백하지 못한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이상한 거리감.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아픈 사랑의 경험을 했을 것이다.

<사랑을 놓치다>는 바로 그 보편적인 사랑의 결을 포착한다. 속마음을 토로하지 못하는 거리감과 세월의 켜만큼 남긴 감정의 골 때문에 사랑하면서 자기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연심이 애잔하게 관객의 가슴을 파고든다.

<마파도>로 300백만 관객을 웃긴 추창민 감독이 가장 하고 싶었던 영화라는 <사랑을 놓치다>는 새까맣게 속이 타 들어가면서도 서로를 밀어내고 상처를 주는 연인들의 이야기다.

아둔하고 미련해 보이지만 군데군데 숨어있는 시정이 따뜻한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게 한다. 비단 '사랑을 놓친 것'은 주인공들만이 아니다.

양어장 일꾼 상식(이기우)은 연모하는 연수를 놓치고 연수는 혼자 된 시골 어머니를 놓치고, 마지막 장면에 헤어지는 연인들 역시 서로를 놓친다.

<역도산> <공공의 적2> 살찌고 살 빼고 눈에 힘주고 어깨에 힘 줬던 설경구가 릴랙스한 기분으로 안타깝고 애틋한 멜로 연기를 펼쳐보인다.

<광복절 특사> 이후 두 번째인 송윤아와의 호흡도 찰기가 있다. 연기자 생활 이후 처음으로 영화에 출연한 이휘향과 장항선, 연수의 선머슴같은 친구로 출연한 황석정 등 조연들의 개성도 잘 녹아있다.

센세이션널한 반전이나 화려한 볼거리는 덜하지만 <사랑을 놓치다>는 공감의 폭이 큰 영화다.

입밖에 내지 못한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본다면 당장 애끓는 연심을 고백하기 위해, 그리고 사랑을 놓치지 않으려고 달려갈지도 모른다.



투 브라더스

감독 장 자크 아노 | 출연 가이 피어스, 장 클로드 드레이퍼스, 프레디 하이모 | 장르 드라마

성별과 연령을 불문하고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명절용 영화를 찾는다면 이게 제격이다.

장 자크 아노 감독에겐 확실히 동물들을 다루는 재주가 있다. 곰들의 놀라운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베어> 이후 이번에는 호랑이 영화로 돌아온 아노의 노련한 연출력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한다.

영화는 어린 시절 인간에 의해 생이별한 형제 호랑이가 재회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캄보디아 밀림에서 자란 호랑이 형제 쿠말과 송가는 도굴꾼들에 의해 서커스단과 총독의 집에서 사육된다.

서커스단에서 야수의 성격을 잃어가는 쿠말과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흉포하게 자란 송가 형제는 상대를 죽여야 하는 콜로세움에서 적으로 만난다.

<베어>에서 카메라 앞에 곰을 세워두었던 감독의 노하우는 이번엔 맹수 호랑이의 특징과 표정 변화, 미세한 연기를 제대로 포착해내는 밑천이 됐다.

<투 브라더스>의 압권은 감동적인 드라마도 드라마이지만 마치 인간의 마음을 읽는듯한 동물들의 태연한 연기다.

쿠말과 송가 역으로 명연기(?)를 보여주는 두 주인공은 수백 마리 호랑이 가운데 선택된 실제 쌍둥이 호랑이다.

디지털 기술이 영화의 때깔을 바꾸는 이 첨단시대에, 1%의 컴퓨터 그래픽 작업 이외에 나머지 99%를 실사로 채워 믿기지 않는 리얼리티를 연출한 것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호랑이를 다루는 것은 아역배우나 비 전문배우를 다루는 것과 같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는 아노는 동물을 상대로 연기를 지도하고 연기를 끌어내는 전대미문의 모험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특히 마치 위에 고기를 얹어놓고 6개월간의 훈련을 거쳐 카메라에 등장한 어미 호랑이가 서커스단으로 팔려가는 아기 호랑이를 되찾기 위해 마차를 쫓는 장면은 현실감이 대단하다.

또한 서커스단으로 팔려간 쿠말이 슬픔 때문에 먹이를 거부하는 장면은 엄청난 양의 먹이를 동원, 미리 배불리 먹여놓고 촬영했다고 전한다.

인위적인 CG조작을 배제하고 오랜 시간을 투자한 제작진의 땀과 노력이 화면에 그대로 배어있는 수작이다. ‘가족애’라는 공감할 만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좋을 듯.



홀리데이

감독 양윤호 | 출연 이성재, 최민수, 이얼, 장세진 | 장르 드라마

1988년 10월, 88서울올림픽 개최로 온 나라가 흥청거릴 무렵, 12명의 재소자들이 교도관의 총과 실탄을 빼앗아 탈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흉악한 탈옥범들의 범죄 탈주 여행으로 기록된 8박 9일 간의 '지강헌 인질 사건'은 서울 북가좌동에서 벌어진 유혈 인질극으로 막을 내린다.

지강헌 사건은 80년대 말 한국 사회의 초상을 대변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뼈 있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던 이 사건을 영화화한 <홀리데이>는 실화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 열풍을 이어가기 위한 기획영화다.

먹고 살기 위해 범죄의 세계에 빠져 든 지강혁(이성재)은 어느 날 삶의 보금자리를 철거로 빼앗길 처지에 처한다.

철거 깡패들과의 대치 과정에서 동생 주환이 안석(최민수)의 총에 맞아 죽는다. 강혁은 교도소에 수감되고 안석은 그곳의 부소장으로 부임해 첨예한 대립을 보인다.

생존을 위해 푼돈이나 훔친 힘없는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돈 있고 힘있는 놈들은 죄를 짓고도 멀쩡한 부조리한 현실에 분노한 강혁은 동료들을 규합해 교도소 이감 도중 탈옥을 감행한다.

20년이 다 돼 가는 과거의 사건을 끄집어낸 <홀리데이>가 환기하려는 것은 단순하다. '정의 사회 구현'이나 '선진 한국 건설' 따위의 슬로건이 국민들의 눈을 기만했던 당시나 '글로벌 코리아'를 외치는 지금이나 대한민국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이다.

8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강남 신화의 상징인 타워팰리스가 등장하는 장면이 이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이성재는 깡마르고 강단있는 지강헌 역을 위해 체중을 줄였고 사회악을 대표하는 안석 역의 최민수는 악랄한 모습을 위해 금니를 박았다.

범죄자의 신분으로 사회 모순에 분노한 이들의 모습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제작진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최후를 맞기 전 지강헌은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틀어줄 것을 부탁했으나 이를 잘못 알아들은 경찰이 스콜피온스의 '홀리데이'를 틀었다는 일화가 웃지못할 에피소드로 전해지지만, 그의 의도를 보여주기 위해 9천만원의 저작료를 지불하고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사용했다고 한다.

<홀리데이>는 당대를 함께 했던 사람들에겐 역사에 대한 환기로, 그 시대와 무관한 이들에겐 사회파 범죄드라마로 받아들여질 영화다.



무극

감독 첸 카이거 | 출연 장동건, 장백지, 사나다 히로유키, 사정봉 | 장르 판타지 멜로

<와호장룡>을 시작으로 <영웅> <연인>으로 이어진 중국 판타지 멜로드라마의 최신판. 이들 신무협영화들이

세계 시장을 사로잡은 데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서구의 것과 다른 우아하고 격조 있는 심미적 액션, 화려한 의상과 세트, 방대한 규모의 스펙터클, 그리고 가슴을 저미는 로맨틱 드라마가 일관된 공식이다.

<무극> 역시 이런 성공의 도식을 에누리없이 따르고 있다. 칭청(장백지)은 약속을 어긴 대가로 사랑하는 사람이 모두 죽거나 떠나는 운명에 사로잡힌다.

설국의 일원이었으나 나라가 패망한 후 노예가 된 쿤룬(장동건)은 대장군(사나다 히로유키)의 야만족 정벌에 공로를 세워 그의 심복이 된다.

주인 대장군이 자객의 습격으로 부상당하자 쿤룬은 북공작(사정봉)에게 포위된 왕을 구하라는 명령을 받고 성에 갔다가 왕비가 된 칭청을 구한다.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쿤룬을 대장군으로 오해한 칭청은 운명을 거역하는 사랑에 빠진다. 한국, 중국, 미국 3국이 합작해 3천만 달러의 천문학적 제작비를 쏟아부은 <무극>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을 겨냥한다.

글로벌한 시장 전략에 따라 중국 감독 첸 카이거와 한국의 장동건, 홍콩의 장백지와 사정봉, 일본의 사나다 히로유키 등 각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인 범아시아 프로젝트로 태어났다.

중국 무협 특유의 과장된 액션에 현실감각을 완전히 탈색시킨 초현실적 판타지로 시각적 쾌락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엄청난 양의 CG로 화라한 스펙터클을 만들어냈다.

수만의 들소 떼가 협곡을 질주하는 야만족과의 초반 전투 장면은 흡사 <반지의 제왕>의 한 장면이 연상될 정도.

중국이 자랑하는 첸 카이거 감독이 보여주려 한 '운명'에 대한 주제의식은 액션과 판타지, 멜로라는 흥행 코드 뒤에 희미하게만 어른거린다.

영화의 제목으로 쓰인 '무극'의 뜻은 모든 사람이 평생 지니고 가야 하는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지도라는 뜻이지만, 영화는 불굴의 의지로 운명의 사슬을 끊고 자유를 얻으라는 권유로 끝난다.

어떤 거짓말도 영화라면 용서가 된다는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선택할 만하다.




장병원 영화평론가 jangping@film2.co.kr


입력시간 : 2006-01-2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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