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동해 대구탕'

입이 크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생선, 대구! 흔히 찾는 대구탕은 생태탕이나 매운탕과는 같은 탕이면서도 다르다. 생태탕이 시원한 맛이고, 매운탕이 기름진 얼큰함이라면 대구탕은 맑고 담백한 축에 속한다.

서울 여의도역 인근의 대구탕 전문점 ‘동해대구탕’. 이곳은 한 그릇 뚝딱 해치울 수 있는 대구탕집으로 통한다. 테이블 위에서 가스레인지를 켜 놓고 끓여 먹는 대구탕이 아닌 따뜻한 그릇에 담겨 나오는 대구탕이어서다.

이 집 대구탕은 우선 국물이 발그스름하다. 매운탕이 빨갛다면 그보다는 덜 진한 편인데 대구탕 특유의 맑은 국물 탓이다. 한 그릇 받아 들면 한가운데에 큼지막한 대구 한 덩어리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초등학생 손바닥만할 정도로 큼지막한데 한 덩어리의 두께가 무려 2.5cm라 한다. 그나마도 삶아서 약간 줄어든 것이라고. 바로 옆에는 대구알과 곤이가 버티고 있다.

탕에서 가장 중요한 맛은 역시 국물 맛. 먼저 한 숟갈 떠 먹어보면 시원하고 맑으면서도 깊다. 대구탕에 웬 깊은 맛일까만은 육수를 새벽부터 끓인 때문이다. 이 집은 매일 아침 7시부터 대구뼈와 무, 다시마, 양파 등을 한 솥 넣고 육수를 끓여내기 시작, 5~6시간이 지난 오전 11시쯤이면 육수 맛이 가장 좋아진다. 조금만 더 지나면 질퍽하거나 뻑뻑해진다고.

주인 김관수 씨는 그래서 물부터 신경쓴다. 정수기로 정화시킨 것도 못 믿어 대나무숯 필터에 한 번 더 걸러, 잡내 소재를 제거한다. 대구가 ‘연한’ 음식이라 냄새에 민감해서다. 또 대구는 중개상이나 도매상에서 매일 새벽 직접 골라 신선한 최고 품질만을 선별해 가져온다. 대구가 신선하지 않으면 국물 맛을 망치기 쉽기 때문이다.

대구 살과 곤이, 알은 식초와 간장을 적당히 섞은 양념장에 고추냉이(와사비)를 풀어 찍어 먹으면 새콤함이 곁들여 맛있다. 대구 살은 고소하지만 역시 담백한 편이어서 짠 맛과 잘 어울린다. 그래서 반찬도 장아찌가 나온다. 대구 알과 곤이는 생태 알이나 크림같기도 한 복어의 곤이와 달라 먹기에 왠지 두툼하고 묵직해 보인다.

처음 받아 들었던 대구탕 그릇은 뜨거워 손을 대기 힘들다. 하지만 공기밥을 한 그릇 말아 먹다 보면 어느새 국물도, 그릇도 따뜻해져 있다. 밥은 국밥 마냥 후루룩 마셔버릴 정도로 술술 넘어간다. 고춧가루를 곱게 빻아 넣은 국물은 맵지도 않으면서 얼큰함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테이블 위에서 바로 끓여내는 대구탕이 ‘시원하다’면 오래 끓인 이 집 대구탕은 맛이 ‘깊다’고 자신한다.

주인 김 씨가 맑은 국, 소위 ‘지리’를 내놓지 않고 매운 맛의 탕을 고집하는 이유는 ‘요리’로서라기보다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밥집’을 더 선호하기 때문. 그래서 점심 때면 사람들이 줄을 서지만 그만큼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나가는 속도가 웬만한 식당보다 여간 빠르지 않다.

“요리 비법이요?” 맛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주인 김 씨는 이렇게 대답한다. “맛을 내는 비결보다 더 중요한 게 맛을 유지하는 겁니다. 매일 신선하고 깊은 대구탕 맛을 변함없이 손님들에게 제공하려면 그만한 정성과 노력 없이는 안 되는 일이지요. 그 맛이 조금이라도 변하면 손님들은 귀신처럼 눈치채요.”

메뉴 대구탕 6,000원. 알과 곤이, 내장이 들어간 특대구탕은 8,500원. 부드러운 살점을 발라먹어야 하는 뽈탕은 7,500원. 낙지 조개 등 해물이 함께 들어간 대구찜, 전골은 3만원(중)부터.

찾아가는 길 여의도역 4번 출구, 신송센터 빌딩 지하1층 (02)780-1210




글·사진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