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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산책] 무더위 피해 미술관 나들이 어때요?




▲ 드라마 전시 '그녀의 방'


무더운 여름 휴가철 볼거리는 산과 들, 바다 등 야외에만 있는 게 아니다. 도심의 갤러리로 눈을 돌려보면, 재기 발랄한 젊은 작가들의 참신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 드라마 전시 '그녀의 방'

세 개의 길에, 여섯 개의 방이 있다. 낡은 책상 하나, 붙박이 옷장, 성능이 좋지 않아 보이는 냉장고, 간소한 싱크대….

일상의 온갖 무생물로 채워져 있는 ‘그녀의 방’은 낮에는 설치 미술 공간이 되고, 밤에는 드라마(연극) 공연의 장이 된다.

8월 8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아르코미술관 제2전시관에서는 극단 테아트르노리의 흥미로운 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공연과 전시가 결합된 크로스오버 형식의 ‘드라마 전시’로는 국내 처음으로 시도됐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은 어둡고 좁은 긴 통로를 걸어가야 한다. 그 길의 끝에서 자신의 얼굴과 맞딱 뜨리게 된다. 그리고 곧 그녀의 삶이 묻어나는 방들이 드러난다.

‘그녀의 방’은 방마다 에피소드가 있다. 여행, 빨래, 휴식, 외출, 생일, 선택– 다시 여름 등. 마지막 여섯 번째 방에는 이사라도 가는 듯 크고 작은 종이 상자들이 방 안 여기저기에 쌓여 있고, 상자에 등을 기대로 화석처럼 앉아있는 여자가 보인다. 그녀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

목을 매 자살을 기도하는 그녀. 그 순간 첫 번째 방에서도 다른 연기자의 또 다른 그녀가 똑 같은 행동을 시도하는데, 결과는 다르다. 회전 의자에 앉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에 따라 다른 결말을 만날 수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각자 서로 다른 극을 선택하게 되는 체험이 신선하고 산뜻하다. (02) 3673-5587

▦ 사성비展 'B브랜드 런칭 - 욕망의 놀이'

여성들이라면 한번쯤 문구점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종류의 종이 옷에 매료되어 누드로 그려진 인형에 다양한 디자인의 옷을 갈아입히며 동화 속 상상의 이야기를 지어내며 놀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 사성비展 'B브랜드 런칭 - 욕망의 놀이'
▲ 최선아 展 '긴 것 짧은 것'


8월 10일까지 세오갤러리에서 열리는 영 아티스트 사성비의 작업은이 같은 어린시절 소녀들의 인형놀이 판타지에 시대적 사회 현상을 오버랩시킨다.

작가는 마치 명품을 제작하는 회사처럼 B브랜드라는 로고를 부여하고, 제품을 생산한다. 바닐라비, 발리, 버버리, 바자, 빈폴, 부르주아 등의 유명 브랜드 로고들을 모두 모아 만들어진 B로고의 형태는 매우 권위적이며 아이러니하고 풍자적이다. 자본주의가 빚어낸 욕망의 로고들을 즐거운 놀이로서 해체시킨다. (02) 522-5618

▦ 최선아 展 '긴 것 짧은 것'

제목인 ‘긴 것 짧은 것’은 이상(李箱)의 시 한 구절에서 온 것이다. 이것은 한자 이(二)를 언어유희로 돌려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긴 것 짧은 것’은 대조와 비교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만나지 않는 평행을 의미할 수도 있다.

8월 11일까지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리는 최선아 개인전 ‘긴 것 짧은 것’은 이 같은 이상의 시처럼 다소 난해하다. 하지만 사물과 현상들이 맺고 있는 관계와 관계 맺기의 그 방식을 집요하고 섬세하게 시각적으로 번역하려는 진지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이상의 대중적인 시 ‘거울’을 설치미술로 구현한 ‘거울 속의 거울’. 거울 타일을 규칙적으로 잘라 시의 자음과 모음, 단어와 행, 연을 모두 해체한 상태를 보여준다. 이렇게 산산이 분해된 시는 이해 가능한 형태가 사라지고, 이미 다른 것으로 보여지거나 이해되어질 준비를 하고 관객을 기다린다. (02) 3141-1377



입력시간 : 2006/08/03 16:39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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