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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드라마 성공하고 싶으면 욕부터 먹어라?

‘욕 먹는 드라마=성공’이라는 공식이 안방극장에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비정상적인 캐릭터나 상황 설정, 사회상의 왜곡 등으로 비난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작품들이 연달아 시청률 성공 가도를 달리며 비난과 성공의 반비례 법칙을 여지 없이 보여주고 있다.

올해 초반 안방극장에 ‘남매 결혼 논란’을 일으켰던 SBS 주말드라마 ‘하늘이시여’를 시작으로 최근 방송 중인 KBS 2TV 주말극 ‘소문난 칠공주’, KBS 1TV 일일극 ‘열아홉 순정’ 등이 욕 먹으며 승승장구하는 드라마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소문난 칠공주’와 ‘열아홉 순정’은 시청자들로부터 혹평을 받고 있지만 시청률 고공행진을 지속하며 시간대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소문난 칠공주’는 4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최근 시청률 1위인 MBC 사극 ‘주몽’과 박빙의 경쟁을 펼치고 있고, ‘열아홉 순정’은 30%대를 넘나들며 인기 행진을 펼치고 있다. 시간대 경쟁작인 MBC 주말극 ‘누나’와 일일극 ‘얼마나 좋길래’ 등은 5% 안팎의 참담한 시청률로 참패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소문난 칠공주’는 주인공 이태란(설칠)의 출생 비밀에 대한 지루한 전개와 고주원(일한)-최정원(미칠) 커플과 이태란을 둘러싼 애정 관계의 갈팡질팡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또한 혼전 임신으로 결혼하게 된 신지수(종칠)가 시어머니에게 갖은 구박을 받는 모습 또한 비현실적으로 전개돼 시청자들의 비난을 불렀다.

당초 ‘소문난 칠공주’는 군인 출신의 아버지 밑에서 자란 딸 부잣집 네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가족애와 정을 보여 주고자 하는 점이 기획 의도였다. 그러나 실상 전개는 기획 의도와는 상관 없이 흘러가고 있다. 자극적인 상황들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며 시청자들의 표피적 눈길 끌기에만 연연하고 있다.

▲ 드라마 '열아홉 순정'

‘열아홉 순정’은 이전에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 ‘별난 여자 별난 남자’와 극단적으로 닮은 캐릭터와 상황 설정으로 ‘붕어빵’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시청률은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

극중 혈혈단신으로 한국에 온 뒤 난관을 씩씩하게 극복하는 옌볜 처녀 구혜선(국화)은 ‘별난 여자 별난 남자’의 주인공 김아중과 너무도 비슷하다. 여기에 구혜선을 둘러싼 두 남자인 이민우(우경)과 서지석(윤후) 역시 ‘별난 여자 별난 남자’의 정준과 고주원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너무 많다.

게다가 구혜선이 결국 결혼 상대로 엘리트 회사원 서지석을 맞이하게 되는 점 또한 ‘별난 여자 별난 남자’의 연속에 놓인 설정이다. 올해 초 시청률 1위 드라마였던 ‘별난 여자 별난 남자’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엔 며느리의 친구를 놓고 아버지와 아들이 연적관계에 놓이는 비도덕적 설정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처럼 욕 먹는 드라마들이 연달아 승승장구하는 기현상은 시청자가 ‘익숙한 자극’에 길들여져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문난 칠공주’와 ‘열아홉 순정’은 상투적인 소재와 상황 설정을 자극적인 전개로 풀어가고 있는 작품들인데 시청자들은 이들 작품의 자극에 ‘솔깃’해 하는 한편으로 익숙함을 편안하게 즐기고 있는 것이다. 물론 TV 리모콘의 주도권이 40대 이상 여성 시청자에게 집중되는 점 또한 성공을 보장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반면 새로움을 추구하는 작품들이나 자극 없는 안정감을 내세우는 작품들은 ‘낯설고 심심하다’는 덫에 걸려들어 참담한 실패를 맛보고 있다. SBS 미니시리즈 ‘천국보다 낯선’과 ‘누나’, ‘얼마나 좋길래’ 등이 이에 대한 사례다.

욕하면서도 습관적으로 보게 되는 드라마들이 안방극장의 주도권을 잡는 것은 건강한 방송 제작 환경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그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현재 실정은 바람직하지 못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관습의 무서움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