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렌즈 / 데이비드 에드워즈·데이비드 크롬웰 지음 /복진선 옮김

예전에 기자들은 목은 비틀어도 진실을 말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가난하더라도 딸깍발이처럼. 현재는? 주류 언론 기자들이 받는 급여는 높아졌다. 그러나 직업에서 느끼는 자긍심은 낮아졌다. 샐러리맨으로 격하됐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들린다. 왜 그럴까?

언론을 지배하는 자본과 권력의 매커니즘을 분석한 이 책은 그 단초를 제시한다. 영국 BBC와 미국의 뉴욕타임스 등 주류 미디어 기자들은 바로 자신이 소속한 언론사 사주와 광고주의 이익에 길들여지고, 권력(여당이든 야당이든)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고 한다.

그 근거로 저자는 이라크 전쟁, 코소보 사태, 지구온난화 등과 관련된 왜곡보도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그래서 “미디어는 세상을 보여주는 창이 아니라 세상을 보여주는 창에 페인트를 칠하는 존재”라고 강하게 질타한다. 한얼미디어 발행. 1만8,000원.

문명의 혼성 / 프랭크 레흐너, 존 보일 지음 / 윤재석 옮김

1996년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저서 ‘문명의 충돌’을 통해 언어, 종교 등 문화적 특질의 집합체인 문명들이 세계적인 갈등의 중심에 있다고 주장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그의 ‘문명 충돌론’이 적중하듯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과도한 서구중심주의’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이 책은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뮤얼 헌팅턴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고 말한다. 최근 불가리아가 같은 문명권에 속한 러시아를 뿌리치고 미국과 연합하고 있는 데서도 볼 수 있듯 문명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교류를 통해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세계문화’로 재편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올림픽, 다국적 기업의 활동, 유엔 회의, 반세계화 운동 등 세계를 하나로 묶는 활동들 속에 피어날 ‘세계문화’에서는 평화로운 ‘문명의 혼성’이 이뤄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부글books 발행. 1만8,000원.

명나라 뒷골목 60일간 헤매기 / 황봉구 지음

자금성, 이화원, 진시황릉…. 중국 하면 떠오르는 문화유산들이지만 그것들만이 중국 문화를 대표한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중국의 유구한 역사를 드러내는 잔재들을 살피는 것은 우리 전통문화의 맥을 파악하는 데에도 의미가 깊은 일이다.

시인 황봉구 역시 한국의 전통미를 탐구하기 위해서 중국을 자세히 보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중국 여행을 시작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뒷골목처럼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중국의 역사, 문화유산들을 그가 두 달여 동안 샅샅이 답사하고 돌아와 쓴 기행문이다.

무당산과 형주, 황산, 장강을 따라 내려오며 두보, 노신을 비롯한 무수한 예인(藝人)들의 흔적과 옛 건축물들, 옛 촌락들의 역사와 예술적 의미를 세밀하게 담았다. 학민사 발행.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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