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수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너편 오피스 타운. 큼지막한 건물들 사이에 푸른색 바탕의 버스 한 대가 간혹 서 있다. 위치는 항상 프리벨로 오피스텔 1층의 식당 ‘수림’ 바로 앞.

그리고 버스 출입문을 분주히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함께 보인다. 분명 버스에 승·하차하는 것 같진 않은데···.

버스에 오른 이들은 모두 다름 아닌 식당 수림의 식사 손님들이다. 버스는 이 식당의 이동형 테이블인 셈. 보통 폐차된 버스를 식당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더러 있는데 이 버스는 겉보기부터 새 차다. 또 수시로 달리는 모습이 목격되며 서 있는 위치도 때에 따라 바뀌곤 한다.

지난 7월 처음 선보인 이 버스는 원래 케이터링용으로 제작됐다. 음식을 실어 나르고 배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하지만 지난 여름 보양식을 찾는 식당 손님이 넘쳐 나자 급하게 식당 앞 공영주차장으로 끌려 와 직접 손님들을 맞는 테이블로도 활용됐다. 사람들의 눈에 띄면서 급기야 여의도의 명물로 떠올랐다.

올 3월 문을 연 수림은 보양식 전문점이다. 주로 닭 요리를 중심으로 내놓는데 일반 삼계탕이 전문은 아니다. 특이하게도 닭과 전복, 참게, 올갱이 등을 함께 끓여 내놓는 보양식들이 대부분의 메뉴판을 채우고 있다.

메뉴 못지않게 독특한 모습으로 관심을 끄는 이 버스는 실제 케이터링 전용으로 활용된다. 고객들이 워크숍이나 야유회를 가거나 혹은 야외결혼식, 행사장 등까지 따라가서 음식들을 직접 조리해 주고 서빙하는 용도로 쓰이는 것. 그렇다고 도심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영업을 하지는 않는다.

식사 메뉴는 버스건 식당이건 똑같다. 버스 외양에도 ‘수림’이라고 써 있고 단지 ‘게릴라, 찾아가는 보양식’이란 글귀와 함께 메뉴사진들이 붙어 있을 뿐이다. 대신 차 안에는 수도와 전기 등 일체의 주방 시설, 주방 용품, 조리대, 싱크대, 식탁 등 요리와 식사를 위한 모든 시설들이 완비돼 있다.

이 집에서 가장 인기 높은 메뉴는 대나무전복계탕. 배 모양으로 깎아 만든 대나무 그릇에 닭고기와 찹쌀죽, 전복, 새우, 낙지, 올갱이 등을 각종 한약재와 마늘, 해조류와 함께 넣어 끓였다. 행여 죽이 식을까 대나무 그릇 안에는 섭씨 150도로 달군 옥돌이 들어가 있다. 뜨거운 돌은 식사를 마칠 때까지 죽이나 음식물이 식지 않도록 해 준다. 이 음식은 주인 김종원 씨가 창안해 특허 출원까지 낸 메뉴다.

또 김 씨가 개발한 대표적인 메뉴로는 전복참게보양닭도 꼽힌다. 일종의 삼계탕에 전복과 참게까지 넣어 함께 끓여낸 것인데 전복과 참게의 향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낸다. 김 씨는 라디오 등 방송프로의 맛기행 코너에도 출연하며 인기를 모았던 맛칼럼니스트 출신. 버스도 프로그램용으로 주문해 운행하다가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를 오픈하면서 아이디어를 내 케이터링용으로 특별 개조한 것이다.

메뉴 반계탕 5,000원, 가마솥누룽지삼계탕 1만원, 대나무전복계탕 1만5,000원, 전복참게보양닭 8만원(중 사이즈)

찾아가는 길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너편 빌딩가 골목. (02)784-3990


글ㆍ사진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