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미니시리즈 '하이에나'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 시장 공략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인가.

케이블 채널들이 연이어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며 지상파 방송사와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한 가운데, 성적이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아직 전초전 단계에 불과하기에 성패를 논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초반에 드러난 성적을 보면 지상파 방송사에 그다지 위협이 되지 못하는 수준에 불과한 게 사실이다.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 시장 진출은 지난 9월 케이블 액션채널 수퍼액션이 옴니버스 드라마 ‘시리즈 다세포소녀’를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이후 10월 종합오락채널 tvN이 미니시리즈 ‘하이에나’ 방영에 들어가면서 본격화됐고, 영화채널 채널CGV가 5부작 드라마 ‘프리즈’를 선보이면서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11일부터는 영화채널 OCN이 미니시리즈 ‘썸데이’를 방영하면서 주요 케이블 채널이 모두 드라마 1편씩을 선보이게 됐다. 이 외에도 각 케이블 채널들은 2~3편씩 자체 드라마를 촬영 중이거나 제작을 기획 중인 상태다. 작품 편수만 놓고 보면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 시장 공략은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청률이라는 잣대로 평가할 때 성적표는 당초 기대에 비해 초라하다.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 시장 진출의 신호탄이라는 의미를 지닌 ‘시리즈 다세포소녀’는 1%에 한참 못 미치는 시청률을 기록했고, ‘하이에나’ 역시 1%를 겨우 웃도는 수준의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프리즈’ 또한 1% 남짓에 불과하다. 케이블 채널 인기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보통 1.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작품의 시청률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적이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이 15% 수준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특히 ‘하이에나’와 ‘프리즈’는 김민종, 오만석, 윤다훈, 소이현, 이서진, 손태영 등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 못지않은 화려한 출연진을 갖춰 대등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기대한 터라 제작진의 실망감도 적지 않다.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 시장 공략이 기대에 못 미친 이유로 우선 차별화를 지나치게 추구한 점과 케이블 채널의 특성상 시청자의 시청 패턴이 고정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하이에나’와 ‘시리즈 다세포소녀’는 지상파와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는 욕심 때문에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에 치중했다. 물론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었지만 막상 시청자들에겐 생소했다. 시청자들은 과도한 노출과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장면을 드라마를 통해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탓에 거부감을 먼저 느끼게 된 것이다. 흡혈귀와 인간의 사랑을 소재로 한 ‘프리즈’는 영화를 연상시키는 영상과 독특한 소재로 호평을 받았지만 생소함이라는 벽을 넘긴 쉽지 않았다.

‘드라마는 지상파 방송사의 고정된 시간에 방송된다’는 고착화된 시청 패턴도 악재로 작용했다. 시청자들은 ‘오후 10시=드라마’라는 지상파 방송의 함수 관계로 인해 이외 시간에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를 찾아보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수십 년간 고정된 시청 행태를 단시간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는 것.

그러나 독특한 시도들이 마니아 시청자 형성으로 이어지면서 입지를 넓혀갈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하이에나’의 경우 도발적인 영상과 감각적인 내용 덕분에 마니아 시청자가 서서히 생겨나는 등 어느 정도 성공의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프리즈’는 독특한 영상미로 신세대 시청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얻었다. 배두나, 김민준, 이진욱 주연의 ‘썸데이’도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를 결합한 차별화된 화면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지상파 방송 드라마에 비해 소재의 자유로움도 케이블 채널의 향후 행보를 밝게 하는 요소다.

또한 케이블 채널들은 지상파 방송사에서 볼 수 없던 공격적인 홍보 전략으로 시청자를 파고 들고 있다. ‘썸데이’는 메가박스 극장에서 홍보 영상을 소개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쳐 적지 않게 인지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리즈’와 ‘썸데이’를 제작한 옐로우 필름의 오민호 대표는 “케이블 TV가 드라마를 소개하는 새로운 영역이 될 것으로 믿는다.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해 성과는 미미하지만 서서히 입지를 넓혀가면 머지 않은 장래에 지상파 방송사와 대등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 공략이 결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자신하는 대목이다.

OCN 미니시리즈 '썸데이'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