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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산책] 연극 '환상동화'
아득한 현실, 그러나 꿈이 있기에 삶은 아름다운 것
전쟁 속에서 겪는 세 사람의 이야기



5년 걸렸다. 2003년 변방연극제 참가 당시 동화적인 무대와 아름다운 대사로 호평을 받았던 <환상동화>가 5년 가까운 작업 기간을 거쳐 한층 다듬어진 모습으로 신시극장 오픈 기념 개막작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소극장 공연이지만, 순수미술, 음악, 춤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무대를 채운다는 건, 연극계의 의미 있는 도전이다.

주인공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소리를 잃어버린 피아노 치는 남자와 눈을 잃어버린 춤추는 여인. 그리고 세 명의 이야기꾼인 사랑ㆍ전쟁ㆍ예술 광대를 중심으로 현실과 환상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드라마는 광대들이 보여주는 ‘극 안의 극’에서 펼쳐진다.

무용수와 음악가의 등장 장면이 전쟁의 어두운 기운에 둘러싸인 복고적 유럽을 배경으로 한다면, 광대들의 세계는 판타지적이고 동화적이며,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섞여 있다. 난해하게 보이지만, 탄탄한 이야기 구조는 입체적인 그림책을 넘기듯 관객을 흡인하는 힘이 있다.

“시인의 부드러움과 무사의 강인함을 가지는 연극을 선보이겠다”는 젊은 연극인들의 모임인 극단 ‘시인과 무사’의 열정이 의욕으로만 끝나지 않고 작품 안에 잘 녹아있다는 점에서 <환상동화>는 ‘준비된 작품’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빨간도깨비>, <쉬어매드니스>의 오용, <아타미 살인사건>의 최대훈 등 노련한 연극 배우 외에도 실제 무용수인 송희진, 피아노 연주와 작곡 실력을 겸비한 배우 성종완이 합세해 작품의 사실감을 더했다. 라이브로 연주되는 피아노 선율과 전문 무용수의 춤은 이 공연의 백미. 무대 속 까페에 걸려 있는 액자 속의 그림까지 회화로서 각 장르 예술 간의 결합에 한몫한다.

연극 마니아를 위한 실험성의 넘침도 보이지만, <환상동화>가 궁극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지극히 보편적이며, 따뜻하고 유쾌하다.

“전쟁의 소음으로 소리를 잃고, 전쟁의 잔혹으로 빛을 잃게 되어도, 우리는 꿈꾸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는 이 연극은 어른들을 위한 명작 동화다.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예술이, 그리고 마음을 움직이는 작은 이야기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나지막히 속삭인다. 연극 <콘트라베이스>, <70분간의 연애 - He&She>를 연출한 김동연이 작ㆍ연출을 맡았다. 4월 5일~7월 1일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2관. (02) 762-0010



입력시간 : 2007/03/27 19:57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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