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보수-진보 갈등에 시사점 던져준 작품"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대선이 끝난 후 다가올 총선준비에 주력하고 있었다. 대선기간 당내 클린정치위원으로 활동하며 BBK공격을 막아낸 그는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직을 맡게 되느냐고 묻는 기자에게 “그것은 제가 말할 상황이 아닌 듯하다”며 말을 아꼈다. 홍 의원은 이어 “우선 4ㆍ9총선을 위해 지역구 잘 챙기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이 추천한 책은 이병주의 <지리산>. 1972년 월간 <세대>에 연재된 이 소설은 전 7권으로 이루어졌다. 홍 의원은 “대학생 시절 연재물을 보다 졸업 후 책으로 출간된 소설을 다시 읽었다”고 말했다.

“이병주의 <지리산>은 해방직후 한국의 좌우 혼란상을 극명하게 보여준 작품입니다. 한국 지식인들이 어떻게 나라를 세우고 방황했는지를 리얼하게 보여주지요.”

홍 의원은 “좌익의 대표가 박태영, 우익의 대표가 이규인데”라며 작품을 설명했다. 몰락 지주의 집안 출신인 이규는 천재 소리를 드는 박태영과 막역한 관계를 유지하며 중학 시절을 보낸다. 1940년 창씨개명의 조치가 내려지고, 규는 일본 교토로 건너가 상고에 입학하게 된다. 한편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징병제가 실시되고 공산주의자가 된 태영은 이를 피해 지리산으로 들어갈 결심을 한다. 해방이 되자 이규는 먼 친척인 하영근의 딸 윤희와 결혼하고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다. 미군이 인천에 상륙하자 태영은 빨치산이 된다. 공비 소탕 작전이 전개되고 빨치산 부대는 점점 세력이 약화된다. 박태영은 대원 전부를 자수시키고, 산에 남았다가 경찰에 포위돼 사살된다.

홍준표 의원은 “<지리산>은 작가 이병주의 자전적 소설 같다”고 말했다. 우익의 대표인 이규를 옹호하거나 적어도 이해하려는 시선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리산>을 보면 지금의 보수 진보 갈등 상황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다”고 말했다. 해방 직후 지식인의 혼란상, 지적 고민, 국가에 대한 고민 등을 통해 지금의 사회를 반추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개인적으로 주인공에게 동질감을 느꼈다기보다 두 인물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해봅니다. 박태영처럼 혁명가가 되기에 저는 너무 소심하고, 이규처럼 현실에 안주하기에는 너무 답답하거든요.”

홍 의원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20, 30대 젊은 친구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고 말했다. “나이 불문하고 읽어보면 좋은 소설입니다. 사회 진출하는 젊은 친구들이 한번 봤으면 합니다. 사실 제 아들이 20대인데, 아들은 고시공부를 하고 있는 터라 쉽게 권할 수가 없네요. 허허.”

홍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정당 선진화를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총선에서 유권자의 평가를 먼저 받은 다음에 할 일이다.

“우리나라의 법률은 이미 국제적인 수준에 이르렀고, 정부 선진화 작업은 인수위에서 하고 있지요. 정당의 선진화는 18대 국회가 해낼 몫입니다. 총선 후 한국이 선진사회로 올라가도록 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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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