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년 전 제작된 첼로의 '제1명가'… 소장자 베르거·성현정 부부 내달 듀엣 연주회프랑스 샤를 4세를 위해 만들어 궁정음악 연주역사적 명성으론 스트라디바리우스 뛰어넘어

바이올린의 명가라면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 중 제1 명가는 ‘아마티’가 꼽힌다. 더욱이 아마티는 세계 최고(最古)의 첼로로도 이름 높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첼로 ‘아마티(Amati)’가 한국 방문을 앞두고 있다. 3월 한국에 와 팬들에게 그 모습과 소리를 선보이는 것.

현재 아마티를 소장하고 있는 이는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첼리스트인 율리우스 베르거씨다. 그는 3월 방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첼로로 가장 오래된 첼로 독주곡’들을 국내팬들에게 들려줄 예정이다.

아마티는 악기 명장(名匠) 안드레아 아마티가 1566년 프랑스 샤를 4세를 위해 제작한 것으로 현존하는 첼로 중 최고(最古)이자 ‘첼로의 명가(名家)’로 인정 받고 있다. 악기를 만든 이의 이름을 따 ‘안드레아 아마티’로 이름 지어진 이 첼로는 줄여 ‘아마티’라고 많이 불려진다.

아마티의 역사적 가치는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스트라디바리우스 이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존하는 첼로 중 가장 오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뉴욕 경매에서 최고가로 팔린 바이올린의 명가 ‘스트라디바리우스’가 1707년 제작된 것과 비교해도 141년이나 앞선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

특히 악기를 만든 안드레아 아마티는 지금 형태의 첼로를 완성시킨 사람으로 꼽힌다. 이전까지는 여러 가지 잡다한 형태의 악기들이 있었지만 첼로라는 고정된 형태의 악기가 시작된 것은 그에게서 비롯됐다는 것이 후대의 평가다. 아마티에게서부터 ‘첼로의 역사’가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

영국의 악기 감정사 힐도 1926년 아마티를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첼로라고 공언한 바 있다. 물론 연주되는 아마티의 소리 자체에서도 그 역사와 깊이가 드러난다.

아마티가 한국 땅을 밟게 된 것은 소장자인 첼리스트 베르거씨의 한국인 아내 성현정씨의 역할 덕분이다. 3월 서울 신사동의 아시아고 아트홀에서 음악 축제 ‘아시아고 페스티벌 서울’을 열면서 이 때 아마티를 선보일 기회를 갖기로 한 것. 베르거씨는 3월 16일과 31일 두 차례 아시아고 아트홀에서 아내 성현정씨와 첼로 듀엣 연주를 벌인다.

베르거씨 부부가 아마티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불과 2년 전이다. 2006년 말 아마티가 시장에 불쑥 모습을 드러내자 마자 베르거씨가 소위 ‘찜’을 한 것. 우연히 아마티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베르거씨는 당장 계약을 해버렸다.

물론 본인 돈 이라기보다는 후원자의 도움을 얻었다. 이 후원자도 평소 그가 잘 알던 사람은 아니다.

다만 베르거씨가 평소 첼로 연주하는 것을 지켜 본 그는 ‘궁합이 잘 맞는 임자(?)에게 물건(아마티)가 가야 한다’며 선뜻 아마티를 넘겨주었다. “베르거는 첼로로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고 베르거가 아마티로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원자의 말이다.

베르거와 아마티와의 첫 만남은 20여 년 전으로도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젊은 음악가였던 베르거는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던 아마티를 봤었다.

하지만 직전 작곡가 보케리니가 사용하던 첼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구입한 데다 가격이 너무 비싸 결국 구입을 포기했다. 이후 그는 “아마티를 직접 보고서도 그냥 보낸 것은 일생일대의 큰 실수”라고 매번 후회하며 지내왔다.

그 후 20여 년 만에 다시 나타난 아마티와의 재회를 베르거씨는 숙명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이 때 유명 첼리스트는 마이스키도 ‘당장 아마티를 구입하겠다’고 구입 의사를 밝혔는데 베르거씨가 단숨에 경쟁을 끝내 버린 것.

요즘까지도 마이스키는 베르거를 만날 때 마다 “내 첼로(아마티) 잘 있어?” 하며 농담을 건네곤 한다는 소식이다.

공교롭게도 아마티는 베르거씨가 주인이 되기 전까지 조명을 크게 받지는 못해 왔다. 440여 년 전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처음으로 태어난 아마티는 프랑스 샤를 4세의 궁정악단에 합류하며 이름을 떨치다 이후 뚜렷한 활동(?) 없이 자취를 감췄다.

아마티는 특히 음악가들 보다는 대부분 수집가들 사이에서 거래가 되며 소장돼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수 백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아마티가 제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역으로 이들 수집가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인들이 가지고 있었다면 계속 연주에 사용되며 손상이 되거나 노화될 수도 있었겠지만 수집가들에 의해 상태가 ‘온전히’ 보관돼 올 수 있었다는 해석인 것.

지금 형태의 첼로 모양을 완성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아마티 첼로는 앞ㆍ뒷면에 왕관 그림과 왕실 문양이 그려져 있어 오랜 역사와 권위를 말해 준다. 당시 제작된 아마티는 현재 3개가 남아 있는데 나머지 2개는 미국과 오스트리아의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이 중에서도 지금 연주가 가능한 것은 베르거씨의 아마티 뿐이다.

아마티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빛을 보게 된 것도 2006년 말 베르거씨가 ‘주인’이 되면서부터다. 세계 최고(最高) 첼리스트 중 한 명인 그가 세계 최고(最古)의 첼로로 연주 활동에 나서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 덕분이다.

당시 독일 최대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자이퉁은 파격적으로 광고도 없이 문화 1개 면을 통틀어 아마티와 베르거씨를 소개하기도 했다. 제목은 ‘안드레아 아마티-첼로의 탄생’이다.

아마티는 지난 해 말 또 한 번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나섰다. 베르거씨가 ‘첼로를 위해 쓰여진 가장 오래된 음악들만을’ 아마티로 연주한 CD ‘첼로의 탄생’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된 첼로 악기로 바하 이전에 쓰여진 첼로곡들만을 모아 연주했다는 점 때문에 이 음반은 유럽 음반시장에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아마티와 ‘첼로의 탄생’ CD는 지난 해 말부터 더더욱 유럽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클래식인데도 베스트 앨범으로 꼽히고 있고 각종 수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을 정도. 국내에서는 압구정동의 전문 클래식 음반 매장인 풍월당 한 군데서만 판매하고 있는데도 단 며칠 만에 수백 여장이 팔려 나갔다. 추가 주문에 서둘러 나설 정도라는 것.

첼리스트 율리우스 베르거, 성현정씨가 한국 독일 아르헨티나 일본 콜럼비아의 연주가들과 함께 꾸미는 아시아고 페스티벌 코리아는 3월12일 팬사인회에 이어 15, 16, 19, 27, 31일과 4월 6일 공연을 갖는다. 행사에는 특히 독일 조소가인 칼하인츠 오스발트의 작품전도 함께 한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