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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민주주의는 자유세계의 창녀로 전락했다"
■ 공선옥 작가 추천 '9월이여 오라'
인도 여성작가가 쓴 냉철한 정치 비판서





글로 밥을 버는 작가만큼 책과 인연이 깊은 사람도 없을 듯하다. 작가에게 책 추천을 부탁하면 ‘딱 한 권’만 추천하는 법은 거의 없다. 소설가 공선옥 씨도 추천 책으로 여러 권을 이야기했다. ‘인생을 바꾼 책’이야기를 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주었다.

“암만해도 글 쓰게 된 동기가 저기(책)같애요. 제가 어렸을 때 그림을 꽤 잘 그렸어요. 호남예술제라고 있거든요. 농촌아이들 대상으로 하는 행사인디 그림으로 제가 장원을 했어요. 완도아이가 글 장원으로 올라왔고. 상 받으러 전남일보에 갔는디, 이따만한 부상을 얹어주더라고요. 근데 그 완도 애 하고 나하고 부상이 바뀌어 부렀어. 같이 버스 타는 데 가서 “너 부상 뭐냐”했는디, 그 애는 팔레트래요. 나는 박종화판 삼국지였어. 그걸 머리에 이고 집에 왔죠.”

시골에 살았던 그는 ‘읽을 책이 그것밖에 없어서’ 한문 섞인 어려운 삼국지를 읽었다. 그때부터 장래희망을 ‘문장가’라고 대답했다고.

“난 그때 ‘소설가’, ‘작가’ 이런 말은 몰랐어요. 그냥 ‘문장가가 될거다’ 했는데 해놓은 말이 있으니까 계속 문장가가 되려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그게 1975년. 그때 내가 상품을 옳게 갖고 왔으면 화가가 돼있을지도 몰라요.”

공 작가는 “그 책 외에도 인상 깊은 책에 대해 말하려면 밤 세워 말할 만큼 많다”고 말했다.

주간한국 독자에게 추천한 책은 아룬다티 로이의 <9월이여, 오라>. 공 작가는 “여성 작가의 힘 있는 목소리가 좋았다”고 책을 소개했다.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가 작품의 모티프를 이룬다는 점에서 공선옥과 아룬다티는 닮은꼴이다. 공 작가가 전남 곡성 출신으로 유년 시절의 기억을 작품의 주된 배경으로 사용하고, 아룬다티 역시 인도 남부 케랄라 주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 이런 기억들이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점도 둘 사이의 공통점이다.

“<9월이여, 오라>는 인도 여성작가가 쓴 정치평론서예요. 이 세상에 정의의 이름을 뒤집어쓰고 있는 비리들이 많잖아요. 그런 사악함에 대해 이 분은 담담하면서도 아주 힘 있게 비판합니다. 힘차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참 좋았어요.”

소설 <작은 것들의 신>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아룬다티 로이는 출판사의 주선으로 떠난 세계여행에서 인식의 전환을 갖는다. 여행 후 그는 고국의 핵실험과 나르마다 개발계획을 비판하고 이 일로 인도 주류사회의 비난과 냉대를 받는다. 작가의 정치 비판은 한 발 더 나아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로 포장된 미국으로 이어진다.

책 <9월이여, 오라>는 이라크 전쟁으로 점철되는 미국 사회에 대한 고발서다. 로이는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라크 민중들에게도 ‘파쇄성폭탄’으로 민주주의를 건설해주겠다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자세에 분노한다. 그녀는 ‘자유세계의 창녀’로 전락한 민주주의에 분노하고, ‘쇼비즈니스’로 전락해 전쟁 광고에 열을 내는 미국식 자유언론에도 분노한다. 그녀는 전 세계 독자들에게 미국의 침략과 점령으로 죽어간 이라크 민중과 댐 건설로 삶터를 잃은 인도 민중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여성작가지만 주류사회에 대한 비판이 강해요. 이런 강한 목소리가 전 좋아요. 전 세대가 다 읽어보면 좋을 듯합니다.”

얼마 전 단편집 <명랑한 밤길>을 낸 공 작가는 이제 곧 장편소설 집필에 들어간다. 내년 초쯤 발표할 새 작품의 소재는 아직 비밀이란다.

“딸래미 23살인디 인자(이제) 시집 보낼라고 계도 들어. 열심히 써야 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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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02/21 14:03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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