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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딜리아니와 잔느의 행복하고 슬픈 사랑이야기
'열정, 천재를 그리다'展



모딜리아나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사랑은 영원불멸한 삶의 테마다. 세계적 예술가의 사랑은 어떠했을까. 경기도 고양 아람미술관에서는 화가 모딜리아니의 전설적 사랑을 다룬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그림이 아니라 사랑 자체가 전시회를 주도하고 있다.

아무리 미술에 조예가 ‘얕은’ 사람에게도 모딜리아니의 그림은 언제 어디서든 표시가 난다. 특히 그의 여성 초상화는 대표적이다. 특유의 구도와 포즈, 가늚과 풍만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인체, 관능적이면서도 순수하고 고혹적이면서도 어딘가 텅 빈 듯한 표정 등이 뚜렷한 잔상을 남긴다. 그림이 주는 인상이 워낙 분명해서일까? 그의 캔버스 속 여성은 작가 자신의 ‘베아트리체’일 듯 하다.

실제로 모딜리아니가 그린 대표적인 초상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의 연인, 잔느다. 모딜리아니는 당대 미술계의 미남으로도 유명했다. 그의 모델이 되기를 자청하는 여성들이 끊이지 않았다.

크고 그윽한 눈, 현실적인 타협을 거부하며 고독과 자기세계를 고집하던 그의 괴팍한 성격은 더욱더 여성들의 모성애를 자극했다. 그러다 ‘천국에서도 당신의 모델이 되겠다’고 말한 운명의 연인, 잔느 에뷔테른을 만나면서 예술혼이 더욱 가열된다.

모딜리아니에 비해 잔느에 대한 예술가로서의 조명은 아주 뒤늦고 미약한 편이다. 어릴때부터 탁월한 미술적 재능을 드러낸 천부적 작가 잔느의 작품이 처음으로 소개된 것도 지난 2000년, 베니스에서 열린 ‘Modigliani and His Circle’ 전시회였다.

잔느



이때 몇 점의 정물화와 풍경화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생생한 묘사가 도드라진 자신의 누드화들이 공개됐다. 온화하고 헌신적인 모딜리아니의 연인으로만 알려졌던 잔느에 대한 인식을 일순간에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잔느의 과감한 ‘셀프 누드화’는 당대 남성들의 전형적인 여성 누드관에 대한 반격이었다.

‘예술적 영감을 위한 여성편력’이란 변론이 과연 이해타당한 것일까. 잔느는 어떤 면에서 모딜리아니보다 훨씬 담대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던 듯 보인다. 자신과 연인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른 여성들과 분방한 관계를 계속한 모딜리아니의 여성편력에 개의치 않았다.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된 지 채 3년도 안 돼 모딜리아니는 결핵형 늑막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바로 그 이틀 뒤 잔느는 아파트 5층에서 투신자살해 모딜리아니의 뒤를 따랐다. 뱃속에 8개월 된 모딜리아니의 아기를 임신한 상태였다.

이번 전시회에서 이들의 애틋한 사랑에 주목할지, 여전히 유명예술가로서 이들이 만든 작품과 예술적 완성도에 주목할지는 순전히 관객들의 몫이다. 전시장에는 이 비극적 사랑의 주인공들이 남기고 간 총 150여점의 유작과 자료들이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각자의 유화 및 소묘, 공동 드로잉, 엽서와 사진, 머리카락 등이다. 권위적 관습과 폐쇄성, 주류의식을 거부한 이 두 사람의 비범한 기질이 낳은 비극적 사랑을 관객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젊은 세대와 중년 세대, 남성과 여성 관객에게 각각 따로 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문득 느낀다. 전시는 3월 16일까지 이어진다.



입력시간 : 2008/03/05 14:51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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