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헤는 천문학자… 17세기 신과학을 화폭에지구본 별자리 천문학자 상징… 벽면 아기 모세 그림은 과학시대 도래 암시1668년, 캔버스에 유채, 51ⅹ45,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1969년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하면서 우주 시대의 개막을 열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우주인의 탄생과 함께 우주 시대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천체는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학문이지만 17세기 중엽 이전에는 천체나 지구를 관찰하거나 연구하는 것은 신의 섭리와 맞지 않는다고 보수적인 과학자들은 생각했다. 그 이후 젊은 과학자 1668년 아이작 뉴턴이 제임스 그레고리가 1663년 고안한 굴절 망원경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키면서 새로운 과학의 시대를 열었다.

천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를 그린 작품이 베르메르의 <천문학자>다. 이 작품은 베르메르의 작품 중에 제작년도가 명확하게 적혀 있는 3점 가운데 하나로서 바다를 통해 무역이 발달한 네덜란드에서 천문학은 아주 중요한 학문이었다.

이 작품은 루이 14세가 파리에 천문대를 건립(1667~1672)하던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천문대 건립으로 과학사에서 대변혁이 이루어진다.

방안에서 머리를 길게 길어 귀 뒤로 넘긴 학자가 책상에 기댄 앉아 손으로 지구본을 돌리면서 살펴보고 있다. 학자는 일상복을 입지 않고 발끝까지 오는 긴 옷을 입고 있다. 네덜란드는 추운 나라이기 때문에 17세기 풍속화를 보면 집안에서도 인물들이 두툼한 옷을 입고 생활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학자는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을 모델로 한 것은 아니다. 베르베르는 인물보다는 천문학에 중점을 두었다.

책상에는 펼쳐 놓은 책이 놓여 있고 책상 덮개로 사용되고 있는 양탄자 옆에는 천문관측의가 눕혀져 있다. 천문관측의는 천체의 각도와 위치를 재는 장치로서 선원들이 별을 관찰하면서 항해하는 데 중요한 도구다.

이 작품에서 베르메르는 양탄자의 문양을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장식효과를 주고 있다. 당시 양탄자는 바닥에만 까는 깔개로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탁자의 덮개로도 사용했었다.

학자가 돌리고 있는 지구본의 왼쪽에 큰곰자리가 보이고 중앙에는 용자리와 헤라클레스자리, 오른쪽에는 거문고자리가 보인다. 별자리는 남자가 천문학자라는 것을 암시한다.

책상 위에 펼쳐진 책은 아드리안 메티우스가 쓴 <별들의 탐구와 관찰>이며 지구본은 요도쿠스 혼디우스가 제작한 것이다.

학자 옆으로 옷장이 있고 벽에는 아기 모세를 발견하는 장면이 그려진 그림이 걸려 있다. 성경에서 모세의 탄생은 예수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이 그림은 새로운 과학을 상징한다. 옷장에 로마 숫자가 적혀 있는데 그것은 이 작품이 완성된 날짜다.

얀 베르베르<1632~1675>는 빛의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책상을 창문 곁에 두었다. 당시 전기가 발명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최대한 빛을 이용해야 했다.

■ 박희숙 약력

화가, 동덕여대 졸업, 성신여대 조형산업대학원 미술 석사

저서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명화속의 삶과 욕망>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네트워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희숙 bluep6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