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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성의 대중문화산책] 90년대 대중가요 열풍 일으킨 '토토가'

다양한 장르의 대중음악 '부활'
2015년 연초부터 90년대의 히트곡들이 다시 음원차트를 점령하고 찬미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후 토토가)의 효과다. 전국시청률 22.2%를 기록한 '토토가'는 과거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에 '나는 가수다'를 더해 '한국 가요계의 르네상스, 90년대 가수들의 귀환'이란 기획으로 방송된 예능프로그램이다. 출연가수 전원이 당시의 의상과 안무를 재현해 감동과 추억을 선사했고 관객들은 전원 기립해 추억의 춤을 따라 추고 노래를 합창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토토가' 방송 후 SNS를 중심으로 90년대의 추억담이 넘쳐흐르고 있다. 사실 90년대 대중음악의 급부상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영화 건축학개론, 드라마 응답하라 1997, 1994, 그리고 지난해 서태지와 김동률, 지오디(god) 등 90년대 중요가수들의 컴백과 신해철의 황망한 부고로 인해 1990대 추억의 대폭발은 예고된 상태였다. 모든 것이 풍요롭고 다양했던 1990년대는 발라드, 댄스, 힙합, 록 등 다양한 장르가 공존한 대중음악계의 황금기다. 신승훈, 김건모에 의해 밀리언셀러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던 것도 그때다.

1992년 등장과 동시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서태지와 아이들은 구멍가게 수준이었던 가요계를 처음으로 산업수준으로 견인했다. 이후 대형기획사의 태동으로 양산된 G.O.D, H.O.T, 젝스키스, S.E.S, 핑클 등 아이돌 그룹들은 내수시장 붕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었던 한류, K팝 열풍에 초석이 됐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였던 당시, 노래방 문화가 탄생했고 PC통신이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뮤지션들은 컴퓨터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고 LP, 카세트테이프, CD가 동시에 제작되었던 전환기였다. 이런 급격한 변화를 겪은 'X세대'로 명명된 당대의 10대 신세대들도 복고문화를 소환할 자격이 있는 30~40대가 되었다.

90년대 가요열풍을 보자니 복고문화가 창궐했던 밀레니엄 2000년의 풍경이 떠오른다. 그때도 IMF에 휘청거리며 암울했던 40-50대들이 청소년기에 향유했던 추억 소환에 열광적이었다. 하지만 일시적 광풍으로 여겼을 뿐, 아무도 시대를 초월해 진화하고 진보하는 문화현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거대한 복고문화로 몸집을 불린 그 열풍은 이후 대중음악을 넘어 영화, 인테리어, 광고를 넘어 산업계 등 전방위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7080시절 10대, 20대였던 청년문화 세대들이 30-40대가 되었던 그 시점과 90년대에 x세대 신세대문화를 주도했던 10대들이 30-40대가 되어 주도하는 지금의 분위기는 닮은꼴이다. 대폭발의 중심엔 지상파 TV의 매체력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똑같다.

찬양일색인 90년대 대중가요가 한국 대중음악 100년의 역사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꽃을 피웠던 활황기임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그때는 주류가 아닌 장르음악을 구사했던 무명가수도 신보 발표 시 판매숫자가 5만장을 넘지 못하면 주변에서 걱정을 해주었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풍성했던 90년대의 대중가요는 음악적으로 퀄리티가 높았고 다양한 장르가 공존했던 시대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등장했던 대중가요들 보다 정서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보긴 힘들다.

격변의 근현대사에 반응하며 적극적으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대중가요는 어느 시대건 특색이 있다. 90년대를 풍요롭게 만들었던 명곡들이 존재하듯 군사정권에 순수함으로 대항했던 7080은 물론이고 한국전쟁과 대중가요 시생대인 일제강점기에도 지금까지 국민가요로 회자되며 불리는 명곡들은 어김없이 존재한다. 솔직히 풍요의 시대에 탄생한 90년대의 감각적인 노래들보다 힘겨운 격동의 시대에 탄생해 그 시대 대중의 아픔을 치유하고 위로했던 시절의 노래들이 더 애절하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복고문화는 디지털시대가 낳은 이율배반이다. 디지털시대의 스피디한 발전 속도는 복고문화를 조만간 밀레니엄 2000년대까지 곧 편입시킬 기세다. 이번에는 90년대를 즐길 차례가 되었다. 다만 90년대의 열풍이 2000년대로 넘어가기 위한 복고문화의 진화과정일지 꼭지 점일지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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