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환상적 노을 음반에 담아김두수 떨리는 특유한 목소리다양한 악기와 큰 사운드 구현마스터링 등 배제 자연음 살려

김두수 노을 피처사진.
(파트1에서 이어옴) 신보에 대한 궁금증을 참기 힘들어 전북 군산의 김두수 집으로 찾아갔다. 그는 2년 전부터 군산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시골마을로 이사해 아내와 함께 소박하게 살고 있다. 50년이 넘은 허름한 집이지만 매화꽃이 피는 아담한 마당이 근사했다. 김두수는 특유의 목수 솜씨를 발휘해 근사하게 집을 개조했다. 지붕이 무너져 내릴까 염려하며 뚫어 만든 터널은 60년대에 어느 집에서 사용했던 문틀과 창문을 구해 장식했다. 터널 너머엔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두수다방'이 먼 길을 달려 온 나그네를 맞이했다.

차와 곡차를 마시며 밤을 세워 신보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체코 현지에서 만난 뮤지션들이 궁금했다. "3, 4년 전부터 보헤미아 지방을 여행하고 현지 연주자들과 섞여서 음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 실행하기 위해 한적한 체코 프라하 외곽에 있는 시골집을 구해 석 달을 머물렀습니다. 그곳에서 운 좋게 저와 나이도 같고 '체코의 운둔자'처럼 살고 있는 녹음 엔지니어겸 영화음악 감독인 심포니 작곡가 안 세르니를 만났습니다. 베이스 연주로 참여한 안 세르니가 운영하는 작은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진행을 했습니다. 그의 소개로 좋은 뮤지션들을 만날 수 있었죠. 특히 드러머 스테판은 체코의 유서 깊은 음악가 집안 출신으로 프라하 국립 오케스트라 단원이기도 합니다."(김두수)

그의 신보를 지배하는 이국적 향내를 이식한 현지 뮤지션들과의 소통과정도 궁금했다. "제 곡에 대한 설명을 많이 해주었습니다. 그들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 여행자들이라 정서적으로 쉽게 통했고 놀라울 정도로 합이 잘 맞더군요. 무엇보다 같은 음이지만 체코 특유의 정서로 표현하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김두수) 이번 앨범은 각각의 악기 소리를 합치는 믹싱과정만 거쳤을 뿐 사운드에 화장을 입히는 마스터링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점이 특징이다. "윤종오 엔지니어와 요즘은 거의 없는 마스터링을 하지 않는 믹싱에 합의했습니다. 믹싱상태가 너무 좋아 그 원음을 건들고 싶지 않더군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자신이 있다기보다는 마스터링에 자신이 없었다고 해야 정확할 것 같아요. 그동안 여러 번 마스터링을 해봤지만 얻는 것보단 잃는 게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mp3 디지털 음원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cd로 들어보니 마음에 듭니다."(김두수)

이번 앨범에는 11분 27초의 대곡인 '레든(Leaden)'과 고즈넉한 트럼펫 연주가 긴 여운을 주는 '노을'을 비롯해 '바람개비' '낙화' '강 건너기' '시간의 노래' '무풍지대' '곱사무' '저녁이 온다', '이방인', 그리고 보너스 트랙 '해뜨는 집' 등 11곡이 수록돼 있다. 더구나 일본에서 고음질 SHM-CD(Super High Material CD)로 제작되어 눈길을 끈다. "체코로 녹음하러 떠날 때 현지에서 2곡 정도를 만들 생각을 했습니다. '강 건너기'는 절반을 완성했고 '노을'은 완전체로 만든 유일한 곡입니다. 지평선의 하늘과 노을이 만들어내는 체코의 노을은 환상적이었습니다. 우리와는 달리 저녁 9시 30분이 되어야 해가 지더군요. 저의 감성은 여전히 한국적이지만 여행자의 마음으로 노래를 완성했습니다."(김두수)

앨범 수록곡들에는 여백이 많다. 김두수의 기타 연주와 미세하게 떨리는 특유의 목소리에 아코디언, 첼로, 플루트, 바이올린, 트럼펫, 베이스, 드럼 같은 다양한 악기가 조금씩 더해져 스케일 큰 사운드를 구현했다. "소리를 왜곡시키는 그 어떤 장치도 쓰지 않고 사람과 악기 본연의 소리를 꾸밈없이 조화롭게 배치하려 했어요. 많이 꾸민 음악은 당장은 듣기 좋아도 오래 들으면 질리고 피곤해집니다. 자연스러운 음악은 질리지 않고 오래가는 법이죠. 앨범을 준비하며 인위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음향으로 사람과 악기 본연의 소리를 조화롭게 배치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김두수)

그의 말처럼 이번 앨범은 악기들 본연의 자연스런 사운드와 김두수의 보컬이 시리도록 슬퍼서 더욱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김두수 음악의 최대 미덕인 청자에게 극한의 힐링을 안겨주는 또 하나의 걸작 탄생이다.(파트3로 계속)



글ㆍ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