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 사운드 나의 음악에 접목체코 외곽 고요한 녹음실 선택뮤지션 없이 앨범 재현 불가능국내 라이브 공연 쉽지 않을듯

김두수
(파트2에서 이어옴) 는 6집 녹음을 위해 체코로 떠나기 전, 이제는 절멸 직전인 유럽 집시들의 사운드를 자신의 음악에 접목하는 실험을 꿈꿨다. 결과적으로 포기한 이유가 궁금했다. "집시들의 시끄러운 음악을 제 음악의 고요함 속으로 수용하려고 했는데 쉽지 않아 체코의 고요함을 선택했습니다."() 체코 프라하 외곽의 안 세르니의 녹음실을 어떻게 선택했는지도 궁금했다. "처음 럭셔리한 스튜디오를 원하면 그냥 인터넷을 검색해보라 하면서 직접 만든 피자를 대접하더군요. 정말 맛있었습니다. 피자 한 쪽을 먹었을 뿐인데 그 사람의 성품이 느껴지더군요. 말 만 다르게 할 뿐 정말 마음이 따뜻한 친구여서 망설임 없이 그의 녹음실을 선택했습니다."()

체코 현지에서 만난 뮤지션들이 먼 한국에서 온 미지의 뮤지션인 그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도 궁금했다. "체코 현지에서 만난 뮤지션들은 눈물겨울 정도로 저를 하나의 아티스트로 대접해주었습니다. 녹음을 앞두고 노래 제목과 어떻게 탄생한 노래인지 소울은 무엇인지를 정말 진지하게 질문하더군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녹음작업을 하면 기본적으로 발생하는 NG나 스트레스가 전혀 없었고 음악을 통해 쉽게 친구가 되어 참 행복하고 편안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매일 같이 만나 작업을 한 안 세르니는 와의 만남을 '올해의 만남'으로 인정했다고 한다. "그 친구가 녹음이 끝나자 돈 걱정하지 말고 가지 말라고 하더군요. 돈을 떠나 제 음악을 믹싱까지 하고 싶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미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마무리하기로 약속을 했다고 설득을 했을 정도입니다."() 참으로 좋은 제안인데 왜 거절했는지 궁금했다. "안 세르니는 자신이 직접 믹싱한 음원을 한국으로 보냈습니다. 좋더군요. 마음에 들었지만 아무리 좋은 상황이 온다해도 약속은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모든 걸 하는 스타일입니다. 상황에 따라 뭘 염두에 두는 순간 모든 것이 깨진다고 저는 믿습니다. 음악에도 의리는 있는 것이니까요."()

정규 6집을 관통하는 주제는 '생과 여정', '자연과 우주와의 교섭'이다.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선정된 4집 <자유혼>에서 느꼈던 보헤미안 적 감흥은 이 앨범을 통해 숙성체로 다가왔다. 그의 음악이 늘 그렇듯 이번 앨범 '곱사무'도 이 세상 노래가 아닌 것 같다. 노랫말은 한편의 시다. 깊은 감명을 안겨주는 탁월한 어쿠스틱 기타연주와 전매특허인 가냘프게 흔들리는 목소리는 관악기와 현악기와 대화하며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첫 곡 '바람개비'는 트레몰로 주법 진행만으로 기타 사운드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두 번째 트랙 '노을'은 서사적 장엄함을 안겨주는 트럼펫 연주가 인상적인 필청 트랙이다. '강 건너기'의 가사에서 반복적으로 시도된 '내'와 '네'의 끝없는 흐름은 언어의 유희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인연과 관계에 대한 실험적인 어법으로 다가온다. 11분27초의 대곡 'Laeden'은 이전의 음악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여러 테마의 유기적 조합으로 마치 한 곡이 아닌 여러 곡을 듣는 착각을 일으키는 이 앨범의 백미다.

무수하게 반복되는 신비로운 '만트라(소리나 주문)'는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다. "사실 이 노래는 해골들이 'Leaden'을 외치는 처참한 꿈을 꾸고 만든 곡입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찾아보니 '납'이란 의미가 있더군요. 저는 많은 사람들이 참 무겁게 살아간다는 생각을 합니다. 문뜩 다른 생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넋에 대한 자문을 해보고 싶어 만든 곡입니다. 그래서 꿈에서 모티브를 얻은 곡인지라 제목을 '몽중행인'으로 지을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앨범을 듣고 나니 걱정 한 가지가 생겨난다. 과연 이번 앨범에서 구현한 사운드를 체코 뮤지션들이 없이 라이브에서 재현할 수 있을까? 앨범 수록곡들은 혼자 기타를 치며 노래할 수 있는 곡들이 절대로 아니다. 정규 6집 발매 기념공연은 쉽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걱정이 된다. 다시 일본으로 투어를 떠난 방랑자는 그 해답을 찾아오겠다고 했다.



글ㆍ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