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에 달아' 값 치른 pensionem 기원… '연금'1520년 최초 기록

공무원연금 재정 절감을 위해 여야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합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6일 오후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사회적 기구 구성안을 담은 국회 규칙의 부칙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한 재정 절감분 20%를 공적연금 강화에 사용하고,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의 목표치를 50%로 한다"는 내용의 서류를 첨부하기로 잠정 합의했으나, 결국 진통 끝에 결렬됐다.

연금(年金)은 영어 annuity 또는 pension의 번역어로, 매년 정기적·계속적으로 지불되는 금전 또는 연금을 보장하는 시스템인 '연금 제도'를 뜻한다. 중세라틴어 annuitatem에서 비롯된 영어 annuity(연금)는 어근 annu(年)와 추상명사어미 -ity로 이루어졌다. 본래 연금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제도가 아니었다. 국가에 공훈을 세운 이들이나 성직자 등에게 지불하는 금전이었는데, 후에 그 지불대상범위가 분화되고 확대되었다. 미국은 1776년 연금제도를 실시하였으며, 일본은 1875년 군인연금제도를 시행하였다. 1800년대 일본에서 번역된 '年金'이란 용어는 우리나라에선 1912년 2월 15일자 <매일신보(每日申報)> 2면의 "年金과 退位後"라는 기사에서 최초로 보인다.

숙박시설로 알려진 pension 또한 '연금'을 뜻하는 단어다. 라틴어 pensionem에서 유래한 pension의 본래 의미는 '저울에 달다'였다. 주화(鑄貨)가 나오기 전 동괴로 값을 치르던 옛날엔 동괴 따위를 저울로 달아 그 무게로써 값을 치렀다. 그런 연유로 pension은 '저울에 달다 → 지불하다 → 매년지불금전'의 의미전이과정을 거쳐 '연금'을 뜻하게 되었다.

14세기 초반 '성직에 대한 지급'을 의미하다가, 14세기 중엽엔 '서비스에 대한 지불'을 뜻했던 pension에 연금의 액수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근무연한에 대한 보수로 주는 정기적인 지불"이란 의미는 1520년대에 최초로 기록되었고, '하숙집, 기숙학교'라는 의미는 1640년대에 프랑스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라틴어에서도 '연금'을 뜻했던 pension은 후에 연금 생활자가 자기 집 빈 방을 학생기숙사 등으로 사용한데서 유럽에선 비교적 싼값에 머물 수 있는 숙박시설을,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서양식 민박집이나 작은 호텔 형식의 민박집을 호칭하게 되었다. 다들 노후를 보장하는 안정된 연금과 안락한 휴양시설을 원하지만, 그걸 뒷받침하는 충분한 재정확보가 문제다. 국가정책을 단기적 미봉책으로 수립할 경우, 훗날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장 www.hanj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