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큐브미술관 2019동시대이슈전 ‘바디스캔들’...나윤선 재즈 영감 콜라보
이러한 인간의 몸과 신체, 육신 등을 모티프로 사회적, 미학적, 철학적 고민을 담아내고 풀어낸 7명의 국내외 작가들의 전시가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성남큐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9동시대이슈전 ‘바디스캔들’이다.
전시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프랑스, 뉴욕 등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의 몸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해석이 녹아 있는 30여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참여작가들 중 은 화업 40년에 이르는 가장 연배로 매우 특별한 예술세계를 펼쳐왔다. 프랑스를 주무대로 한국을 오가며 작업을 해온 황 작가는 회화를 기본으로 조각, 설치,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황 작가에게 ‘몸’은 오랜 관심의 대상이자 미학의 한 축이기도 하다. 그는 약관의 나이에 도불해 1986년 파리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 석사과정을 졸업하면서 주목받는 신진작가로 떠올랐다. 2000년대 초까지 프랑스 명문 화랑인 장 푸르니에화랑의 전속작가로 활동하면서 신체성을 강조한 다양한 회화작업을 행해왔다.
황 작가의 학교 선배이자 근대 조각의 새 지평을 연 로댕을 비롯해 클로델 등 많은 조각가들은 큰 영감을 주었고, 예술로서의 몸과 몸으로 드러내는 수많은 메시지에 공감했다.
그는 '몸'에 대해 "가장 인간다운, 생명의 시초이자 아름다움의 절정”이라면서 "세계를 마주하는 창"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몸은 생명의 시원이면서 욕망의 덩어리이자 다층적인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황 작가의 이번 전시작의 메시지는 '얼굴' 연작과 관통한다. 붓이 아닌 손으로 회화 작업을 하는 독창성 또한 이번 입체 전시작에서 두드러진다. 작품에서 뒷모습이 많고 얼굴을 알아보기 어렵게 것은 익명성을 강요하고, 개인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현대사회의 서글픈 단면이면서, 역설적으로 인간의 본성, 생명의 시원성을 찾아야 한다는 경구로 비춰진다.
전시작에서 특별한 점은 ‘무제’가 대부분인 황 작가의 작품에 ‘Same Girl’이란 제목이 달린 것이다. 이는 세계적인 재즈 가수인 나윤선과의 인연과 관련있다.
나윤선은 파리 최고 재즈학교인 CIM을 거쳐 프랑스 보베 국립음악원 성악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유럽 전역에서 최고의 재즈 보컬로 활동 중이다.
프랑스에서 활동해온 황 작가는 나윤선을 알고 난 이후 그의 재즈를 감상하며 작업을 하고, 이를 작품화하기도 한다. 올 1월 박영덕화랑에서 가진 황 작가의 첫 전시 타이틀은 나윤선의 대표 재즈곡 ‘Magical Moments(마법의 순간)’에서 따왔다. 이번 전시의 ‘Same Girl’ 은 작품을 직접 본 나윤선의 제의에 따른 것이다.
또한 전시작 ‘Same Girl’ 이 주목된다. ‘Same Girl’ 은 나윤선이 2010년 가을 발표한 정규 7집으로 이를 통해 그해 유럽 재즈계를 휩쓸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특별하게 '강원도 아리랑'이 수록된 ‘Same Girl’ 은 나윤선의 정규집 중 다양한 변주와 독창성으로 최고라는 평을 받고 있다.
전시작 ‘Same Girl’ 은 황 작가와 나윤선의 수많은 대화와 교감 끝에 나왔다. ‘Same Girl’은 말 그대로 '차별이 없다'는 의미로 남성과 여성, 서양과 동양, 가진자와 그렇지 못한자 등 우주의 시초에서, 인간 사회의 근원(시원)에선 '차별'은 없었다. 이는 황 작가의 '부다' 시리즈의 중요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차별'이 생겨나고, 확장된 돼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가 일반화한 근인(根因)은 '인간의 욕망'이라 할 수 있다.
황 작가의 이번 전시작은 인간 본연의 탐구와 시원(순수)에 대한 기원과 함께 이를 벗어나려는 현대사회와, 인간 욕망에 대한 경고로 해석될 수 있다.
‘몸’의 변주를 통해 인간의 근원적 욕망과 현실의 간극, 이를 조화시킬 수 있는 ‘근원(본질)’ 등을 반추시키는 황 작가의 메시지가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어떤 울림을 줄지 주목된다. 전시는 8월 25일까지 이어진다.
박종진 대기자
박종진 대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