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벽(雙璧):남농과 월전의 세계’展$ 10월 2일~12월 8일, 이천시립월전미술관 [② 남농 허건]

소나무(松), 33×125㎝ 종이에 수묵채색,1975<개인소장>

“한국의 산수를 사생하여 한국의 정서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 언제나 흐뭇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우리의 농촌풍경, 남서의 따스하고 포근한 정서와 물새 노니는 수향 등을 직접 스케치하여 한국풍경을 그리자는 것이지요. 순수한 우리 강산의 맑고 아름다운 정취를 보여주고 싶어요.”<남농 허건, 조인수 평론 中>

소나무는 남농 허건 작품의 대표적 소재 중 하나다. “허건의 작품은 산수화와 소나무 그림이 중심을 이루며 속도감 있는 특유의 독필(禿筆) 또는 갈필(渴筆)을 빠르고(速筆) 자유로이 구사하여 색채의 섬세함과 밝은 효를 향토적 정취로 살렸다는 평을 듣는다. 실사를 바탕으로 하건 실경을 바탕으로 한 의경(意景)이건 종횡의 필치를 속도감 넘치고 자신 있게 구사하여 그려낸 나무와 산 등의 경물(景物), 대담한 수묵의 농담과 설채로 연출한 개성 있는 화면은 그의 그림을 특징지은 내용이다.”<국외소재문화재재단 김상엽 ‘南農 許楗 작품세계’ 中>

또한 조선시대부터 널리 사용되어 왔던 병풍은 궁중에서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일상과 행사공간에 빠질 수 없는 물품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조인수 교수는 ‘전통의 두 가지 길:許建의 山水畵와 張遇聖의 寫意畵’ 글에서 “전통적인 가옥과 생활습관이 널리 퍼져있던 1950~60년대에도 병풍은 흔했고 허건의 연폭병풍(連幅屛風)그림은 특히 인기가 높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폭병풍의 산수화에 대한 수요가 높았고 이에 남농이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예술적인 완성도의 측면에서 볼 때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작품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1938년에 그린 ‘낙화암도’를 보면 화면의 절반을 채우고 나머지는 비우는 구도, 연폭병풍의 형식, 산과 물의 공간적 대비 등은 ‘낙지론’과 비슷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무척 다르다. ‘낙지론’은 사의적인 남종화풍이다. 이는 남농의 전형적인 산수화가 어느 순간에 갑자기 이루어진 것은 아님을 알려준다. 오랜 세월 동안 이런저런 시도를 거치면서 가다듬어 온 것을 해방 후 내외적인 상황의 변화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펼쳐 보였다고 할 수 있다”라고 풀이했다.

삼송도,131×103㎝, 1974 <국립현대미술관>

한국회화사의 분명한 발자취

한편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서 12월 8일까지 열리고 있는 ‘쌍벽(雙璧):남농과 월전의 세계’전시와 관련, 조인수 교수는 이렇게 의미 부여했다. “남농 허건과 월전 장우성은 공통점이 많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사회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변화가 많았던 시대를 살았다. 그러나 해방 이후에는 자신들이 배운 화풍을 벗어나 소위 문인화 전통을 현대적으로 변모시키는데 앞장섰다. 남농은 산수와 소나무에 주력한 반면, 월전은 인물, 화훼, 사군자를 많이 다루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을 한데 묶어주는 것으로 전통의 계승과 변모라는 측면이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남농과 월전 두 사람은 문인화가 또는 선비화가의 태도를 따랐고 고전과 전통을 존중하면서 훌륭한 그림을 그렸다는 점에서 한국 회화사에 분명한 발자취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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