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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어원 이야기] 賂物(뇌물)

'賄賂(회뢰)' 주로 쓰여… 몰래 금품을 주어 부탁하다
카타르의 2022년 월드컵 유치가 500만 달러가 넘는 뇌물 제공 의혹으로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뇌물이 문제인데, 세월호를 인천~제주 항로(航路)에 추가 투입하는 복선화 사업계획 변경 인가 과정에서 박성규(55) 목포지방해양안전심판원장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입건돼 검경합동수사본부에 의해 조사를 받고 있다.

賂物(뇌물)은 우리나라 토속한자어로, 세조실록(1465년 7월 18일)에 최초로 등장한다. 왕이 죄인 방면의 이유를 묻자 이형원은 "신은 백이의 집에 한 달에 한번 아니면 두어 달에 한 번 가거나 하였으니, 賂物 받은 일에 대해서는 진실로 알지 못하옵니다… 신이 비록 불초하오나 어찌 죄인이 재물 주는 것을 받고 감히 방면하였겠습니까?"라고 고한다. 이 이전엔 賄賂(회뢰)라는 말을 주로 썼으며, 지금도 중국과 일본에선 賄賂를 뇌물의 의미로 쓰고 있다.

賂(뢰)는 貝(돈 패)와 各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賂에서의 各은 <자휘보(字彙補)> 등에서 증명되는 것처럼 '각'자가 아니라 '路(길 로)'자의 생략형임을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賂의 정음은 '로'이며 '뢰'와 '뇌'는 변음이자 속음이다. 賂는 어떤 이가 길을 가려고 하는데 법규에 걸려 나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관문을 통과해 길을 나아가기 위한 목적으로 문지기(주로 공직자)에게 몰래 뒷돈이나 재물을 주는 모습에서 '몰래 금품을 주어 부탁하다' 또는 부탁하기 위한 금품인 '뇌물' 등을 뜻한다.

이처럼 어떤 목적 달성을 위해 공직자에게 몰래 주는 돈은 불법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길을 통과하기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톨게이트에서 내는 돈은 합법적인 것이기 때문에 불법적 뇌물과는 구별된다. 그렇다면 서로 혼동되는 뇌물과 선물(膳物)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肉(고기 육)과 善(좋을 선)의 합자인 膳(선)은 본래는 맛좋은 고기음식을 차려 대접하는 모습에서 '음식을 차려 올리다'를 뜻하는 글자이나, 요즘엔 감사ㆍ존경ㆍ사랑과 같은 좋은(善) 마음에서 상대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주는 물건의 뜻으로 변하였다.

즉, 전경련에서 제시한 기업윤리 가이드에서처럼 제공되는 물건에 대가성이 있으면 뇌물이고 없으면 선물인 것이다. 모름지기 뇌물의 유혹은 양심을 팔게 하고 규정을 위반케 하여 궁극적으로 재앙을 낳으니, 뇌물 당사자들에겐 악업을 쌓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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