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을 경험하는 분들이 많지요? 평소에 어지럼증이 종종 발생해 병원에 가서 아무리 검사를 해봐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들으시는 분들도 꽤나 있을 것입니다.

과거 우리가 못 먹고 못 살았을 때에는 어지럼증의 원인의 대부분은 빈혈이었습니다. 빈혈은 원래 피의 헤모글로빈농도가 낮거나, 적혈구수가 적은 것을 의미하는데, 당시에는 하도 흔해 어지럼증과 거의 동의어로 쓰였었고, 지금도 그런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영양과잉 시대에 접어든 현재에는 빈혈이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두 가지 또 다른 기전은 뇌로 가는 혈액순환의 장애와 평형을 담당하는 속귀의 이상입니다. 혈액순환이 문제일 때에는 누웠다 일어나는 등의 자세에 따라 어지럼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눈 앞이 캄캄해지거나 정신을 잃는 실신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반면에, 속귀의 이상일 때는 급작스러운 증세의 발현과 함께 눈 앞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심한 현기증을 느끼게 됩니다. 어떤 때는 토하기도 하고, 귀에서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증세의 차이로 어지럼증의 원인이 어느 부위인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뇌 혈액순환 장애가 일어나는 이유는 동맥경화에 의해 뇌혈관이 좁아지는 경우와 일시적인 자극에 의해 뇌동맥이 수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편, 속귀의 병은 속귀의 염증이나, 조그만 이석이 떨어져서 달팽이관을 자극하는 이석증, 평형감각을 전달해 주는 전정신경의 염증 또는 종양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보다 훨씬 흔한 이유가 바로 검사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체력소모라는 것입니다.

급성적인 체력소모는 피로감을 느끼게 하고 휴식 등의 대응을 하게 하여 어지럼증이 증세로 나타나지를 않습니다. 그런데, 체력소모가 만성적인 되면 피로감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증세들이 대신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 중 가장 흔한 것 중의 하나가 어지럼증인데, 그 이유는 체력소모가 뇌로 일정하게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의 기능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뇌는 약간의 산소 또는 영양부족만 있어도 어지럼증을 일으키게 합니다.

뇌에 항상 일정한 양의 혈액을 흐르게 하는 것이 뇌혈관의 역할인데, 이 기능이 약화된 것이지요. 이럴 때는, 몸과 마음의 약간의 스트레스에도 약화된 혈관기능이 더 악화되어 뇌에 산소 및 영양소 공급은 줄어들게 되고, 어지럼증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서양인에게는 속귀와 혈관의 문제가 어지럼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라면, 한국인에게는 체력소모가 더 흔한 원인이 됩니다. 그 이유는 한국인은 정신력이 강해 뇌는 더 많이 쓰는 반면, 그 뇌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몸과 혈관의 기능은 상대적으로 더 약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몸이 민감하다고 하지요. 어지럼증도 알고 보면 몸이 민감해서 오는 기능적 질환의 하나입니다.

여러분들은 요즈음 어지럽지 않습니까?



유태우 교수 tyoo@unh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