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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혼' , '대입이혼' 피하려면…
정신과 의사가 쓰는 '사랑과 전쟁'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의원 원장 sooryong@medimail.co.kr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년 이상 살아온 부부들의 이혼이 증가하며, 그 중에서도 소위 ‘황혼 이혼’이라고 하는 65세 이상의 노년층의 이혼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자식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갈라서는 ‘대입 이혼’도 있다.

이런 노년기 이혼은 주로 여성에 의해 주도되는 경우가 많다. 남편에 대한 불만을 삭이며 지내왔으나 자녀가 장성하여 더 이상 책임지지 않게 되었다거나, 재산 분할 등으로 이혼 후에도 웬만큼 지낼 수 있겠다는 경제적 자신감이 중, 장년 여성의 이혼을 가능하게 해준다.

여성은 남성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이상 남편의 횡포를 참으며 살아갈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에 비하여 남성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많은 것을 부인에게 의존하게 된다. 음식이나 의복에서부터 자신의 건강까지를 관리해주며 나아가 자신의 온갖 투정을 감당해주는 사람으로서 배우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부인으로부터 이혼을 요구 받는 노년 남성들은 대부분 큰 충격을 받는다.

젊었을 때에는 경제적 능력을 주무기로 가장의 권위를 인정받으며 살아왔는데, 자신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약해지는 시점에 부인이 떠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노년에 이혼한 남성이 사별한 남성에 비해 더 많이 질병에 걸리며 더 일찍 죽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성에 의해 주도되는 노년기 이혼을 가부장적인 가족문화에 대한 반발로 볼 수도 있고, 남편과 자녀에게 의존적인 삶을 살던 여성의 자아 추구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황혼 이혼’ 이후의 삶은 남성에게 더 큰 충격을 주지만, 여성에게도 당연히 쉽지 않다.

속박에서 벗어났다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빈곤해지기가 쉽고, 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에도 이혼 전에는 미처 몰랐던 위협이 적지 않다. 물론 결혼상태에서 신체적 폭력이나 심리적 고통을 심하게 겪는 사람에게는 이혼이 훌륭한 탈출구가 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사실 가부장적 문화에서는 여성이 많은 억압을 받지만, 남성 역시 적잖은 희생을 치르고 있다. 본래 문제해결과 성취지향의 경향이 강한 남성은 가정을 쉬는 곳으로 생각하기 쉬우며, 자신이 가정 밖에서 하는 모든 활동이 결국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친밀한 가족관계를 요구하는 부인의 요구를 자신이 가정에 매어두려는 것으로 느낀다. 남성의 이런 경향은 가부장적인 학교, 군대, 직장을 지나면서 더 강해진다. 그래서 자신에 대한 부인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한다. 반면에 여성은 남편과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통하여 자신의 분노를 건강하게 해소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한’을 가슴에 품고 살다가 ‘죽기 전에 숨이라도 한 번 크게 쉬어보고 싶다’는 소원을 품게 된다. 이런 시점에 남편이 퇴직을 하여 집에 있으면서 사사건건 간섭을 한다면, 더 이상 참고 살 이유가 없으므로 이혼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은 가정 밖에서의 평가 못지않게 가정 내에서의 성공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며, 책이나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하여 바람직한 가장의 모습을 배울 필요가 있다.

자신과 가족의 노후를 위하여 연금이나 보험 등으로 경제적 대책을 잘 세웠더라도, 부부 사이가 나쁘다면 결코 행복하거나 건강할 수 없을 것이다. 신혼부부가 젊어서부터 경제 계획을 세우듯이, 부부 화목에 대해서도 계획을 세우고 자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년기나 노년기에도 타성에 젖어 배우자를 대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자신들의 부부관계가 어떠한지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이며 배우자의 의견을 존중하면 이혼의 위기를 피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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