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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꺄브' 생겼어요."
경기 광주의 국내 지하 와인저장고 1호 나라와인셀러 최초 공개




글 사진 광주=박원식기자 parky@hk.co.kr  



1) 셀러의 지붕 전체가 흙과 잔디로 덮여 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2) 한국전쟁때부터 사용되던 적벽돌.
3) 일반와인 셀러.
4) 고가 와인 전용 VIP셀러.
5) 와인 생산하는 데 쓰던 옛 농기구.
6) 냉방 송풍구의 찬바람이 튜브를 통해 나온다. 바람이 송풍구 근처에만 머물지 않고 실내 공간 전체로 퍼져나가도록 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유럽의 이름난 와이너리들은 와인을 대부분 지하 저장 창고에 보관한다. 마치 동굴처럼 땅을 파고 들어가는 구조여서 흔히 '꺄브'라고 불린다. 아무래도 와인 산지니까 그런 것이 있겠지! 그런데 우리나라는?

놀랍게도 우리나라에도 '꺄브'가 하나 있다. 얼마 전 경기 광주에 경기 문을 연 나라와인셀러. 그런데 꺄브라면서 이름은 왜 셀러라고 지어놨을까? 꺄브면 꺄브고, 셀러면 셀러인데…

이유는 '꺄브 같은 셀러'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셀러 같은 꺄브'라고 불러도 크게 틀리진 않을 듯. 나라와인셀러는 실제 꺄브처럼 '지하(?)'에 들어 서 있다. 또 유럽의 유명한 와이너리 꺄브처럼 역시 이 곳에서도 사람들이 와인 투어를 하고 와인 테이스팅까지도 벌인다.

물론 셀러, 아니 꺄브 실내를 둘러 보는 것은 기본. 일반 셀러이기만 하다면 당연히 일반인들이 '구경하러' 찾아 갈 리가 만무하다. 굳이 '와인 창고'를 보겠다고 먼 거리를 시간을 들여 왕래할 이유가 없기 때문.

하지만 나라와인셀러는 '일부러 찾아가 볼 만큼' 특이하다. 외관은 일반 창고처럼 생겼지만 건물지붕 전체에 콘크리트나 기와가 아닌 흙이 덮여 있다. 거기에다 잔디까지 심어놓아 여름이면 푸르르다. 그리고 옆 벽면에 적벽돌을 쌓아 올렸다. 일반 창고 대부분의 벽면이 판넬 구조로 한눈에 봐도 창고처럼 보이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다.

나라와인셀러의 규모는 2000여평의 대지에 건평만 800여평. 와인저장고에는 최대 110만 병의 와인 보관이 가능할 만큼 덩치가 크다. 그런데 이 건물은 대지 표층에서 무려 7m나 아래로 묻혀 있다. 최소한 지하 7m로는 들어가 있는 셈.

그래서 나라와인셀러는 '꺄브'다. 아래로는 일단 땅 속에 자리잡고 있고 위로는 흙과 잔디로 덮여 있는데다 벽면까지 벽돌이니 꺄브의 구조와는 크게 다를 것이 없어서다. 결국 땅 속의 동굴(꺄브)과 같은 구조. 엄밀히 말하자면 절반은 셀러이고 절반은 꺄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셀러 와인투어와 테이스팅까지 하는 곳이라니 역할은 꺄브 그대로다.

셀러가 꺄브처럼 지어진 데는 중요한 이유가 숨어 있다. 한 마디로 신뢰할 수 있고 품질 좋은 와인을 공급하기 위한 것. 수입품인 와인은 특히 국내에 도착한 뒤의 유통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와인은 '생물'이기 때문에 작은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어떤 환경에서 보관되느냐가 곧 품질로 직결되기 때문.

셀러 지붕에 흙과 잔디를 덮고 벽돌을 쌓고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간 모든 이유들은 결국 와인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서다. 동굴처럼 지어진 이런 구조는 자동온도 조절기능을 갖고 있다. 외부 온도의 영향을 덜 받게 되고 저소음과 저진동 효과도 누릴 수 있는 것. 이처럼 단열 성능을 높이고 열변화를 최소화한 것은 결국 와인 보관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제공해 준다.

실내는 최고급 와인을 보관하는 특등실 셀러와 회전율이 빠른 와인들을 선적해 놓는 일반 셀러로 구분해 놓았다. 창고 세분화와 함께 와인업계에서는 유일하게 SAP물류관리시스템을 도입, 모든 와인의 재고 및 위치 파악, 입출고 상황이 컴퓨터로 이뤄지도록 했다. 더불어 가장 이채로운 배려는 VIP 및 일반인들을 위한 테이스팅 공간까지 마련한 것.

"단순히 와인을 잘 보관하는 장소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한국 와인 문화의 발전상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나라식품의 조성춘 상무는 "셀러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 부대 시설에도 많은 투자를 한 이유는 와인 문화를 널리 알리겠다는 기업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소개한다.

특히 나라와인셀러는 국내 유일의 와인 전문 빌딩인 포도플라자를 실내건축을 담당한 건축가 최욱이 설계했다. 꺄브적 요소를 갖추면서 친환경적 건물구조와 외벽 조성도 그의 솜씨. 건축에 사용된 적벽돌은 일제 강점기에 건립된 한국산업㈜ 논산공장에서 사용되었던 것들이다.

지난 해 건물을 해체하면서 벽돌만 따로 분리해 광주 창고에 보관해 오다 이번 셀러 건축에 재사용했다. 1950년 한국 전쟁의 상흔인 총알 흔적이 남아 있는 적별돌은 해방 전후의 한국사를 화석처럼 담고 있는 동시에 운산그룹의 모체로서 그룹의 역사에 중요한 의미도 간직하고 있다.

원래 이 와인셀러가 완공된 것은 지난 해 말. 그럼에도 최근에야 첫 공개가 이뤄진 것은 그간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신경을 집중시켜왔기 때문이다. 건축 기간도 무려 2년이나 걸렸는데 중간중간 디자인을 바꾸고 토목공사도 새로 벌이느라 늦어졌다.

소비자들의 눈으로 직접 볼 수 없어 알지 못했던 와인 가격에 숨어 있는 보관의 중요성과 최상의 보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수입사들의 뒷얘기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꺄브 투어와 와인 테이스팅을 진행하는 신성호 마케팅본부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와인 가격 파괴는 희소식이긴 하지만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와인 가격 뒤에 숨어 있는 스토리를 보여 주는 것이 나라와인셀러와 투어의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셀러가 경기 광주에 세워진 데도 이유가 있다. 서울 강남서 1시간 거리라 최적의 배송시간과 공간을 확보해 주기 때문. 배송에는 모두 8대의 냉장 차량도 도로에서 지원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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