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산의 정취와 겨울바다의 낭만

■테마가 있는 가족여행 - 강원 동해 환상선, 해안선 기차여행함백산·정암사 거쳐 태백 눈꽃풍경, 정동진 동해바다로 이어지는 여정

영월역을 떠난 열차는 힘겨운지 모르겠다는 듯 여유롭게 철길을 따라 오른다. 좁은 협곡을 따라 이어지는 철로 양쪽으로는 화려했던 단풍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차가운 바람을 견디고 있다. 조금 더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짙푸른 하늘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있는 느낌이다. 열차를 타고 만나는 초겨울의 청량한 하늘과 높은 산의 당당한 풍채를 차창으로 구경하는 별스런 재미가 있다.

고원을 향해 달려가는 태백선 열차가 지나가는 철길 주변에는 정선 민둥산, 태백산, 함백산 등 1,000m 이상의 산들이 7개나 있다. 이 산들은 높이에 따라 갈색의 농담(濃淡)을 보여주고 있다. 가끔 멈추거나 서지 않고 지나가는 역마다 아직도 석탄 더미 흔적이 남아 있어 이 지역이 한 때 탄광촌이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태백선은 '하늘열차'라는 별칭이 따라 다닌다. 탄광 지대의 험한 산자락을 타고 오르는 열차를 두고 붙인 이름이다. 영월을 떠난 열차가 본격적으로 등정을 시작하는 석항부터 사북 고한 추전 태백을 거처 태백선의 종점인 백산에 이르는 구간이 바로 하늘열차길이다.

초겨울 산의 정취를 조금 더 가까이서 감상하려면 함백산을 찾는 것이 좋을 듯하다. 산길을 오르던 기차가 함백산을 만나면 터널을 통과하게 되는데 터널이 시작되는 곳에 정암사(淨巖寺)라는 오래된 절이 있다.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의 하나인 정암사는 초겨울 산사의 고즈넉함이 물씬 풍긴다. 절 가운데를 흐르는 작은 계곡에는 깨끗한 물에서만 산다는 열목어(천연기념물 제73호)가 살고 있어 이 지역의 맑고 깨끗함을 말해주고 있다.

정암사는 자장(慈藏)이 선덕여왕 5년(636년)에 창건했으며 오대산 월정사의 말사다. 자장이 당나라의 운제사(雲際寺)에서 석가의 정골사리(頂骨舍利)와 가사·염주 등 신보(神寶)를 얻어 귀국한 후 전국 각지 5곳에 이를 나누어 모셨는데, 그 중 한 곳이 이 절이었다고 전해진다. 이 신보들은 절 뒤편 (水瑪瑙塔, 보물 제410호)에 봉안되어 있어 법당에는 따로 불상을 모시지 않고 있다.

정암사 바로 아래서 시작되는 정암터널 끝에는 남한의 하늘 아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기차역, 추전역이 기다리고 있다. 태백광업소에서 캐 낸 석탄이 수북하게 쌓인 산비탈 역에는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 해발 855m'라고 쓴 표석이 눈에 들어온다. 이 역은 연평균 기온이 남한에 있는 기차역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추전역은 <싸리밭골>에 세운 역이라서 추전역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역을 통과하면 바로 태백역에 닿게 되고 이내 태백선의 종착역인 백산역에 이르게 된다.

영월에서 태백까지 가는 열차여행은 짧은 시간이지만, 가을이면 태백선 단풍열차, 겨울이면 환상선 눈꽃열차의 하이라이트 구간으로 오색단풍에서 눈 덮인 백두대간의 풍경이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곳이다.

해안선이 함께하는 열차여행은 태백역에서 정동진역에 이르는 철길을 따라 펼쳐진다. 태백에서 정동진까지 이어진 해안선 열차구간은 창밖으로 펼쳐진 동해바다를 차내에서 감상할 수 있고 정동진에서는 겨울 바다의 낭만도 만끽할 수 있다. 태백을 출발한 열차가 흥전역에 이르게 되면 가파른 산길에 놓인 Z자 모양의 철길을 따라 후진을 하며 통과하는 이색 풍경을 경험하게 된다. 나한정역에 이르는 1.5km 길이의 철로가 스위치백 구간이 때문이다. 이 열차의 종착역은 추억의 간이역인 정동진역이다.

태백의 맛,

고한에서 정암사를 지나 만항재로 오르다 보면 닭고기 백숙집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여러 집들 가운데 함백산토종닭집(033-591-5364)이 소문난 맛집이다. 토종닭을 푹 고아낸 백숙은 육질이 졸깃졸깃하고 담백하다. 태백도 닭갈비가 유명하다. 춘천 닭갈비는 볶음에 가깝지만 태백 닭갈비는 전골에 가깝다. 흥건한 국물에 당면·떡 등 사리를 넣어 먹는 것이 특이하다. 태백시 황지동 한마음신협 앞 김서방닭갈비(033-553-6378) 등에서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