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감상에 휴양·치료까지… 온천욕 의학적 검증 시도

가야금탕 스파캐슬
얼마 전 무릎관절 수술을 받은 박순영(64·여)씨는 온천에 다녀올 계획이다. 온천욕이 관절에 특효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천이 왜 관절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일반 목욕탕에 가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바가 없다.

노령인구의 증가 등에 따른 만성질환, 근골격계, 피부질환이 증가하면서 온천요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옛날 기록이나 온천업소의 개별적인 홍보내용에 의존하지 않고, 온천의 효능을 의학적으로 분석하고 검증해 치료 및 예방목적으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2008년 말, 대한온천학회가 창립돼 막연히 알려져 있는 온천의 질병치료 및 예방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임상실험을 통해 규명하기 시작했다. 또, 행정안전부는 지난해부터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레저뿐 아니라 치료와 장기요양까지 가능한 온천지를 지정하는 보양온천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겨울이 되면서 온천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행을 떠나기 전, 온천효과에 대해 알아보고, 보양 목적으로 가볼 만한 국내 온천 여행지도 함께 살펴본다.

따뜻한 지하수가 모두 온천은 아니다

덕구 스파월드노천스파 설경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온천의 치료효과는 동서고금을 통해 알려져 왔다. 세종대왕은 온천으로 종기를 치료했고, 괴테, 베토벤, 톨스토이, 비스마르크, 모차르트를 비롯해 많은 유럽의 귀족과 왕들도 위장병, 당뇨, 피부병 등의 치료를 위해 온천을 이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에선 현재 온천치료를 의료보험에 적용하고 있을 정도다.

온천은 그냥 데운 물과 뭐가 다를까?

국내 온천법은 25℃ 이상의 지하수는 모두 '온천'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온천이라는 용어를 쓰는 목욕탕이 흔한 이유다.

그러나 온천수와 일반 온수는 엄연히 다르다. 연세대 원주의대 소아과 이해용 교수(대한온천학회 학술이사)에 따르면, 온천은 주로 화산지역을 따라 분포하며, 철, 마그네슘, 칼륨 등 지하의 여러 광물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광물질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그러나 무엇보다 온천이 일반 물과 다른 이유는 전해질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덕구온천스파월드 히노끼탕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온천욕을 하면, 온천수에 들어 있는 전해질이 혈중의 리피드(lipid)라는 지방질과 합쳐져 막을 형성하는데, 이것이 우리 몸의 보온성을 유지하게 한다는 것이다.

온천이 관절염이나 신경통에 효과적인 이유는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시켜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환자가 온천 후 상태가 호전되는 것도 전해질과 리피드가 합쳐져 생긴 막이 피부조직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해질이 풍부해야 좋은 온천이다.

온천 성분에 따라 치료효과 달라… 탄산온천 고혈압에 특효

온천은 일반적으로 피로회복과, 근육경련 및 위장병으로 인한 경련 진정, 통증개선, 피부미용과 피부노화방지 등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해 말, 대한온천학회가 온천욕의 의학적 효능을 일부 증명하는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해용 교수는 수축기 혈압이 120~140mmHg인 경계성 고혈압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탄산온천욕의 효과를 알아보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참가자 중 10명은 2주간 매일 15분씩 일반 수돗물을 데워 담수욕을 하게했고, 나머지 10명은 같은 방식으로 탄산온천욕을 시켰다.

식음용으로 정제된 온천수
2주 뒤, 두 그룹의 혈압을 측정한 결과 탄산온천욕을 한 그룹은 수축기 혈압이 평균 132에서 121로, 이완기 혈압은 88.9에서 79.5로 떨어졌다. 반면, 담수욕을 한 그룹은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모두 약간 상승했다.

이 교수는 "탄산성분이 진피층에 침투해 모세혈관을 확장시킨 결과 혈압이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온천수의 성분에 따라 온천효능이 조금씩 다르다.

국내 온천 중 70% 정도는 유황천, 30% 정도는 탄산천, 나머지는 식염천이다. 유황천은 우윳빛이 감돌며, 유황 성분이 자율신경과 내분비체계를 자극하기 때문에 류머티스 관절염의 통증과 부종완화에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피부의 탄력성을 유지시켜주며, 살균작용도 뛰어나다.

탄산천은 고혈압과 콜레스테롤에, 식염천은 보습효과가 크기 때문에 아토피나 피부질환을 치료하는데 유리하다.

대한온천학회는 이밖에 망간과 아연 성분이 든 온천은 신진대사 촉진을, 칼슘은 골격과 치아형성 작용을, 철은 산소운반을, 크롬은 인슐린 기능을 활성화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금진온천 셀레늄스파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하지만 전해질의 양이나 온천수의 성분뿐 아니라, 물의 온도와 입욕횟수도 온천요법 사용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예를 들어, 고혈압이나 심장병을 앓는 환자가 42℃이상 열탕을 이용하거나, 냉탕과 열탕에 번갈아 들어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

또, 한번의 입욕으로 치료효과를 볼 수도 없다. 요양기간은 3~4주가 적당하며, 적어도 2주 이상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입욕시간은 온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처음에는 5~10분정도 하다가 차차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온천욕이 누구에게나 좋은 것도 아니다. 임신 초기와 말기, 간질병, 중증 심장병, 급성질환이나 동맹경화 중증 등을 앓는 사람은 온천을 피해야 한다.

식사 후, 1시간이 흐르기 전에는 온천탕에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국내 보양온천지, 어디로 떠날까?

금진온천으로 만든 화장품
뜨거운 물이라고 다 같은 물이 아니고, 온천이라고 다 똑 같은 온천이 아니다. 나에게 맞는 온천지를 찾아 떠나볼까?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 경북 울진군 덕구온천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덕구리에 위치한 덕구온천은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 온천으로 유명하다. 자연용출 온천이란 인위적으로 지반을 뚫고 들어가 수맥을 찾아내 물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물줄기가 스스로 땅을 뚫고 솟아오르는 것을 말한다. 땅 속에서 데워지고 채워져 넘쳐나는 물인 만큼 수량이 풍부하고 물에 힘이 있다. 물의 질도 탁월하다. 전해질이 풍부하며, 칼륨, 칼슘, 중탄산나트륨 등 몸에 좋은 다양한 성분이 함유돼 있어, 신경통과 류머티스 관절염, 근육통, 피부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자연용출 되는 덕구온천의 원탕은 호텔덕구온천이 기대어 있는 태백산백 동쪽의 응봉산 중턱에 위치해 있다. 이곳 원탕에서 솟은 42.4℃의 온천수는 송수관을 통해 덕구계곡을 거슬러 호텔덕구온천 온천장까지 보내진다. 온천장에서는 이 물을 데우거나 식히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다. 인위적으로 열을 가하거나 식히면 온천수 본래의 성분이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덕구온천의 매력은 좋은 수질의 온천과 함께 전통온천과 테마온천, 노천온천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전통온천장은 옛 방식대로 바가지로 물을 퍼 쓰는 곳이며, 테마온천장은 기포욕과 바디마사지 등 다양한 물 치료 기구가 설치돼 있다. 호텔덕구온천 스파월드에는 레몬탕과 자스민탕, 편백나무 욕조를 이용한 히노끼탕 등 다양한 종류의 노천탕을 마련해 두고 있어 취향에 따라 노천욕을 즐길 수 있다. 노천탕에서 바라보는 자연경관도 뛰어나다.

담양리조트의 온천탕과 설경
피부미용에 좋은 약알칼리성 물, 수안보온천

충북 충주시에 있는 수안보온천은 약 1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보양온천지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악성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수안보를 즐겨 찾았고, 숙종 또한 휴양과 요양을 위해 이곳에 들렀다.

1885년 노천식 욕조가 설치되면서 수안보온천은 근대 온천으로 발전했고, 1929년 대중탕과 여관이 생겨나면서 현대식 온천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수안보온천수는 지하 250~700m에서 솟은 물로 수온은 53℃이며, 산도 8.3의 약알칼리성을 보여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 또, 칼슘, 나트륨, 마그네슘, 아연 등 인체에 이로운 광물질이 함유돼 있어 대사를 촉진하고, 신경통, 근육통에 좋다.

충주시에서 온천수를 관리하기 때문에 수질을 믿을 수 있고, 모든 온천들이 똑 같은 물을 공급받아 원탕이라는 곳이 따로 없다. 온천수를 이용하는 업소는 수안보하이스파, 수안보상록호텔, 수안보파크호텔 등 20여개다. 겨울철에는 인근의 사조리조트 스키장과 연계해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온천 테마파크가 있는 충남 예산군 덕산온천

충남 예산군에 있는 덕산온천은 인근의 도고온천, 온양온천과 더불어 온천벨트를 형성하고 있는 오랜 휴양지다. 이곳 온천수는 천연 중탄산나트륨 온천으로 게르마늄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근육통, 관절염, 신경통, 혈관순환촉진, 피하지방 제거와 세포재생을 촉진시켜주는 효능이 있다. 온천 테마파크인 덕산스파캐슬은 물놀이와 온천욕을 한꺼번에 즐기려는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이다. 20,826㎡ 규모의 천천향은 수치료 중심의 실내공간 파라원, 물놀이 중심의 워터레이, 레저 중심의 써니레이, 해미원과 오감원 등으로 나뉜다.

아이를 동반안 가족은 놀이기구와 함께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워터레이와 써니레이를 좋아한다. 조용하게 온천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공간도 있다. 녹차, 사과와인, 허브, 닥터피쉬 등을 넣어 개성에 맞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 온천탕들과 휴게공간이 모여 있는 해미원이 그곳이다. 실내 온천인 파라원에는 발의 피로를 풀어주는 풋스파를 비롯해 근육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유럽식 바데풀이 준비돼 있다.

희귀 미네랄이 녹아 있는 해저심층온천수, 강원도 강릉시 금진온천

정동진 아래 금진온천은 해안 단구지역 1,100m 고생대 암반층에 갇혀 오랜 세월 숙성된 해저심층온천수를 사용한다. 육지에 덮여 물꼬를 트지 못한 해수가 오랜 세월 암반에서 숙성되면서 온갖 미네랄이 생성됐다.

칼슘, 마그네슘, 항암효과에 좋은 셀레늄(Se) 등 필수미네랄이 고르게 들어 있고, 혈당 강화작용이 있는 바나듐(V) 등 희귀 미네랄도 녹아 있다. 아토피, 고혈압, 천식, 위장질환 치료에 좋다. 정제된 온천수는 식용으로도 애용된다.

짠맛을 내는 나트륨과 쓴 맛을 내는 마그네슘은 해수보다 적은 대신, 단맛을 내는 칼슘은 해수보다 5배나 많아 소금물과는 다른 이온화된 짠맛을 내기 때문에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나지 않는다.

미국, 캐나다, 홍콩에 이곳 온천물을 수출할 정도로 물의 효능이 입증됐다. 2층 휴게소에서 셀레늄 온천수로 만든 빵과 아이스크림 등을 맛볼 수도 있다.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창밖을 보면 금진항을 끼고 있는 푸른 바다가 한 폭의 수채화처럼 눈에 들어온다. 바다를 발 아래 둔 온천의 산책코스는 강릉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정평 나 있다.

온천하고 죽림욕도 즐기고, 전남 담양군 담양온천

대나무의 고장 전남 담양군의 금성산성 입구에 위치한 담양리조트는 실내온천탕과 노천탕을 갖추고 있다. 담양온천에는 게르마늄, 스트론튬, 황산이온, 칼슘, 리듐 등 20여 종의 성분이 들어있다.

게르마늄은 인체의 혈관을 통해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 세포를 활성화시키고, 피를 맑게 해주며,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준다. 이곳 온천수에 들어 있는 스트론튬은 전국 온천의 평균치보다 3배 가량 많다. 이 성분은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있다.

온천욕을 즐긴 후엔 인근 대나무건강나라에 들어 대잎차를 마시거나 죽림욕장인 죽녹원에 들러 자연을 만끽해볼 수도 있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