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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한식 반찬 사냥

게장, 오징어 채무침 등 인기 일본인서 중국인으로 확산
  • 롯데백화점 식품매장에 들른 일본인 관광객들이 한식 반찬을 쇼핑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좋아한다는 한식 메뉴라면 불고기, 비빔밥, 갈비, 잡채 등등. 그리고 요즘엔 김치도… 그런데 그것 뿐이랴? 우리네 반찬거리도 세계로 향하고 있다.

아무래도 한국식 반찬이라면 양념이 듬뿍 들어가 짜고 맵고 신 맛이 강한 게 특징이다. 한식 세계화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해도 사실상 틀리지 않다. 그런데 최근 그런 우리 전통의 '자극적인 입맛'이 오히려 외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세계인의 입맛에 어필하고 있는 우리네 반찬들을 꼽으라면 조금 의외다. 간장게장, 고추장게장, 전복장조림, 건파래, 오징어무침, 가리비젓갈, 송이장조림, 깻잎 무침, 김장아찌, 더덕무침 등. 육지, 바다 산지 가릴 것 없이 재료의 산지와 맛이 다양하다. 다만 예상과 달리 대부분이 짠 맛, 매운 맛 등이 강한 메뉴들이고 발효 식품도 적잖이 들어 간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 1순위로 꼽히고 있는 서울 명동의 롯데백화점. 매일 오전 백화점 개장 시간 전부터 현관 입구에는 외국인들이 줄을 선다. 이들 중 상당수가 달려가는 곳은 지하 식품 매장이다. 남의 나라 백화점 앞에서 문을 열기를 기다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한 가지는 바로 한국 반찬들을 사기 위해서다.

"간장게장 또 사러 왔어요." "오신 김에 오징어 고추장 무침도 한번 맛 보세요." 지하 식품 매장의 반찬 코너에서는 매일 오전이면 이런 대화들이 심심찮게 오간다. 모두 일본인 관광 쇼핑객과 한국 직원들 간에 일본어로 나누는 대화들이다. 외국인 고객들은 눈에도 낯선 한국 반찬들을 잘도 받아 맛본다. 직원들이 손으로 집어 줘도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 간장게장
최근에는 한국 반찬을 사가는 중국인들도 덩달아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끔은 동남아 쇼핑객들과 파란 눈의 미국인과 유럽인, 러시아권이나 동구권 쪽에서도 손님들이 찾아 온다. 외국인들이 많이 사가는 한식 반찬은 메뉴별로 보통 500g~1kg 내외 분량. 특정 메뉴를 집중적으로 많이 사가기보다는 여러가지 반찬들을 골고루 사가는 편이다.

특히 게장은 가장 눈길을 끄는 '수출형 반찬'으로 꼽힌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인들이 잘 손대지 않았던 음식이었다. 해물과 회를 즐기지만 게를 간장에 발효시켜 먹는다는 발상은 미처 일본인들이 즐겨 보지 못한 상상. 지금은 간장게장만을 사기 위해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일본인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최근에는 오징어채무침 또한 주목을 받는다. 우리 식탁에는 흔히, 또 자주 오르는 반찬에 불과하지만 일본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메뉴. 오징어를 말려서 채를 썬 뒤 고추장에 버무려 내는 색다른 맛이 일본인들의 입맛을 자극한다고 한다.

처음 일본인들에게서 바람이 불었던 한식 반찬 사랑이 중국인으로까지도 확대된 건 좀 의외다. 일본인들이야 밥과 다른 찬거리들로 식탁을 채우는 것은 우리와 비슷한 방식. 하지만 원래 기름진 요리가 식탁의 메인인 중국인들에게 찬 요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사실상 크지 않다.

그럼에도 중국인들이 한식 반찬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음식에 대한 도전'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조금은 궁금해서 '어떤 맛일까?' '무슨 재료일까?' 하고선 일단 먹어 본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맛있다'고 먹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워낙 음식에 호기심이 많은 민족이라 시장 가능성은 일본 사람들 보다 더 크다는 전망이다. 같은 중화권이지만 홍콩이나 대만 쇼핑객들은 '한국음식이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특히 많이 사간다.

  • 더덕
이처럼 국내 백화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반찬 쇼핑에 나선 것은 4~5년 전부터 본격화됐다. 한류 바람과 함께 한식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 우선 작용했고 '대장금' '식객' 등 한식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들이 해외에 소개된 것도 한 몫 했다.

처음에는 불과 몇 명만이 조금 조금씩 사가던 것이 단골이 늘어나고, 이들이 또 다른 고객들을 데려 오면서 외국인 고객들이 부쩍 늘어나게 됐다. 많게는 백화점 명품 반찬 매상의 50%는 거뜬히 이들이 차지한다. 처음 맛보기용으로 한식 반찬들을 사가던 이들은 지금 단골이 됐고 일본과 홍콩 등의 언론에도 한식 반찬 코너가 '한국의 맛'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명동 롯데뿐이 아니라 서울 신촌의 현대백화점, 잠실 롯데백화점, 신세계 회현본점 등도 외국인들이 기꺼이 들르는 반찬 쇼핑 1번지이다. 신촌은 연세대와 이대앞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장소가 돼 버리면서 자연스럽게 반찬 쇼핑으로 이어지고 있고 잠실 또한 롯데호텔에 투숙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덕분에 덕을 본 경우. 덩달아 즉석 조리 반찬을 다루는 찬너울이나 파더스 키친, 나물 등 슬로푸드 전문점인 느림보네 찬장, 해물 등 바다관련 식재료점인 해선 등은 외국인들에게 유명한 인기 반찬 브랜드가 되었다.

외국인 고객들은 한식 반찬을 찾을 때 고급스럽고 브랜드를 가진 명품류를 선호하는 경향이 공통적으로 강한 편이다. 특히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인들은 즉석에서 직접 만들어 주는 신선한 반찬을 선호하거나 고급 식재료인지를 꼭 확인한다고 한다.

한식 반찬의 부상과 함께 인기 품목도 더 많아지고 고객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종전 같으면 김치 등 불과 몇 개 메뉴에 중년층 고객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젊은 신혼 부부나 20대 여성, 20~30대 남성들까지도 거리낌 없이 한식 반찬 매장을 들락거린다. 롯데백화점 찬너울 매장의 황정덕 대리는 "외국인들도 부담 없이 좋아할 만한 우리 음식의 간과 맛을 적절히 맞추려는 노력과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한식 반찬이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결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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